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친구들과 여행.디어마이프렌즈를 보고 나서 였을까?

친구들과 여행이 좀 남다르게 다가왔다.
내가 이렇게 이들과 함께 늙어가고 있구나.
벌써 만난지 20년이 되어 가는구나.

별다른 걸 보러 간 것은 아니며 그저 같이 모여 수다 떨고 맛있는 것 먹고자 떠난 여행.
어라운드 빌리지는 그렇게 조용하게 휴식을 보내기에  딱 좋은 곳이다.

폐교를 지어 만든 이곳은 캠핑과 교실에서 잘 수 있는 있는 숙소가 마련되어 있다.

예뻐서 좋고, 조용해서 좋고.

너무 더워 무더위 재난 문자가 끊이지 않고 울려댔지만, 우리의 오랜만에 다 같이 모인 이 설레임을 누르진 못한다.

다 함께 장을 보러 가고 다이소에서는 마음껏 과소비도 하시고.
옥수수도 사고.
돌아와서는 그 무더위 속에서 고기를 굽기도 하였다.



삐그덕 대는 교실 바닥과 옆 사람이 움직일 때마다 엄청나게 출렁대는 싸구려 침대까지도.
우리의 가장 화려했던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시절을 추억하기엔 딱 좋은 곳이다.


폐교가 근사하게 바뀌었다.



땀을 뻘뻘흘리며 굽는 삼겹살.

맛있구나-




어라운드 잡지 그 컨셉트 그대로 옮겨온 듯한 

어라운드 빌리지.


요기는 직원 숙소인듯.






친구가 만든 이 치즈와 발사믹 소스의 조합은

정말 지금까지 먹어온 치즈와는 다른 새로운 세계.

모두들 한 입 넣자마자 동공확대가 되며 '이게 무슨 맛이야! 오 마이갓' 하는 소리가 묵음처리 된다.


정말 오마이갓! 할정도의 맛이다.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한 입씩 베어 물게 해 주고 싶어진다.

레시피는 들었으나 말할 수 없으며, 사실 들어도 모른다.


예전같으면 남김없이 마셨을 와인과 맥주들을 뒤로 하고

급격히 떨어진 체력을 핑계삼아 하나 둘 침대로 들어갔다.



카페에서는 팥빙수도 팔고 장작도 팔고~




겨울은 춥겠지.
또 추운대로 즐겁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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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의 매트리스, 화장실과 씻는 것에 대해 민감하면 절대 추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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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근처의 일식집에서 점심을 먹던 날.

나란히 먹을 수 있는 bar에서 먹는데 유난히 귀엽게 생긴 부엉이 맥주병이 눈에 띄워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일본산 맥주인것 같긴 한데 처음 본 듯하여 올려놨는데 친구 Y가 말했다. 히타치노 네스트라는 맥주고 충북 음성에서 브루어리를 할 수 있다고. 

일본이 아니라 우리나라 음성이라는 것도 낯설어 찾아 보니 아주 재미있는 곳이다.


한국 최초의 크래프트 브류어리


새로운 히타치노 네스트+를 위한
코리아 크래프트 브류어리의 브류하우스는
일본과 독일의 기술력이 결합한 유니크한
브류하우스입니다.


친구가 가보자고 하여 예약을 하고, 처음엔 내가 약속을 못 지켜 예약을 변경 하고, 이번에는 친구가 깜빡하여 못가게 되었다. 전날 내가 다시 한번 리마인드 시켜줘야 했는데 나도 깜빡 했던것이 그만...

친구들에게 급히 물어보니 다들 약속이 있다 하여 남편과 딸과 함께 집을 나섰는데 길이 꽤 막힌다.


금요일과 토요일 오전 오후 두 타임으로 standard 티켓은 1만원이다.

가는 도중 배가 고프다는 남편과 급히 우동까지 먹고 가 보니 브루어리는 이미 끝나고 다들 탭룸에 앉아서 시음할 맥주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 보니 나의 이름으로 된 좌석이 하나 준비 되어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휴게소에서 먹지 말고 그냥 왔어야 하는데...

 

 

도착하자 붉은 벽돌의 큰 건물이 눈에 띄워 멀리서 부터 '저기다' 라고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다.

 

붉은 벽돌, 스틸의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으로 뭔가 크래프트(장인)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건축물이다.


남편은 원래 맥주를 마시지 못하여, 커피로  시키고 나만 맥주 한잔을 시켰다.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런 공간이 나온다.

전혀 예상치 못한, 장인이 앉아 미소 지을 법한 고풍스런 가죽소파가 눈에 띈다.



이곳의 진정한 주인 장인, 브루 마스터 마크 헤이먼씨도 직접 프라이빗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이 분은 MIT 엔지니어링 전공 후 애플에서도 아이팟 디자인을 맡았다고 한다.

워낙 맥주를 좋아해 브류어리에서 경력을 쌓아 히타치노 네스트에서 삼고초려를 하여

이 대한민국 충북 음성에 오게 되었다고 하니

정말 재미있는 스토리이다. 그의 맥주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느껴진다.




이 의자 하나와 벽돌, 그리고 창문 안에 보이는 스틸의 기계들이

어쩜 이렇게 잘 어울리는 그림이 되는지.


우리나라에 이렇게 괜찮은 브류어리가 있다는 것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우리는 마시고 싶지 않은 맥주는 만들지 않아!"







