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서 바티칸을 일찌감치 보고 나서 오후를 잠시 아씨시를 보고 오기로 했다.
역에 도착하여 나는 왜 바로 역을 나오지 않고 역안에 있는 식당으로 갔는지 기억이 안나지만
아마도 배가 고팠나보다. 들어가서 빵과 커피를 마시며 천천히 아씨시의 공기를 느꼈다.
할아버지들이 모여 포커 같은 것을 치고 있었다. 딱 우리네 시골 할아버지들같다.
그 작은 식당에서 난 한국인 가족 4명이 여행중인 것을 봤고, 그 다음으로 반나절 함께 여행에 동행을 해준
두 남자분을 만났다.
이렇게 작고 고용한 도무지 외국인들은 잘 오지 않을 것 같은 마을에 신라면 박스에 뭔가를 잔뜩 가져 오신 한국 수녀님, 4인가족, 그리고 두 남자분까지 정말 놀랍게 많은 한국인들을 만난 듯 하다.
하지만 외지 손님들이 잘 오지 않을 것 같다는 말은 틀린 말이다. 이곳은 성 프란체스카의 성지였기 때문에 가톨릭 신자들이 1년 내내 발길을 끊이지 않고 오는 곳이니까.
정말 아름다운 마을 아씨시.
언젠가 이곳에 돌아와 여생을 마치고 싶다고 했던 어떤 노부부의 꿈처럼...나도 그러고 싶다.
뭔가 심각한 얼굴로 포커를 치고 있는 아씨시 지역 주민 아저씨들.
저 창문안에는 먼 곳에서 기도를 하러 와서 몇일 몇달씩 지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영화속으로 들어온 듯한 골목들이 따닥다닥 붙어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별로 없다.
기도하러 온 사람들은 조용히 안에 들어가 있어서 그런것인가.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아씨시의 석양.
하루 반나절 함께 여행한 두 남자분. 명절 때 마다 둘이 세계여행을 한다는..두분. 절대 이 두분은 이상한 관계가 아니랍니다. (이 말이 더 이상한가)
지금쯤은 각자 짝을 만나 그 분과 여행 하고 계시겠지...
여행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반갑다. 사람들은 모두 일탈을 꿈꾸며 여행을 하지만 그 안에서도 우리는
말벗이 되어줄 동행을 만나게 되면 반가운 법이다. 어차피 사람은 혼자 살 수 있는 동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인연이 여행 후에 이어지지 않아도 섭섭해 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그 정도는 알 만한 나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