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PING
두번째 찾아온 함허동천
작년 텐트 사서 처음으로 갔던 곳. 함허동천 캠핑장.
아무것도 모르는 신랑에게 리어카를 끌고 산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말을 안해줬다가 나에게 배신감 느끼고 두고두고 그 얘길 하고 있다.
그때 '백패킹 모드 되면 오자' 했던 곳.
이제 갈 수 있겠지 하여 오게 되었다.
금요일 오후 퇴근하자마자 집에서 간단히 챙겨 함허동천에 저녁 9시 도착. 네비가 가르쳐 주는 길 말고 샛길로 왔더니 금새 도착. 차도 안 밀리고...출발이 좋다.
난 이미 어디로 가야지 좋다라는 걸 조사하고 계속 올라가고 있는데 신랑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지난 번 거기가 위치가 좋던데 여긴 어디야. 왜 계속 올라가. 아 힘들어..땀이 비오듯 해" 불만이 넘쳐 흘러나온다.
나도 힘이든데 계속 투덜되는 남편님에게 마지막에 'stop complaining!' 한번 외쳐준다.
가도가도 좋은 자리는 안 보이고 그렇다고 포기하기엔 그리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 같지 않아서 무작정 계속 올라가본다.
어느 순간 불빛이 사라지고 반딧불들이 나를 인도해준다. 그래 조금 더 올라가보자...했는데 너무 깜깜하여 무서워진다.
다시 내려가서 위에 더 이상 자리 없나봐 라고 말하는 순간 한 분이 "있어요. 더 올라가면 자리 있어요"
그 말에 다시 기운내고 올라가본다. 가장 꼭대기까지 신랑이 가보더니 와서 자리를 보란다.
딱 맘에 든다. 그깟 하루 묵을 우리의 보금자리 정하는 일도 이리 힘든데...그러다가 너무 맘에 드는 자리 발견하면 힘들게 올라오던 시름이 다 사라진다. 그제서야 신랑의 얼굴에도 미소가 돈다.
우리의 짐은 더 줄여야 했던 것이다. 백패킹 모드라고 하지만 무거운 에어매트와 먹거리들을 짊어지고 갔으니...
저 무거운 가스랜턴까지 가지고 올라오다니...
쉽고 빠르게 설치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올라오느라 땀 범벅된 남편의 옷도 빨래줄에 걸어 말려보고
저 아래 희미하게 마을도 보이고 바닷가도 보인다.
내일 아침 펼쳐질 풍경에 기대가 된다.
나는 문을 열어 놓고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시원한 바람을 맞고 누워있다.
고가의 그 어떤 호텔보다도 좋다.
캠핑을 하다 보니 이나라의 아름다운 자연이 모두 나의 정원이라도 된 듯 하여 부자가 된 느낌이 들곤한다.
꼭 내가 사서 나만 갖는 정원이 아니라 이렇게 함께 갖을 수 있는 정원이 더 좋은 듯 도 싶다.
함허동천은 선착순이다. 아래쪽 사이트는 오토캠핑이 주를 이루며 유원지 기분이 날 정도로 사람이 많다. 그래서 이곳은 평가가 극과극인듯 하다.
캠핑의 묘미는 한밤중과 새벽 이름 아침.
항상 6시 전후 하여 잠을 깨는 나는 캠핑장에서도 가장 먼저 일어나는 사람.
고생한 만큼 확실히 좋긴하다.
이렇게 날짜 표를 받아서 자리에 부착하면 된다.
나가야 하는 시간이 따로 없고 그날짜 안에만 나가면 된다.
연박하려면 2천원만 더 내면 되고.
훌륭하다!
남편의 아침 요리는 김치 참치 볶음. 맛있는데 양이 너무 모자르다...-.-
내가 아무리 양을 줄여 소식해야 하지만 이건 너무 작아요.
밥도 나는 잡곡밥 신랑은 흰쌀밥
흰쌀밥이 안좋다고 그렇게 얘기해도 굳이 흰쌀밥을 드시겠다는 남편.
위로 올라오면 확실히 리빙쉘이 안보이고 모두 좌식모드에 알파인이나 가벼운 티피텐트류이다.
이곳은 리어카 들고 오기엔 오바인듯.
굳이 들고 오겠다면 말릴 사람 없지만 말이다.
그런데 우리 옆집은 이 꼭대기까지 저 리어카에다가 리빙쉘을 쌓아서 가져 왔나보다.
대단하다고 할 밖에...
아침일찍 등산로를 따라 좀 올라가 볼까 하다가 텐트에서 자고 있는 남편이 찾을 듯 하여 돌아온다.
역시나 아름다운 풍광이다. 옆의 산봉우리가 눈앞에 바로 펼쳐지는 이 곳
지리산 한복판 만큼이나 좋다.
여행도 인생도 짐을 줄이는 연습을 많이 해야한다. 매번 여행하며 느낀다.
다음 번에는 더 줄여서 자연속에서 치유받으며 있다가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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