 

원하는 맥주를 주문하고 피자,소세지등은 따로 주문 할 수 있다.


이렇게 테이블 위에 내 이름으로 네임택이 이쁘게 준비되어 있었다. (여기서도 감동)





한 모금만 딱 마시면 "아..맛있다"

결국 4병 사왔다. 아껴아껴 마실 생각에.

참고로 우리 부부의 연간 주류 소비량은 와인 반병, 맥주 2병 정도 되려나?


내가 마신건 malty and strong pale ale 

남편꺼까지 두개 시켜서 내가 다 마실걸, 남편이 자긴 커피로 대신 주문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외관이나 내부, 모든 것 하나가 디자인을 생각하지 않은 공간이 없다.





4:30에 문을 닫는다. 좀도 일찍 왔어야 하는데...제일 중요한 투어도 못 한게 가장 아쉽다.

이 먼거리를 다시 오긴 힘들 듯 하고.





맥주를 자주 마신다면 이 컵을 샀을 텐데 난 작은 컵을 하나 구입했다.











남편이 반한 이 철문

문잡이 하나 소홀하지 않은 디자인.





퀴즈 나갑니다.

아래는 무슨 표지판일까?




바로 화장실 표지판이다.

급하지만 읽어보고 잠시 생각해 보고 들어가야 한다.잘못하다간 반대로 들어갈 수 있다는..


 



여기가 바로 2층 브류어리 하러 올라가는 곳.



 

복도에 놓아져 있는 서랍장. 무슨 용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컬러의 조합이 good!




히타치노 네스트 4병 18000원

작은 유리병 개당 3천원


두시간 반씩이나 걸려서 갔는데 늦어서 브류어리는 참석도 못하고

남은 것은 이 맥주 4병과 작은 유리컵이지만 잘 다녀왔다. 이왕이면 대중교통 말고 차를 가져가는게 나은데 잘못하다간 음주운전이 되니 나 처럼 술 못 마시는 남편과 가면 걱정 없이 시음 하고 올 수 있다.

 

완벽주의자가 만든 빈틈없이 완벽한 브류리를 만난 느낌이다.

이상 브류어리 투어를 다녀왔으나 투어를 하지 못하고 시음만 참석하고 온 반쪽자리 브류어리 투어 후기이다.

만약 브류어리까지 참석을 했으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소백산 눈꽃 여행 대신 제천 여행

 

여행,  우리에겐

unexpected travelling

 

계획은 소백산의 눈꽃 트레킹이였으나 우여곡절 끝에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되었다.

작년부터 계속 소백산의 눈꽃은 나에게 쉽게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내 기필코 2013년 봄이 오기 전에 다시 한번 도전하리라

 

 

2012 소백산 가는 길

 

 

 

2012 소백산 삼가야영장 


소백산 삼가야영장 도착. 몇몇 텐트가 조용히 캠핑중에 있다. 아이들이 눈싸움을 하며 놀고 어른들은 텐트 안에 있는 것인지 산에 오른것인지는 알수 없다.

눈 속에서 캠핑 한번 하고 싶은데 아직 기회가 있으려나. (보고 있나, 남편?)

 

가볍게 매점에서 라면과 주먹밥을 먹고 무장을 하고 나섰는데...

날씨가 생각보다 너무 따뜻하다.

 

 

 

 


우리가 선택한 코스는 가장 짧으면서도 난이도가 낮은 비로사에서 시작하여 비로봉을 보고 오는 코스였다.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지점이라 할 수 있는 비로사.

 

 

 

비로사에서 30분 가량 올라가면 초암사 자락길 코스와 만난다. 산을 타기 보다 가벼운 하이킹 코스를 원한다고 하면 자락길 코스도 괜찮다고 한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어쩐지 날씨가 너무 따뜻하다 했더니 눈 대신 비가 내리려고 한다.

차라리 눈이 내렸다면 더 좋았을 텐데 비가 내리는 너무 늦은 시간  오후 1시.

다들 내려오는데 우리만 올라가기엔 걱정된다.

 

10분 가량 고민을 하다가 과감하게 접고 다시 하산하기로 한다.

 

 

 

 

집으로 가나 했더니 남편이 충주로 빠진다.

급히 몇몇 곳 전화를 돌린다.

 

남편과 나에게 추억이 있는 충주의 무무스튜디오를 가려고 했으나 예약을 하지 않고서는 가기 힘든 곳

결국  몇번의 전화 끝에 충주호 근처의 펜션으로 행선지를 정하고 6시에 도착하였다.

 

충주호가 내려다 보이는 파로스펜션 2층

 

눈이 쏟아지는 굉장히 추운 저녁. 통나무 펜션은 온도를 높여도 쉽게 따뜻해지지 않았다.

핫팩 두개를 침대 이불 속에 넣어 두어도 춥다. 

나중에 보니 바닥은 뜨끈뜨끈한데 공기가 차가워 침대속이 추었던 거 같다. 얼굴만 빼꼼히 내놓고 오랜만에 보는 무한도전 열중 모드.


 


남편은 10킬로도 더 떨어진 읍내로 장을 보러 갔다.


그때 온 사촌언니의 카카오톡. 남편 혼자 장보러 갔다니까 나보고 나쁜 뇨자란다. ..같이 갈걸 그랬나?

1시간이 훌쩍 넘어도 돌아올 생각을 안한다.

