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숲으로의 여행을 떠나다
비가 내리는 토요일 아침.
눈을 뜨자 가을의 황금 같은 주말이 시작되었다는 알람이 울린다.
황급히 남편을 깨운다. 어디로 갈지 목적지는 정하지 않았다.
그 동안 가려고 마음에 두었던 곳 하나 꺼내 보니, 비가 그칠 생각을 않는다.
창밖에 비를 바라보며 그대로 주저 앉을 것인가 그래도 떠날 것인가 고민을 하다가.
1박 할 짐을 당일 소풍모드로 바꾸어 떠난다.
사람들은 오지 않는 산 속으로 들어간다.
그곳에 도착해보니 바로 아래에는 다닥다닥 붙어 있는 캠핑촌이 있더니 바로 위는 인적도 없고 비 머금은 숲의 향기를 내뿜느라 정신없는 작은 숲이 나온다.
이 향기에 취해 잠시 머물러 가자.
남편이 날 위해 사준 작은 난로
라고 꼭 쓰라고 몇번을 이야기 했는지 모른다.
요즘 남편이 자주 쓰는 말이 본인이 사고 싶은 걸 사 놓고
"당신을 위해 샀어" 란다.
포인트로 샀어의 새로운 버전이다.
어쨌든 그 덕에 발이 따뜻하여 한결 좋았다.
정자에서 보이는 작은 정원
비가 오지 않았다면, 맑은 날이었다면 S 체어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일도 근사할 것 같다.
라면을 끓여 먹고는 잠시 눕는다.
누워서 비 내리는 숲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멍하게 있기.
사실 멍하게 있다는건 중요한 일이면서 어려운 일이다.
머릿속을 비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생각을 비우는 일 그게 바로 명상.
다음에 오게 되면 어떻게 배치를 하여 어떻게 텐트를 치면 좋겠다는 구상을 해보다가
다시 누워 눈을 감고 빗소리를 듣다가를 반복.
슬그머니 골칫거리 하나가 머릿속을 어지럽힐 듯 하여 다시 마음 가다듬고
'나는 이곳에 쉬러 왔다'를 주문해 본다.
비가 잠시 그친 틈을 타 다시 배낭을 매고 내려와 차에 올라타고서
근처의 안성팜으로...
별 기대없이 갔다가 잘 해 놓은 시설과 경치에 '오~' 감탄
이국적인 건물들이 꽤 많은데 다 무슨 건물인지 모르겠다.
동물원 같은 곳은 이미 늦은 시간에 문을 닫아 그저 입장료 내지 않고 텅빈 팜을 돌아다녔다.
역시 이국적이다.
아무도 없는 해질무렵의 이 길을 우리는 무슨 얘기를 하며 꺄르르 웃어댔을까.
딱 데이트 하는 기분이다.
알고 보니 이곳에 별을 찍으러 많이 온다고 한다.
다음에 다시 와야 할 이유를 만들었다.
따뜻한 장국밥까지 먹은 뒤 집으로 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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