사랑은 세계 어디에서나 진행중이다.
멀리 타지에서는 더 외로워져 외로운 영혼들은 그들의 외로움을 달래줄 누군가를 열심히 찾는다.
런던 사람보다 이방인이 많은 도시, 런던은 딱 그런 곳이다.
어디에서나 사랑을 나누고 나이든 노부부도 정답게 서로 키스해주며 손을 꼭 잡고 걸어다닐 수 있는 도시.
많은 이방인들은 그러기에 더더욱 외로워지는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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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그녀는 홍콩에서 사랑하는 남자를 따라 이곳에 왔다.
홍콩에서 꽤 잘나가는 출판사 편집장으로, 어려서부터 유복하게만 살아온 그녀는 세상물정 모르는 보기 드문
37살의 아가씨다.
하지만 영국에 왔을 때 그녀는 그 사랑하는 남자가 얼마나 바람둥이였는지를 알게되었다고 한다.
그 수 많은 Business trip은 모두 다른 여자들과 떠난 여행들이었으며
그의 침대에서 나오는 여자들의 속옷과 그 사무실 한켠에서 나온 콘돔 한박스.
그의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던 수많은 포르노 동영상들을 보고 마음을 다잡았어야 했다고 한다.
교육학을 공부한다는 또 다른 목표가 없었다면 아마 진작에 돌아갔겠지..
다행히 그녀는 공부를 했고, 취미로 드럼을 치며 열심히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 타지에 와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그였기에 쉽게 포기되지 않았으리라.
밤이면 그는 잠시 나갔다 오겠다고 하고 돌아오지 않았고, 그녀는 눈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고 했다.
듣고만 있어도 정말 힘이 들어가는 얘기였다.
한편으로는 묻고 싶었다.
"아니 왜 포기 못해요? 바람둥이 인걸 알았으면 포기를 해야죠.."
하지만 그건 "왜 차를 타고 다녀요? 교통사고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 차를 타고 다니지 말아야죠!" 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다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그냥 힘들어 하면서 그녀의 얘기를 들을 수 밖에 없었다.
"나도 알아..그 사람은 나쁜 사람이고 나는 그를 잊어야해. 근데 아직까진 안돼."
이 말을 몇 개월 동안 들었어야 했다. "나 잊었어 이번엔 정말이야" "나 그 사람 이번 주 일요일 만나기로 했어"
정말 얘기만 들어도 짜증이 날법한 얘기다. 하지만 나 또한 과거에 그랬었다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그냥 빙긋이 웃기만 했다. 본인의 마음은 얼마나 하루에도 몇번씩 올라갔다 내려갔다 할까..
한때는 그녀가 나쁜 마음이라도 먹으면 어떡할까 걱정이 되어 방문을 두드려 보기도 했다.
하지만 헤어지고 나서 한국에 돌아오고 그녀가 홍콩으로 돌아가고 나서 그녀의 소식을 몇번 들었을 때
그녀는 아직 잊지 못하고 있었다.
한국에 돌아온 후 얼마 있다가 받은 그녀의 이메일에는 너무나 이쁜 아기의 사진이 있었다. 나는 너무 놀라서 그애기의 아빠가 누구냐고 묻지 못했다.
그녀는 이미 다른 여자의 남편인 그 남자의 아이를 낳고 행복하다고 했다.
지금도 차마 그와 연락을 계속 하는지 물을 순 없지만 여전히 행복한 얼굴로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려놓곤 한다.
결국 끝을 보고야 말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에게는 그 없이 살아 갈 수 있는 다른 '끈'이 필요했던거 같다.
그건 사랑이었을까? 집착이었을까?
내가 알고 있는 또 한명의 사랑을 좇아 영국까지 온 일본 여자 S.
그녀는 일본에서 사귀었던 영국남자친구를 보기 위해 대학을 졸업하고 내정된 은행에 들어가기 전에 2달간 영국에 어학연수를 왔다.
하지만 그녀는 영국에 왔을 때 그의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는걸 알았다고 한다.
멀리 일본에서 부터 온 여자친구를 대하는 남자친구의 태도가 아니였다.
자주 만나지 않았을 뿐더러. 주말에도 자기 일이 바쁘다며 함께 하지 않았고,
갑자기 연락이 끊겨서 약속시간 앞두고 사라지기도 하고
심지어는 떠나는 날을 앞두고도 만날지 안만날지 알려주겠다는 메시지만 보내기도 했다.
S양이 너무 괴로워 하고 있을 때 우리는 잊으라고 했고, 일본에 돌아가면 이번엔 잊겠다고 했다.
그 동안 자기는 이 친구를 남자친구로 생각하여 많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마음을 열지 않고 기다렸는데
그게 모두 부질없다는 걸 알았다고 한다.
그러는 도중 그 남자의 문자를 받고는 금새 얼굴이 환해지는 그녀를 보며 난 또
이 얼마나 사랑이 사람을 우매하게 만드는가라는 사실에 새삼 놀란다.
당신이나 당신 주위의 그 누군가가 바보같은 사랑에 빠져 허우덕 되더라도 너무 자책하거나
비난할 필요는 없다.
그저 그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결론적으로 그녀들을 외롭게 만드는 그 외로운 도시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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