 

그때 쯤 울려온 롯데마트 카드 결제 알림. ‘이제야 다 봤나보다. 괜히 바비큐 먹고 싶다고 했나. 간단히 라면 먹고 잘걸…’

 

눈길을 천천히 오느라 늦었다며 남편 도착.

조용히 내리는 눈을 맞으며 서서 훈제 바비큐를 게눈 감추듯 먹고...

우리가 저녁이 제일 늦은건지 다른 사람들은 추워서 안에서 먹는 것인지 밖은 우리 밖에 없다.

 

 

맛있게 저녁을 먹고 추워 얼른 펜션으로 들어와 티비를 켰다.

요즘 티비를 전혀 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공중파를 넘어 채널은 디스커버리로 향하고 아마존의 한 밀림을 취재간 영국의 학술팀의 얘기가 정말 흥미롭다.

남미 빈곤국가 중 하나인 가이아나는 그 나라의 밀림을 개발할 경우 어마어마한 돈을 벌 수 있고, 대신 지구는 멸망해 간다. 대기의 탄소층을 없앨 것이기 때문에 기후변화는 더 심각해지고 정말 지구는 그 생명을 다 하고 우주의 한 점으로 사라져 가게 될 운명.

그래서 가이아나는 최근 영국에 새로운 제안을 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환경 부담금을 내라 이거다. 충분히 논의 되어야 할 이슈다. 그래서 영국은 그 밀림이 얼마나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알기 위해 곤충, 식물, 동물등의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팀을 만들어 그 밀림으로 보냈다는 얘기.

나는 눈 내리는 한 겨울 밤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산으로 둘러 쌓인 이 작은 방에서 지구 정반대에 있는 밀림의 생물체들을 보며 지구의 온난화를 걱정하고 있다.

그 프로가 끝나고 오랜만에 악몽도 안 꾸고 이도 갈지 않은 편안한 밤을 보낸 듯 하다.



다음 날 아침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곳. 이른 아침 부터 삽으로 눈을 치우는 소리에 잠이 깼다.

그래도 계속 해서 내리는 눈.


창밖은 말 그대로 알프스의 작은 시골마을 같다.

 

 

 

 

 

 

 

 

 


햇볕에 반짝 반짝 빛나는 호수

 

 

 

 

 

 

 

다른 방 단체 손님들이 산에 오르겠다고 나섰다. 2시간 코스란다. 바로 펜션뒤에 있는데 그들과 함께 오르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다리가 너무 무거워져 포기. 체력보강하여 다음 등산에는 반드시 가뿐히 오르리라...

 

 

 


우리 부부는 전국을 여행 다니며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하면

'아 여기 너무 좋다. 여기 내려와서 살고 싶다'를 노래 부르듯 말하고 다니는데 (주로 내가 말하고 남편이 장단을 맞춰준다)


제천, 충주 이 동네가 마음에 든다고 하였더니 남편도 좋단다.

조용하고 산과 호수가 둘러 쌓여 있고 전국 어디를 가도 대부분이 가깝다.

동해와 서해, 경상도, 강원도까지...

남해도 서울보다는 가까운 편이고.


계속 여행을 다니며 더 좋은 곳을 찾겠지만, 지금까지는 우리 마음 속에 이곳은 꽤나 상위 랭킹되어 있다.


 

 

눈꽃이 펜션에 가득 피었다. 그래 소백산 눈꽃대신...^%#^#&

 

 

남편이 그네를 자기가 잘탄다며 의기양양하게 그네에 올랐다.

몇번 시도를 하더니 안되겠다며 내려왔다. 저 그네, 타기 쉬워 보여도 은근 어렵다.

 

 

 

 

 

유독 이 근방을 여행 할 때마다 많이 보게 되는 솟대

 

 

 

 예쁜 모양의 소나무 발견. 그대로 가져다가 크리스마스 장식하고 싶게 만드는 트리다.

 

 

 

 

오스트리아 여행할때 짤즈부르크에서 더 시골마을로 들어갈때 창밖으로 보던 풍경이다.

설렌다. 그저 이런 풍경 앞에 잠깐 서있었을 뿐인데...

 

 

 

 

호수와 산을 지나  시내에 들어오니 역시 조용하다.

점심에 무얼 먹으면 좋을까 시내를 배회하기 시작.

철길과 신호등을 만났다. 이 장면은 늘 향수를 일으킨다.

아직도 도심 한복판에 이렇게 신호등을 만들며 기차가 지나가는 걸 본적이 있다.

땡땡땡 멀리서 종이 울리고 사람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기차가 지나가고...

 

 

 

 

 

 

그림엽서 같은 나무와 하늘

 

 

 

하늘은 파랗고, 산들은 하얗고, 호수는 짙푸른 이날의 풍경은 최고였다.

 

 

 

 

 

앙탑 막국수

 

메밀이 유명한지 이 근방에 메밀막국수 집들이 유명하다.

남편은 비빔 막국수를 나는 메밀만두국을 주문.

내가 먹은 만두국은 얼큰하면서도 속이 맛있어서 국물까지 싹싹 맛있고 배부르게 먹었다.

 

실은 칼국수가 먹고 싶었는데 2인분 이상 주문을 해야 한다 하여 만두국으로.

칼국수는 어떤 맛일까 궁금하다.

 

맛은 좋았으나 언제나 친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남편의 평가로 친절에서 별을 빼겠단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 천리포 수목원으로 여행을 떠나다.

