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윤이가 드디어 240일 8개월이 되었다.
그리고 나의 친정 엄마는 앓아 누우셨다.
임신한 사실을 알고 부터 함께 노심초사 하고 작은 태동에도 신기해 하며 까맣고 하얗기만 한 태아 사진을 핸드폰에 저장해 놓고는 하루 종일 보시던 엄마는 산후 조리원도 가지 않는 딸과 귀하디 귀한 세상에 하나 밖에 없을 손녀를 위해 산후 조리를 기꺼이 해주셨다.
3개월이 되기 전에 회사에 나가야 하는 딸을 위해 다시 하루 종일 다윤이를 봐 주셔야 하는 상황이 왔고,
그렇게 이뻐 하는 손녀인데도 금요일 저녁이나 토요일 아침이 되기 무섭게 빚에 쫓기는 사람 마냥 집으로 돌아가셔서 휴식을 취하셨다.
난 주말동안 고작 2박3일 내가 보면서 주말 끝이 되면 몸이 항상 녹초가 되었고 다시 엄마 손에 맡기게 된다.
평일이라고 쉬운 것은 아니다. 예전 같으면 출퇴근 만으로도 힘들어서 어쩔때는 퇴근 후에 밥도 먹지 않고 씻지도 않고 그냥 그대로 깊고 깊은 잠으로 빠졌다가 다음 날 출근 하기도 하는 나는 "아 난 결혼 어떻게 하나 애는 어떻게 보며 일을 한다는거지?" 라는 엄청난 미래 걱정에 휩싸이기도 하면서 나의 저질 체력이 걱정 되었는데...요즘 나는 퇴근 후 저녁을 먹고는 바로 다윤이를 봐주며 하루 종일 같이 있어 주지 못한 미안함을 채우려고 책도 읽어주고 장난감도 가지고 놀아주고 잠은 내가 업어서 재워주려고 한다.
다윤이 자는 시간 9시. 원래도 잠이 많은 나는 그 이후에 뭘 할 수도 없고 기력도 없다.
그저 제 한 몸 씻고 잠 자기 바쁜 워킹 맘.
건강검진 후 내 몸이 참 많이 망가졌구나를 느끼면서도 육아는 잠깐 멈춰질 수 없다는 사실. 내 한몸을 챙기기엔 나에겐 시간이 너무 없다. 몇일 동안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엄마와 남편의 도움으로 운동을 하러 가기도 했으나 그 시간이 다윤이와의 시간과 대체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이 시간에 내 몸도 챙겨야 하는건 맞는데 나는 다윤이와 더 놀아주고 같이 있어 주고 싶다는 생각.
매일매일 하나씩 늘어가는 아이를 보며 신기하기도 기특하기도 하지만...
난 절대 다윤이에게 일하는 엄마로서 미안한 마음 갖지 말아야지 했는데 어쩔 수 없이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
사실 아이를 키우면서 제일 잘못하고 있는 것이 (정상적인 엄마라면) '죄책감'이 아닐까 생각했다.
더 많이 사랑해주지 않아서, 더 좋은거 사주지 않아서, 더 같이 못있어줘서, 더 같이 못 놀아줘서...
(역시나 정상적인 엄마라면) 당신의 엄마로서의 사랑은 충분하다라고.
내가 다윤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올바르게 키우기 위해서 늘 '몰입하지 말 것'을 생각하는데.
엄마들(주로 첫째 아이를 둔)은 아이에 몰입을 하다 못해 일심동체가 되어 내가 갖고 싶은 유아용품들을 모두 '아이를 위해' 사준다는 심정으로 최고급으로 장만하고 뭐든 '유난'을 떨게 마련인 듯 하다.
나는 그렇게 하지 않기 위해, 그 엄마들과 반대로 가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육아는 참견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듯 하다. 내가 남의 육아 방식이 맘에 들지 않거나 (그러면 어떻게 하려고) 나의 육아 방식이 최고라고 할 수 없듯..여기서는 누구든 '오지랍 금지' 모드 -
난 내 아이를 누가 뭐래도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고. 그 아이를 위하는 일이 어떤 일일까 하나하나 늘 선별하여 결정 해야 하는 최고 결정권자이기 때문에 흔들려서는 안된다.
난 몇권 밖에 되지 않지만 육아 서적을 읽어보고는 어떤 테크니컬한 문제가 아닌 경우에는 그런 육아 서적 따위는 쓰레기통으로 버리고 싶다.
때론 소아과 의사들이 얼마나 피곤한 직업일까 생각할 때가 있다.
그들은 하루 종일 "얘가 먹다가 토를 해요. 우유도 유기농으로만 먹이거든요" 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영유아 건강검진에 갔을 때 의사는 갑자기 "무슨 우유 먹여요?" 했고 난 "그냥 ** 분유요" 했더니 그제서야 "유기농 필요 없어요. 다 분유회사들 장난이에요. 영양가 차이? 그런거 없어요" 하시며 흥분을 하시는게 아닌가. 속으로 '아니 전 유기농 안먹인다고요' 했으나 의사는 "분유 비싸고 싸고 그 영양소 다 비슷해요. 어차피...조금 더 비싼 분유 먹이면 더 건강해지는 줄 알고..."라며 나에게 일장 분유 교육을 해주셨다.
육아 문제에 예민하게 하나하나 신경 쓰면 아이를 더 잘 키운다고 생각하는 엄마들은 모든 육아 마케팅의 너무나 훌륭한 vip 호갱님 되시겠다.
나는 아직까지는 육아에 있어서 쉬운 단계라면 쉬운 단계 일 수 있다.
그저 '사랑'과 '영양분 골고루의 이유식'과 몇가지 '장난감'으로만으로 놀아주면 된다.
하지만 다윤이가 자라나면서 훨씬 더 많은 교육의 기회(?)와 유혹(?)이 있을 텐데 여기서 난 어떻게 결정을 내리며 다윤이가 행복하게 자라날 수 있을까 해야하는 고민들은 여전하다.
다만 한가지 '엄마가 흔들리지 말자'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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