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PING
영동 송호리 국민관광단지
과연 소나무가 많은 동네다. 차를 타고 가다 보면 쉽게 볼 수 있다. 이렇게 키 큰 소나무는 500년 이상 자란 나무들이다. 금강 옆에 소나무 숲이 장관이다.
다만 국민관광단지란 이름으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와서 더럽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사람들의 쉼터가 되어주니 고마우면서도 미안하다.
한쪽엔 이런 방갈로가 있는데 안에 에어컨은 없을 것이고 더워 보인다...1박에 2만원이라고 한다.
보기만 해도 눈이 시원해지는 소나무 숲. 이곳의 크기는 가늠이 안될 정도로 넓다. 아마 그 중에서 사이트는 1/3만 쳤나보다.
우리가 1박 한 이용요금은 3500원이다. :)
강가에 위치를 잡는 것이 명당이라고 하는데 사람들과 좀 떨어져 있다는 것 말고는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물기있는 잔디를 걸어다녀야 하는 일도 작은 날파리 같은 벌레들이 날라 다니는 것도 별로이며 그보다는 소나무 숲 사이에 자리를 잡자 하여 자리를 옮겼다.
소나무 숲 사이에 누가 곱게 물길을 파 놓았다. 우리는 그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하였다. 덕분에 남편의 수고를 덜었다.
온 몸을 땀에 사우나 한 남편이 완성한 사이트. 텐트 완성은 20분이면 되는데 만들어 놓고도 각 잡느라 1시간은 걸리는 것 같다.
따라다니며 부채질 좀 해주다가 구석의 릴렉스 체어에 앉아 쉬다가...나는 더위를 먹었는지 기운이 점점 떨어진다. 그냥 앉아서 쉬었으면 좋겠다. 어서어서 설치를 끝내야 하는데...
사이트를 구축하고나서 샤워를 하고 캠핑장을 돌아본다. 약간 흐린 날씨에 구름만이 멋있게 금강위를 흐른다.
한쪽에만 바글바글 몰려있지 나머지 광활한 사이트들이 모두 비어있다. 간혹 텐트 한동씩을 보기도 한다.
조용히 흐르는 금강위로 비가 내린다. 몇 달전 이곳에서 있었던 사고는 벌써 잊혀진듯 하다. 자나깨나 조심조심.
특히 야외에 나가서 들뜬 마음에 아이들이 사고를 치기 쉽다. 부모들도 야외에 나왔다고 '자~ 맘껏 뛰어 놀아라' 라고 버려두기 쉬운데 그럴때 사고가 난다. 남의 가족까지 파탄나게 했던 한 아이의 물놀이 사고. 정말 마음이 너무 아프다.
다음 날 캠핑장의 아침에 해가 비춘다. 6시면 어김없이 깨어지는 탓에 (밤에도 일찍 자니) 혼자서 캠핑장을 둘러본다.
역시나 부지런한 사람들이 일어나 책을 보기도 하고 아침식사 준비를 하기도 한다.
이웃을 잘만나야 한다. 몇 가족이 함께 와서 아주 커다란 행사용 타프를 칠때 알아봤다. 텐트 3개를 치고 그 어마어마한 타프를 칠때 신랑에게 "저 사람들 오늘 밤새 술 마실거야" 했는데 정말 새벽까지 술 마시고 큰소리로 얘기를 했단다. 밤 깊은 소나무 숲에서는 꽤 멀리까지 소리가 퍼져 나간다. 그들은 그들의 목소리가 그렇게 크게 들릴지 몰랐을 거고, 조용하고 어두운 주위가 마치 '사람 하나 없는'듯 느껴졌으리라...
우리는 항상 캠핑 가면 영화 틀어 놓고 20분도 되지 않아 잠이 든다. 물론 아침은 6시쯤 깬다. 둘다 술을 마시지도 않고 난 원래 초저녁잠이 많고, 다행히도 한번 자면 업어가도 모르기 때문에 불편없이 텐트 안에서도 잘 잔다.
신랑은 그 시끄러운 가족 때문에 도중에 깼었나보다. 아침에 일어나니 "당신 말이 맞았어" 란다.
공공장소를 함께 즐겁게 이용하려면 일본의 '메이와꾸'정신이 절대 필요하다. 남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된다는 정신.
이렇게 말하고 나니 일본의 캠핑장 모습이 너무 궁금하다. 상상대로 저녁에 술먹고 시끄럽지 않을것인지 아님 그들도 똑같을지...
일본 친구를 보면 뭐 다를거 없을거 같기도 하고. ^^
철수를 하는데도 비가 후두둑 쏟아지기 시작한다.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한다. 이제 그만 송호리를 떠날때가 되었다.
살다가 때때로 이곳의 높은 소나무들을 기억하게 될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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