 

요즘 통 잠을 깊이 못 잔다. 최단시간에 깊은 잠에 드는 나인데 요즘은 몇일째 밤마다 꼭 몇 번씩 깬다. 게다가 이를 어찌나 심하게 가는지 오른쪽 턱관절이 아프고 남편도 덩달아 잠을 못 자고 있다.


변비도 생겨 아침마다 괴롭다. 그런데 트위터에 보니 나와 같은 증세를 호소하는 몇몇 트친들이 보인다. 알게 모르게 선거가 내 생활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모두들 힐링을 외친다.


"아.. 나에게 2012년 겨울은 왜 이리 혹독하니?" 라고 후배 K에게 말하니
"언니 내게는 2012년 전체가 멘붕의 해였어요"


그래.. 언론자유를 위한 파업으로 몇 달간 생계위협까지 겪은 네 앞에서 내가 엄살을 부렸다.
살면서 지난 한해 나는 가장 많이 거리로 나갔고, 치열하게 살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확고한 희망을 가졌다.

마치 겨울이 왔으니 그 다음은 꽃피는 봄이 올거라는 세상이치에 대한 확신에 차서 말이다.

우리 모두 힘든 2012년을 보냈구나..
그렇게 말한 후배와 batti 언니는 이래저래 복잡한 마음으로 한라산을 오르겠다고 오늘 비행기를 탔다. 잘 다녀오기를...

그래서 떠난 서산 당일 여행

남편과 나의 <오늘의 무계획 여행>은 서산이 목적지다.
떠날 땐 춥기만 한 겨울날이였는데 서산에 도착할 무렵에는 눈이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점심에 도착하여 박속낙지탕을 먹으며 기분이 좋아졌다는  남편과 나는 얼마나 싹싹 먹었는지 옆 테이블에 수제비를 갖다 주던 아주머니가 혹시 우리 테이블에 수제비가 아직 안나왔냔다. "아니에요. 저희가 너무 다 비었나봐요...ㅎㅎ"



국물이 시원한 박속밀국낙지탕과 내가 좋아하는 파래무침 


@원풍식당 박속낙지



원풍식당 / 낙지,해물요리

주소
충남 태안군 원북면 반계리 202-12번지
전화
041-672-5057
설명
박속을 긁어내 국물을 낸 뒤 낙지를 데쳐 먹는 박속밀국낙지가 인기 있는 곳입니다. 밀...
지도보기



 

 

 

먹고 나오니  거리가 인적도 없이 썰렁하고 하늘까지 영화 속 셋트장 같다는 생각을 했다.


속 든든히 하고 찾아간 우리의 목적지는 천리포수목원. 예전부터 이곳에서 하루 묵어보고 싶다 생각했던 곳인데 지도를 보니 이 근처다.
만리포와 백리포 사이에 있는 천리포 해변가. 이름도 참 쉽게 지었다.

 

 


리가 처음 찾아간 그곳은 여름철에만 사람이 많이 몰리는 해변가의 작은 마을로 손님없는 썰렁한 펜션들만이 즐비하다.
엄청난 바람과 눈발이 날리는 조용한 겨울의 바닷가였다. 사람 많은 여름 보다 한적한 겨울 바닷가가 더 좋다.
잠깐 차에서 나와 사진을 찍으려니 바람소리가 얼마나 무시무시하게 큰지 서둘러 차 안으로 들어왔다. 

 

 

 


천리포 수목원에 도착

귀화한 미국인 민병갈이 개인정원으로 만들었다가 재단으로 개방한 천리포 수목원. 6.25시절 해군으로 처음 한국에 와서 그 이후 민간인의 신분으로 남아 일을 하다가 천리포에 땅을 사고 나서 국내 최고의 수목원을 개인의 노력으로 만들었다. 2002년 그의 죽음 이후에는 문국현 사장이 이사장을 맡아 꾸려가고 있다고 한다.
3일을 봐야 다 볼 정도라 하고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세계에서 아름다운 수목원"에 채택되었으며 국내 최대 품종을 보유하고 있단다.

현재 14000여 품종이라고 하니 어마어마한 규모다. 입장료도 동계에만 5천원이고 나머지 계절엔 7천원. 

 

 

 

사람이 하나도 없다. 오늘은 우리의 수목원.

 

 

바다가 이렇게 가깝게 수목원이 있다는 것도 신기하다.

 

 

이 의자들을 전에 봤을 때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막상 한 여름 때약볕에는 앉아 있기 힘들겠지만 이렇게 바다 가까이 앉아 차 한잔 할 수 있다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 수목원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나무가 아닌 이 풍경이 내 마음을 잡았다. 눈 속의 이 광경을 예상치 않은 순간에 맞이하니 뜻밖의 선물같다.

 

 

 

 

 

 

 

 

결혼도 하지 않고 이렇게 수목원을 만드는 일에 일생을 바친 민병갈 박사와 그의 어머니가 죽어 이곳 어딘가에 묻혔다고 한다.

 

 

 

 

 

당연히 봄 여름 가을이 가장 아름다울 것이다. 하지만 눈꽃이 핀 한적한 겨울의 수목원도 나쁘지 않았다.

 

 

  

 

 

내가 그 전부터 묵고 싶었던 수목원 내의 게스트 하우스. 한 가족이 묵고 있었다.

