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이 1박2일에 나온 산이란 것도 모른 체 다음 산행은 월출산이란 말에 오케이를 크게 날리고 나서 생각해보니

아 맞다. 이승기가 힘들게 올라갔던 그 월출산이구나. 생각이 났다.

구름다리도 멋있었던게 생각이 났고. 그래서 떠난 1박 2일 여행.

새벽에 떠난 버스는 아침에 광주에 도착하였다. 다시 영암으로 가는 버스를 갈아 타고 들어가서 민박집에서 나온 사장님의 에스코트를 받고 민박집으로 향했다.

미리 말씀드려서 산행에 필요한 점심을 준비해주신 덕에 옷만 갈아입고 짐을 가볍게 다시 챙긴 다음 월출산으로 출발.

흠...만만한 산이 아니네... "언니 우리 언제 밥 먹나요?' 배가 고팠다.

구름다리가 보이는 순간 같이 보인 '정자'는 점심식사를 할 수 있는 자리였다.

모두들 여기에서 도시락을 푼다. 바람도 제법 불고. 주먹밥과 장아찌, 김치를 너무 맛있게 먹고서 짜잔~
지윤언니가 산 '머그컵' 개시. 세개를 사서 하나씩 받고 첫잔을 건배했다.

와~ 좋구나.  금방 식고 흐물해지는 종이컵 따위와는 비교되지 않는 이 간지.
보온도 오래 되고. 비록 7천원짜리 컵이지만 우린 "와..정말 좋아요"를 연발했다.





점심을 먹으니 눈에 들어오는 아래 나주평야. 바로 교과서에서만 보던 나주평야다. 끝없이 펼쳐진 논밭.





이것이 바로 구름다리다. 아찔하지 않은가? 재밌다.


한 국립공원 아저씨가 쓰레기 봉투를 들고 산을 오른다.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 치우느라 여념이 없다.
왜 산에 쓰레기를 버리는지....차라리 보이는 곳에 버리면 치우기라도 하는데 버리는게 부끄러운건 알아서 찾을 수도 없는 바위틈이나 멀리 손에 안 닿는 곳으로 휴지를 버리는 사람이 있다.
제발 자기가 만든 쓰레기 잘 들고 오자.






"이제 부터 시작이라고요"

신발끈 단단히 묶고 구름다리를 출발하다.





어떻게 올라갔는지 기억이 안난다. 다만 산행 다녀온지 3일이 지나서도 걸음을 제대로 못걸을 정도라는거.
근육들이 단단히 놀란듯 하다. 병원엘 가야하나...이렇게 힘든 산인걸 몰랐던거지. 모르면 무식하다.

어떤 아저씨 온갖 인상 쓰며 올라오는 나를 향해 한마디 하신다.
"아이구 마...얼굴이 씨래기네 씨래기...."

씨.래.기.

세상 살다 처음들은 '얼굴이 쓰레기'....



그렇게 힘들게 쓰레기 얼굴을 하고 올라선 정상. 거의 죽을 지경이다.


정말 거뜬하게 올라가던 민희 "언니..귤 먹어요" 라고 '이 정도는 저한테 동네 뒷산이에요' 란 저 여유만만 표정.
저 뒤에서 씨래기 얼굴을 하고 불쌍하게 먹고 있는 이여사.



뭐 어쨌거나...정상은 아름답다. 언제나처럼.








이곳이 우리가 묵은 한옥. 사장님 부부가 너무 친절히 잘해주셔서 우리는 편안히 오고 가고 했던거 같다.
마지막에 핸드폰 연결이 안되자 우리가 실종되었는지 알고 거의 경찰에 신고 하려고 까지 했다는 두분.

그 시간에 우리는 산에서 내려와 영암온천서 따뜻한 물에 몸 담그고 한숨 자고 있었다는..

죄송합니다.












방안도 너무 따뜻하고 무엇보다 반찬들이 너무 맛나다. 남도의 맛!!


다음 날 우리는 진정 'Back packer'의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짐을 짊어지고 길을 나선다.
이 길로 쭉 가면 국화 축제 하는 곳에 갈 수 있다는 말에 30분 정도 걸어 간거 같다.

지도도 보면서 뭔가 유럽 배낭여행이라도 온 듯한 느낌은 또 그  경험 이전에 대학교때의 느낌과는 다르다.
나이 들고 경험을 많이 한다는 건 확실히 좋은 것이다. 생각이 더 깊어지고 넓어진다.









