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예산 여행 중 가보려고 생각했던 곳은 여러곳이다.
느림길도 걸어보고 (너무 더워서 패스)
휴양림도 가보고
분례길도 걸어보고
추사고택도 가보고
온천도 하고
어죽 빼고 곱창도 먹고 광시 한우도 먹고 산채비빔밥도 먹자~~
했는데 결국 너무 덥거나 폭우로 인해 하고 싶은것 반도 못했다.
역시 무계획 여행은 이런 리스크도 감수해야한다.
방문자센터에 도착하여 민박집도 알아보고 지도도 얻어본다.
너무나 친절하게 직접 차로 민박집까지 보여주시며 끝까지 웃음으로 안내해주시던 해설사님.
예산에서 만난 모든 분들이 친절했던 듯.
2코스를 가보려고 했으나 너무 더워 둘다 포기~
이름도 이쁘다. 느린 꼬부랑길 코스
결국 다시 돌아와 민박집을 소개 받았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 포기. 다른 곳을 알아보자~
모텔은 싫고 펜션은 너무 비싸다.
아니, 우리처럼 매주 여행다니는 여행객에게 펜션은 사치로 까지 느껴진다.
매번 너무 저렴하게 좋은 데 있었나보다.
느린 걸음으로 마을을 돌아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날을 잘못 골랐다.
슬로우 시티 대흥마을
가을에 다시 와야지!
마침 주차장 옆에는 장이 섰는데 다들 너무 더워서인지 파실 의욕이 사라지신 듯.
예산에 왔으니 사과를 먹어야 하지 않겠어요?
남편은 사과를 '한 개' 사서 나에게 준다.
안되겠는지 다시 가서 '한개 더' 사 온다.
오랜만에 뻥튀기도 보고.
덥지만 않았으면 한 봉지 살 마음이 생겼을 텐데...
슬로우시티는 담양에만 가봤는데 이번에 책자를 보니 한 10군데 정도 되는 듯 하다.
지자체들마다 그 지방에 하나씩은 만든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충청도야 말로 슬로우 시티와 가장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너무 더워 미쳐가는 중
우리는 다시 어디로 떠날까?
그래 수덕사, 그리고 내가 너무 보고 싶었던 수덕여관으로 가자.
가는 길에 이름도 재밌는 둔지미마을의 구멍가게에서 나의 페이보릿 누가바 하나 사 먹고
수덕사로 가는 길은 나무들이 먼저 반겨준다.
아무리 태양이 뜨거울지라도 나무가 있는 곳이라면 좋다.
드디어 수덕사 도착
역시 숲으로 들어오니 공기가 다르다.
남편이나 나나 술을 좋아했다면 분명 이곳에 앉아 막걸리 한사발 마셨을 것이다.
이럴땐 참 아쉽다.
수덕사 앞에는 이렇듯 가게들과 산채비빔밥 식당들이 즐비해 있다.
덕숭산 안에 자리잡은 수덕사는 백제의 고찰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새 수리를 너무 많이 하여서 고찰의 느낌이 별로 없다는게 아쉽다.
빨간 고추가 햇볕에 타닥타닥 잘 말라간다.
수덕사 미술관안에는 그림들이 있는데 사찰 옆에 이렇게 미술관이 있는건 흔한 일은 아니지만
왠지 이응로 화백의 발자국이 있는 이곳이라면 하나도 어색하거나 특이하지 않을 것 같다.
돌에 이렇게 이쁘게 글씨를 새길 수 있다니...
악필인 내겐 너무나 부러우며 대단한 일.
미술관에 나와서 조금 걷다 보면
오늘 내가 이곳에 오고자 한 이유인
'수덕여관'이 있다.
.
절 안에 있는 여관이라...무슨 사연일까.
동양미술사의 한획을 그은 이응로 화백의 숨결이 느껴지는 그런 곳이다.
그는 이곳을 운영하면서 실제로 온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어 작품으로도 남겼다고 한다.
한때 손님도 받고 산채비빔밥을 팔던 곳이였는데 지금은 수덕사가 매입해서 복원하였다.
지금은 템플스테이 공간으로 이용된다고 한다. 기회가 된다면 저곳에서 하루 묵어보고 싶다.
정치적이유로 수감생활도 하고 친일이란 얘기도 듣고 험난한 시절을 예술가의 삶으로 살아낸..인생 자체가 드라마틱하셨던 분.
그리고 또 한 사람. 나혜석
프랑스에서의 불륜으로 이혼을 당한 나혜석이 전국을 떠돌다가 이응노 화백과의 인연으로 이곳으로 들어왔다.
수덕여관으로 가면 그녀의 자유로운 영혼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도 갖고 있었다.
지금은 흔적도 찾을 수 없는 수덕여관.
그래도 예술가들이 이곳으로 모여들었다는 생각에 풀 한포기 조차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이 평상을 보자마자 남편과 눈이 마주쳤다.
"앗, 데크?"
적당한 캠핑사이트를 찾느라 약간 멘붕인 상태인 우리.
이것도 병이다.
수덕여관을 뒤로 하고 좀더 올라가면 수덕사가 보인다.
맨 위로 올라서니 산으로 둘러쌓인 수덕사가 한눈에 보인다.
아마도 열심히 우리의 숙소를 검색중일거 같은 남편
첩첩 산중이구나.
내려오며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보던 우리는 이미 지쳤다.
배도 고프고 숙소도 못 찾고.
일단 먹자!
산채비빔밥은 이 안에서 대부분 7천원인데, 이왕이면 수덕사를 나와서 있는 식당에 가는 것이 좋다.
우리는 너무 배고픈 나머지 다른 생각할 여유를 잃어버린 상태였기 때문에..-.-
(배고파서 손도 좀 떨린듯)
이 메밀빈대떡은 맛있다. 부드럽고 따뜻하고
밥이 좀 부실했다. 난 입맛도 잃어 몇 숟가락 뜨다 말고 다시 일어선다.
남편 : "그냥 모텔가자"
나 : "모텔은 죽어도 싫어"
남편 : "오빠 못믿어?"
-.-;;
뭐 이런 대화를 하면서 머리를 짜 보다가 마침내 샤워를 할 수 있는 캠핑장 발견!
자리도 있다는 얘기에 브라보를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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