 

 

 호랑가시나무

한 겨울 눈속에서 빨갛게 열매를 맺어 겨울의 수목원을 한층 아름답게 보여주는 천리포 수목원의 대표 식물

 

 

소사나무집. 실제로 사용은 하지 못하는 듯 한데 잘 모르겠다.

 

 

 

 

닭섬이라고도 불리우는데 낭새섬이란다. 수목원에서 보이는 이 작은 섬은 하루에 두번 바다가 갈라진다고 한다.

 

 

 


만약 눈이 내리지 않고 춥기만 했다면 아마 그 아름다움이 덜 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민병갈 기념관에는 그가 얼마나 한국의 아름다움에 빠져 사랑했는지 그의 어머니에 대한 사모곡들을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나는 바닷가의 세찬 바람과 아이폰 밧데리가 나갈 정도의 내려간 온도에도 철저히 무장하고 나선 덕에 하나도 춥지 않았다.
 체감온도 영하 10도에도 불구하고 하나도 춥지 않다니! (남편이 꽁꽁싸매줘서 그렇다고 꼭 덧붙이란다. 고마워요 -.-; )

 

 

 동해의  겨울바다와는 다른 느낌이다.

전부터 생각했는데 겨울에 만약 생각을 정리하고 싶다면 동해보다는 서해 어촌 마을의 펜션이 아닌 민박집에서의 몇일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천리포 옆의 만리포 해변은 눈과 파도와 바람만 있다.

 

 

눈이 오다가 해가 비췄다가 변화무쌍한 날씨를 보여주는 해변의 마을

 

 

 



40분 정도의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가기 전 태안마애삼존불을 보러 향했다.
어느 새 눈이 그치고 날만 잔뜩 흐리다. 그리고 국도에는 많지 않은 차들이 다니고 추워서인지 걸어다니는 사람도 많지 않다.
태안마애삼존불은 거의 관리가 되어있지 않은 듯 보였다. 우리 포함해 세팀의 일행들은 석불상만 보고 다들 급히 자리를 뜬다. 아쉽다. 
 

 

 

 

 

 

여행이 끝나고 여전히 잠은 못 자고 이도 갈고 덩달아 남편도 잠을 설치고 치유가 다 되지도 않았지만

어차피 그렇게 하루아침에 쉽게 치유가 될 것이라면 이렇게 아프지도 않았으리란 생각에

차분히 이 시간들이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게 2013년이 오고 있다.

 

 

 

 


CAMPING 

 

컨셉도 없이 금요일 밤 늦게 떠난 우리의 여행은 제천으로 들어서서 주유를 하고 저녁도 안먹고 떠난 것이 생각이 나서

편의점에서 바나나 우유를 사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카메라도 가져 오지 않은 것을 알고 아쉽지만 몸은 가볍겠구나 생각했다.

 

 

 

 

소선암 자연휴양림에 새벽 1시경 도착 너무 피곤하여 바로 잠들었다.

 

다음 날 역시 전날의 피로를 못 이기고 7시가 되서야 눈을 떠 사람들이 밀려 들기 전, 그리고 해가 뜨기 전 철수를 한다.

 

 그늘이 많은 곳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곳에서의 아침은 부지런하지 않으면 꼬박 더위를 맞을 수 밖에 없다.

 

아침에 일어나니 또 좋구나.

 

 

 

 

 

간단한 아침 식사

 

 

 

 

그리고 아침 식사 후 바로 해체

 

하루 이용료 6천원. 화장실과 개수대가 깨끗하지 않아 패스~

 

 

 

 

 

3년 전 친구들과 왔던 소선암오트캠핑장에 들러 본다.

그새 많이 변했는데 무엇보다도 요금이 너무 비싸다. 예전에도 비쌌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요금인상된다는 공지가 붙어있다.

 

 

 

 

저 위의 데크가 없던 것이 생겼다. 같은 요금이라면 저 위의 데크가 훨씬 좋다.

하단은 그늘이 없어 해가 들자마자 엄청나게 덥다는 거.

 

 

 

 

타프가 필수인 캠핑장

우리는 타프도 없이 캠핑장비 빌려와서 다른 사람들의 사이트 보며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4만원 가까운 금액을 내야하는데, 사설도 아니고 이렇게 비싸야 할 이유가 있을지 전혀 모르겠다.

결국 이곳에 올 이유가 전혀 없다는 얘기.

 이곳은 너무 비싸 패~스

 

 

 

살짝 둘러보고 우리는 소백산의 다리안 관광지로 향한다.

 

중간에 단양역, 이곳에 내리면 택시들이 대기 하고 있다. 어디로 가든 그리 멀지 않아 대중교통으로 와서 택시를 타는 것도 좋은 방법인 듯.

 

 

 

 

청량리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어요.

 

 

마침내 계곡 노래를 부르다가 들어온 '다리안 관광지' 내의 다리안 계곡.

이곳은 소백산 등산객들이 들어오면서 입장료를 내고, 만약 캠핑을 하려면 캠핑 요금을 추가로 내야하는데, 텐트에 숙박 요금 내었다는 표시를 따로 해주지는 않는 듯 하다.

