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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ap Diary/꼬물꼬물

10개월

딸이 밤에 자다 낑낑 소리를 낸다.
논스탑으로 잘 자는 운 좋은 날도 있지만
이렇게 대부분은 한번 낑낑 거린다.
이때 토닥여서 재워야 하는데 좀처럼 쉽게 잠에 들지 않는다.
인내심 없는 부모는 그저 분유를 그 작은 손에 쥐어준다.
그럼 자신이 마시고 싶은 만큼 마시고는 다시 잠에 빠져든다.
결코 분유병을 물고 잔다거나 자다가 다시 마시다가 하지 않는다.

덕분에 나는 잠이 깨버렸다.

잠 자는 아이의 얼굴을 한참 쳐다본다.
흐릿한 조명에 비치는 아기의 얼굴은
너무 평화스롭고 사랑스러워서
순간 내 머릿속에 근심 걱정 따위나
앞으로의 고민은 멀리 사라지고

우주 속을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 들고 만다.



넌 어디서 왔니?
넌 어떻게 우리 한테 왔니?
넌 어쩜 이렇게 사랑스럽니?

눈물이 날거 처럼 행복하다.

아침이 되자 나보다 눈을 먼저 뜨고 깨운다.
뺨을 사정없이 내리 친다.
귀에 대고 알 수 없는 소리도 친다.
그래도 너무 좋다.

졸립긴 한데 일어나 버려서 엄마 아빠의 새벽맞이에 동참한다.

이렇게 문을 살짝 열어놓고 샤워를 하고 이를 닦고 머리도 말리면 꼼짝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며 구경을 한다.

중간중간 눈을 맞추고 말을 건네 주면 팔다리를 흔들며 좋아한다.

어쩔 때는 샤워 하러 들어가면서 문을 닫고 갔는데 한참 씻고 나왔더니 그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보고는 팔짝 뛰면서 안아달라고 팔을 벌리기도 한다.

그저 사랑스럽다. complete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