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다윤이의 첫번째 생일이 왔다.
돌잔치는 원래 하지 않고자 하는 강한의지로 하지 않았고, 다행히 양가 어머님들이 다 흔쾌히 승낙해 주셨다.
엄마는 유일무이한 손주인데도 그렇게 하라고 하셨고, 어머니는 세 번째 손주인 만큼 넘어가 주셨다.
그리하여 다윤이는 스튜디오에서 사진만 찍고 가족들끼리 식사 하는 것으로 했다.
스튜디오 사진
나의 증명사진을 찍어준 동네 사진관에서 굳이 다윤이 돌사진을 찍고 싶다는 남편의 바람에 따라.
(그 사진이 좀, 아니 많이 잘 나오긴 하였다)
인천의 한 동네 사진관에서 찍게 되었다.
다윤이는 이날 따라 오랫동안 서서 포즈를 취했는데
지금도 신기한건 저 아얌을 벗지 않았다는 점. 집에서는 머리에 뭐 씌우기만 하면 1초도 안되어 벗어 던져버렸는데, 저 상태로 서서 한참을 서 있었다.
뭔가 옛스러운 사진을 찍고 싶어서 주문을 하였다.
'엄마 아빠의 돌 사진처럼 찍어주세요.'
알듯 말듯한 모나리자 미소를 보이는 다윤양.
엄마의 바람대로 70년대 돌 사진 같구나-
아얌을 벗는 순간 아들에게 딸의 한복을 입힌 듯한.
식당에서 앉혀 놓았더니 스스로 박수를 치며 흥겨워 한다.
또 찍어야 하냐며 이제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하는 다윤.
호주에 있는 친구에게 온 소포.
선물도 고맙지만 실은 20년만에 본 친구의 글씨가 왠지 뭉클했다.
아 보고 싶어라...
2014.2.14
오늘은 진짜 생일이고. 사촌오빠들과 할머니, 작은아빠들 작은엄마들과 함께 식사 하는 날.
정녕 아들 같은 사진이 나왔다.
다윤이의 외할머니가 차려주신 아침상.
그리고 도착한 서울의 한식당.
아침부터 아빠와 예방주사를 두대나 맞고 엄청나게 울었다는 다윤이.
의사 선생님이 주사를 다 놓고 나서 "오늘은 어디 가지 마시고 집에 계세요. 칭얼 댈 수도 있고, 열이 날 수도 있어요" 라고 했단다.
하지만 다윤이는 그 어느 때 보다도 즐겁게 놀았다.
저 꼬맹이의 에너지를 내가 못 이기다니..
다윤이는 돌잡이에서 청진기를 잡았다.
분명 신발 끈을 놓았으면 신발 끈을 잡았을 것이다.
안 놓길 다행이다.
엄마의 바람을 살짝 말하자면 엄마는 의사 말고 예술가가 되었으면 좋겠고.
아빠의 바람은 여전히 엔지니어란다.
사촌오빠들이 어찌나 다윤이를 귀여워 해 주는지.
좀더 크면 얼마나 더 이쁘게 놀까 너무 기대된다.
이렇게 셋이 찍은 사진을 보는데,
아이 셋 낳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쌍둥이를 낳지 않는 이상 아이 셋은 무리겠지.
아 너무 이쁘다.
아이들 노는 것 보면 더 낳고 싶어진다더니 딱 그 마음이다.
단체 가족사진을 찍은 후
엄마들과 아이들만 찍은 이 단체 샷
다윤이가 너무 움직여서 목마를 태우려고 했는데 처음 태우는 거라 힘이 들더라.
옆에 아들 엄마들은 더 무거운데도 번쩍번쩍.
역시 연륜이 이런거구나.
그래도 나의 망가짐으로 즐거운 가족사진이 탄생했다.
다음 날.
막내 서방님네와 함께 파주 헤이리 마을을 갔다.
그나마 가까운 곳이라서 갔는데 딱히 재밌는 것은 없어서
아쉬웠다.
끝으로.
다윤이가 흥분해서 놀다가 내 팔을 확 낚아 채더니
이렇게 물어놨다.
증거용 사진으로 남김.
자 이제 다윤이의 새로운 스테이지로 들어간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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