우리는 둘러보고 결정하겠다고 하여 입장료만 내고 들어와서 계곡에 발담그고 책 좀 읽고 점심 먹고 철수 하였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크게 틀어놓고 춤 추며 노는 남자애들과 한쪽에선 발 담그고 그 위에서 라면 끓이는 행락객들을 보자 이곳은 아니다 싶어 좀더 올라가봤더니 역시 더 깨끗하고 더 조용한 곳이 나온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의 원두막은 하루 사용료가 2만원인데 아이 있는 집이라면 괜찮은 듯 보였다.

 

 

오빠는 푸세식 스타일~

 

이곳에서 더위를 식히고는 남편에게 대한민국 최고의 화장실을 보여주겠다며 정방사로 가자고 했다.

남편은 화장실 한번 가면 엄청 오래 있고, 또 무엇보다 푸세식 스타일을 좋아하기에

그에게 맞는 맞춤형 화장실이라는 생각에 강추를 했는데

결국 너무 더워서 올라가기 힘들다 결론 내고 우리는 근처 능강솟대문화원에 들른다.

 

나는 정방사의 화장실이 멋있다는 것은 알지만 푸세식을 못 견뎌 하고,

무엇보다 비위가 약하여 들어가지 못한다고 매번 얘기를 해도

푸세식 화장실 얘기가 나올 때마다 "너무 좋지 않아?" 란다.

 

언젠가 꼭 남편에게 정방사 뒷깐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다!

 

 

청풍호가 내려다 보이는 이곳은 벌써 가을을 맞을 준비 하고 있는 듯 하다.

 

 

 

 

 

 

 

 

청풍호에 저리 큰 유람선이 다니는 줄은 몰랐다.

청풍호, 청주호, 예당호... 호수들 주변으로 멋진 뷰가 펼쳐진다.

 

한참 운전중이 던 남편은 저 멀리 보이는 고목 하나 발견하고는 꼭 봐야겠다고 차를 세웠다.

하지만 그 고목을 보기 위해서는 길이 아닌 곳으로 가야 하는 걸 알고는 풀이 죽어 되돌아 오고 있다.

저 뒤에 혼자 뼈만 앙상히 남은 나무가 그리도 멋져 보였나 보다.

 

 

 

 

 

 그리고 지나가다가 본 저 별장들.

 

 

 

 

이렇게 겹겹히 둘러있는 산 속에 이런 펜션이라니.

너무 멋지지 않은가.

 

 

이곳에 더 있을까 집으로 돌아갈까 치악산으로 갈까 고민하다가 '치악산행'을 감행.

원주로 다시 향한다.

 

우리의 무계획 여행은 이번에도 엄청난 동선을 찍고 있다.

 

 

<예산 여행 이틀째>

 

 

 

 

 

 

19세기 최고의 인물 중 하나인 추사 김정희의 고택은 이번 예산 여행 중에 잊지 못할 곳이었다.

어려서부터 신동 소리를 듣고 적은 나이에 높은 관직에 오르며 시와 그림 산문에 학자이기도 한 그는 진정 천재였던 것이 분명하다.

그 만큼 그의 삶도 기구 하여 정쟁에 휘말리기도 하고 유배를 두번이나 갔다고 한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서 차를 타고 둘러보고 가려고 했다가

그 모습에 반해 관리소에서 우산을 빌려 좀더 구경하기로 해본다.

 

 

 

 

비오는 날 고택에 아무도 없이 우리만 이곳을 온전히 차지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감동스러웠다.

 

 










 

곳곳에 씌여져 있는 그의 글씨는 한폭의 그림이자 예술 그 자체다.

 

 


 

 


 




 

늘 한옥을 노래 부르던 남편에게 왜냐고 물으면

비 오는 날의 한옥이 너무 좋아서라고 대답하곤 했었다.

 

오늘 이곳은 당신 것이다.

 









 

나는 처마 밑에서 차 한잔 마시다가 짧은 낮잠 한숨 자면 좋겠다.

 

 


 

 

뒷 마당길 조차 작은 숲길이다.

 

 

 

 

 

 

작은 감이 매달려있다.

 

 

 

 

이곳에서 맞는 이 비는 잊지 못할거 같다.

 

 

 

 

 

 

 

 

이 길은 우리집으로 들어가는 정원길이었으면 좋겠다.

아니다. 욕심이다.

 

그저 이렇게 밟아 볼 수만 있어도 그저 좋다.

 

 

 

 

 

 

 

 

그리고 추사 고택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백송

 

 

이곳은 정말 차 안에서만 쉬리릭 볼 수 밖에 없었다.

 

 

우리 이제 정말 떠난다.

 

우여곡절도 많고 우왕좌왕했지만, 이런것도 여행.

 

뭐든 즐기는 자를 이길 순 없다는 말이 맞는 듯 하다.

즐기면 힘들지 아니하다.

 

다음 달에 아마도 또 올지도 모르겠다.

 

 

 

CAMPING

분례기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1992년 SBS가 생기고 나서 얼마 안되서 나왔던 드라마인데.

한국 소설 방영웅 작가의 '분례기'를 영화화도 했고 드라마도 만들어진 것이란다. 당시 윤여정과 윤금석 내가 좋아하는 두 여배우가 나왔던걸로 인상깊게 줄거리들이 기억에 남았다. 충격적이었던것은 주인공 똥례는 엄마가 뒷간에서 힘주다가 똥위에 낳았다고 해서 이름이 똥례. 분례기는 거기서 나온 얘기다.