가을날씨...초겨울날씨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좋다. 태양은 따뜻하고 바람은 차고. 가장 좋아하는 날씨.














거리는 깨끗하고 조용하고 길게 뻗어 있다.




이 한옥은 어떤 집인지 상당히 궁금증을 만들어냈는데...이유는 지붕은 완벽한 한국식이나 저 대문이나 대청마루의 유리문, 정원 한가운데에 떡 하니 있는 굴뚝은 어쩐지 일본식이 아닌가...정확히 말하면 일본의 근대식?

아무튼 너무 이쁜 집이었다.



저 나무..나이는 300년이다. 우리가 죽고 또 다른 세대가 지나가도 살아서 저렇게 저 자리를 지켜주겠지..하는  생각.
그 앞에 지윤언니의 모습은 정말 작아보이는구나.




길을 걷다가 국화 축제장 앞에서 파는 작은 장터를 만났다. 밤과 국화빵을 사서 옆에 있는 공원으로 갔다.
각자 갖고 있는 깔개를 깔아 앉고 숙소를 나서면서 채운 뜨거운 물과 커피를 각자의 컵에 따라 또 한번의 간식과 여유.

이런 작은 재미가 정말 여행의 맛이다.
이 컵은 지윤언니의 로망이었단다. 지난 번 소백산 단양 캠핑이 나의 로망이었고. 이제 민희의 로망은?

눈오는 겨울 캠핑이란다. 텐트를 열고 나오면 하얗게 쌓인 눈으로 아침을 맞고 모닥불을 피우고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것이 바로 민희의 로망.

"그래! 담에 너의 로망을 채워주마~!"





우리가 도착한 곳은 독천. '갈낙탕' 갈비와 낙지로 만든 탕이다.

이 갈낙탕을 먹기 위해 우린 독천으로 왔다. 예전보다 값이 비싸지고 양은 작아졌다고 하는데..기대된다.


독천은 조용하다. 일요일 아침의 장터는 더더욱 조용하다.











한 아저씨가 책을 열심히 읽고 계신다. 정말 의외의 풍경인데 참 평화 롭게 보인다.
추운데도 햇볕을 쬐며 책을 읽는 재미에 빠진 아저씨.





모터사이클 동호회 아저씨들이 달린다. 결국 이 분들 식당에서 다시 만났다.


가장 유명한 독천식당.





낙지꼬치...맛있다.



이게 바로  갈낙탕. 보기엔 그저 그런다 사실 맛은 있다. 이게 없어진 '맛'이라면 그 전엔 얼마나 맛있었을까.
다만 너무비싸다. 이게 1만5천원. 갈비 한조각 달랑.

섭섭하다...











이곳에서 우린 이제 목포를 향해 간다.





표 받는 아저씨가 "아이구 답답시려라...말귀를 못알아듣네" 라고 했단다. 우리도 무슨 말인지 정말 못 알아들어요. 아저씨~~



목포는 항구다.

그러나 여기는 호수다. 평화광장의 호수.

자전거를 타자고 하는 여인 둘과 자전거를 못탄다고 하는 여인 한명이 선택한 것은 바로 이 자전거. 시클로 같은 이 자전거다.

30분에 9천원으로 1천원 깍고도 김 모양은 10분이라도 더 타겠다며 아주머니께 애교를 부리는데...
타고서 바로 후회했다는.

난 너무 다리 아파서 잘 걷지도 못하기 때문에 가운데 앉고 양쪽에서 바퀴를 열심히 돌리는 두 사람은 산에서는 멀쩡하다가
자전거 타다가 다리가 굳어버리는 사태 발생했다.

30분은 아주 추~웅~분한 시간이다.






그 와중에 또 커피를 마시는 우리. 하하하...저 컵 정말 뽕을 뽑는군요.




우리의 자전거는 저렇게 주차를 해 놓았다. 다만 다시 탈때 후진이 안되어 손으로 후진해야하는..




이 호수의 데크는 정말 잘 만들어져있다.








돌아 올때도 일요일 저녁이라는 시간대로 인해 엄청나게 밀리는 버스. 6시간 30분이 걸렸다는.
산도 좋았고, 온천도 좋았고...끊임없이 먹는 것도 좋았고.
오랜만에 등산가방 매고 걷는것도 정말 좋았다. 큰 가방을 들고 고속버스에 탈때 유럽여행 다니던 때가 많이 생각나기도 하고.




이제 우리는 다음 민희의 로망을 채우기 위해 다음 여행 준비를 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