 

똥례가 동네 고자 아저씨 따라 나무 하러 다니다가 겁탈을 당하자 울면서 "아저씨 고자라면서유" 라고 울부짖었고, 당시 난 고자가 무슨 뜻인지 알고 나름 충격?을 받았던 기억의 드라마.

 

바로 그 동네란다. 분례기. 그래서 낯익고 정감가는 동네. 이 금방에 분례숲길이 마련되어 있어서 산책코스로도 좋다고.

 

이 캠핑장 뒷길로 이어지는 코스가 있어서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가보기로 한다. 우리에겐 오아시스 같았던 그곳.

 

늦게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생긴지 오래되지 않아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아 자리가 있었던 듯 하다.

 

1박에 35,000원

전기와 샤워시설

 

무엇보다 우린 샤워시설이 간절했기에 너무 감사했던 곳.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도 다듬어지는 곳이다.

 

바로 뒤의 숲길 코스도 이곳의 좋은 잇점이 될듯 하다.

 

 

 

저녁을 먹고 왔기에 우리는 샤워만 하고 자면 된다.

 

해가 마침 똑 떨어지려고 한다.

 

 

 

 

오늘 정말 수고가 너무 많았다. 둘다.

 

<모기의 어택>

 

모기와 파리가 유난히 많아서 나는 샤워를 하자마자 텐트 속으로 피신하였고 그때의 영광의 상처들은 아직도 내 다리에 남아있다.

 

텐트 안에서 밤하늘의 별을 보다가 잠이 언제 들었는지 모르게 깊고 깊은 잠 속으로 빠진다.

 

다음날 어김없이 6시 눈이 떠진다.

남편 표현대로 '할머니처럼' 말이다.

 

어젯밤 비가 제법 내렸나 보다. 이 뒷길로 분례숲길이 이어진다니 아침 먹고 다녀와야겠다.

 

 

 

라고 했는데....

 

 

나는 만화책을 읽으며 남편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한시간쯤 후에 일어난 남편은 아침 준비를...

 

 

 

 

 

해가 뜨긴 뜨는데...흐리다.

 

 

 

 

 

 

 

 

 

 

우리의 아침은 간단히 미역국과 어머니가 주신 3년 묵은 묵은지.

그리고 김.

소박하고 배부른 아침 식사

 

 

 

 

 

 

 

 

 

 

 

 

 

 

 

 

 

 

 

 

 

 

 

 

 

 

 

내가 커피 끓여 줄께~라며 본인의 커피를 타고 계신 분.

 

 

 

같이 의자에 앉아 얘기를 나누다가 급 졸음이 밀려와, 텐트 속으로 들어와 짧은 고양이 낮잠을 자본다.

 

매쉬창에 걸쳐 보이는 남편의 모습이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

 

눈이 스르르....

 

 

 

 

자고 일어났는데도 비가 안 그친다.

 

 

 빗소리에 불빛이 더욱 따뜻하다.

 

 

 

비가 정말 하염없이 내린다. 그토록 기다릴땐 안오고..

캠핑장에서 적당히 내리는 비라면 사랑해줄텐데..

하긴 비가 기껏 나의 사랑에 목말라 할건 아니지.

 

 

 

"남편은 졸고 있어요"

저러다가 고개 젖혀지며 차가운 빗물 맞고 정신 버쩍차리는.

 

 

물론 설정.

 

 

빗물 맞고 있는 우리 식기들

 

 

 

백패킹용 램프와 콜맨 노스스타 램프의 크기 비교 샷

정말 앙증맞다.

 

 

 

결국 비가 멈추기를 기다리다가 철수를 시작한다.

 

더 늦기전에 출발합시다.

 

 

 

 

 

자 이제 그만 철수

 

 

 

 

우여곡절의 1박2일 캠핑이 끝난다.

 

 

사실 예산 여행 중 가보려고 생각했던 곳은 여러곳이다.

 

느림길도 걸어보고 (너무 더워서 패스)

휴양림도 가보고

분례길도 걸어보고

추사고택도 가보고

온천도 하고

 

어죽 빼고 곱창도 먹고 광시 한우도 먹고 산채비빔밥도 먹자~~

 

했는데 결국 너무 덥거나 폭우로 인해 하고 싶은것 반도 못했다.

 

역시 무계획 여행은 이런 리스크도 감수해야한다.

 

방문자센터에 도착하여 민박집도 알아보고 지도도 얻어본다.

 

너무나 친절하게 직접 차로 민박집까지 보여주시며 끝까지 웃음으로 안내해주시던 해설사님.

예산에서 만난 모든 분들이 친절했던 듯.

 

 

 

 

2코스를 가보려고 했으나 너무 더워 둘다 포기~

 

 

이름도 이쁘다. 느린 꼬부랑길 코스

 

결국 다시 돌아와 민박집을 소개 받았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 포기. 다른 곳을 알아보자~

 

모텔은 싫고 펜션은 너무 비싸다.

 

아니, 우리처럼 매주 여행다니는 여행객에게 펜션은 사치로 까지 느껴진다.

매번 너무 저렴하게 좋은 데 있었나보다.

 

 

 

 

느린 걸음으로 마을을 돌아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날을 잘못 골랐다.

슬로우 시티 대흥마을

가을에 다시 와야지!

 

 

 

 

마침 주차장 옆에는 장이 섰는데 다들 너무 더워서인지 파실 의욕이 사라지신 듯.

 

 

예산에 왔으니 사과를 먹어야 하지 않겠어요?

 

남편은 사과를 '한 개' 사서 나에게 준다.

안되겠는지 다시 가서 '한개 더' 사 온다.

 

 

 

 

오랜만에 뻥튀기도 보고.

덥지만 않았으면 한 봉지 살 마음이 생겼을 텐데...

 

 

 

 

 

슬로우시티는 담양에만 가봤는데 이번에 책자를 보니 한 10군데 정도 되는 듯 하다.

지자체들마다 그 지방에 하나씩은 만든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충청도야 말로 슬로우 시티와 가장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너무 더워 미쳐가는 중

 

 

 

 

 

 

우리는 다시 어디로 떠날까?

 

그래 수덕사, 그리고 내가 너무 보고 싶었던 수덕여관으로 가자.

 

 

 

가는 길에 이름도 재밌는 둔지미마을의 구멍가게에서 나의 페이보릿 누가바 하나 사 먹고

 

 

 

수덕사로 가는 길은 나무들이 먼저 반겨준다.

 

아무리 태양이 뜨거울지라도 나무가 있는 곳이라면 좋다.

 

 

 

 

 

드디어 수덕사 도착

 

 

 

역시 숲으로 들어오니 공기가 다르다.

 

 

 

남편이나 나나 술을 좋아했다면 분명 이곳에 앉아 막걸리 한사발 마셨을 것이다.

이럴땐 참 아쉽다.

 

 

 

수덕사 앞에는 이렇듯 가게들과 산채비빔밥 식당들이 즐비해 있다.

 

 

 

덕숭산 안에 자리잡은 수덕사는 백제의 고찰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새 수리를 너무 많이 하여서 고찰의 느낌이 별로 없다는게 아쉽다.

 

 

 

빨간 고추가 햇볕에 타닥타닥 잘 말라간다.

 

 

 

 

 

 

 

 

 

 

 

 

수덕사 미술관안에는 그림들이 있는데 사찰 옆에 이렇게 미술관이 있는건 흔한 일은 아니지만

왠지 이응로 화백의 발자국이 있는 이곳이라면 하나도 어색하거나 특이하지 않을 것 같다.

 

 

 

 

 

 

 

 

 

돌에 이렇게 이쁘게 글씨를 새길 수 있다니...

악필인 내겐 너무나 부러우며 대단한 일.

 

미술관에 나와서 조금 걷다 보면

오늘 내가 이곳에 오고자 한 이유인

'수덕여관'이 있다.

 

 .

 

절 안에 있는 여관이라...무슨 사연일까.

 

 

 

 

 

 

 

 

동양미술사의 한획을 그은 이응로 화백의 숨결이 느껴지는 그런 곳이다.

그는 이곳을 운영하면서 실제로 온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어 작품으로도 남겼다고 한다.

한때 손님도 받고 산채비빔밥을 팔던 곳이였는데 지금은 수덕사가 매입해서 복원하였다. 

지금은 템플스테이 공간으로 이용된다고 한다. 기회가 된다면 저곳에서 하루 묵어보고 싶다.

정치적이유로 수감생활도 하고 친일이란 얘기도 듣고 험난한 시절을 예술가의 삶으로 살아낸..인생 자체가 드라마틱하셨던 분.

 

 

 

그리고 또 한 사람. 나혜석

프랑스에서의 불륜으로 이혼을 당한 나혜석이 전국을 떠돌다가 이응노 화백과의 인연으로 이곳으로 들어왔다.

수덕여관으로 가면 그녀의 자유로운 영혼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도 갖고 있었다.

 

지금은 흔적도 찾을 수 없는 수덕여관.

그래도 예술가들이 이곳으로 모여들었다는 생각에 풀 한포기 조차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이 평상을 보자마자 남편과 눈이 마주쳤다.

"앗, 데크?"

 

 적당한 캠핑사이트를 찾느라 약간 멘붕인 상태인 우리.

이것도 병이다.

 

수덕여관을 뒤로 하고 좀더 올라가면 수덕사가 보인다.

 

 

 

 

 

 

 

 

 

 

 

 

 

맨 위로 올라서니 산으로 둘러쌓인 수덕사가 한눈에 보인다.

 

 

 

 

 

아마도 열심히 우리의 숙소를 검색중일거 같은 남편

 

 

 

 

 

 

 

첩첩 산중이구나.

 

내려오며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보던 우리는 이미 지쳤다.

배도 고프고 숙소도 못 찾고.

 

일단 먹자!

 

산채비빔밥은 이 안에서 대부분 7천원인데, 이왕이면 수덕사를 나와서 있는 식당에 가는 것이 좋다.

우리는 너무 배고픈 나머지 다른 생각할 여유를 잃어버린 상태였기 때문에..-.-

 

 

(배고파서 손도 좀 떨린듯)

 

 

 

이 메밀빈대떡은 맛있다. 부드럽고 따뜻하고

 

 

 

밥이 좀 부실했다. 난 입맛도 잃어 몇 숟가락 뜨다 말고 다시 일어선다.

 

 

 

남편 : "그냥 모텔가자"

나 : "모텔은 죽어도 싫어"

남편 : "오빠 못믿어?"

-.-;;

 

뭐 이런 대화를 하면서 머리를 짜 보다가 마침내 샤워를 할 수 있는 캠핑장 발견!

자리도 있다는 얘기에 브라보를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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