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네스의 노래
양미자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로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 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소리에
얼마나 가슴 뛰었는지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미자가 쓴 시이다. 이 부분에서 턱 하고 한숨이 나오면서 눈물이 주루륵 흘려 내렸다. 굉장히 복합적인 감정인데, 그분이 생각나서 울었고, 미자의 심정이 그대로 내 안에 들어와 서럽고 외롭고 두려워져 눈물이 흘렀다.
많은 사람들이 이 '시'에 대한 영화 리뷰를 훌륭히 썼기 때문에 리뷰는 생략하고.
인간의 죄책감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어졌다.
친구A는 일체의 '인간극장'류의 다큐를 싫어한다. 그런 영화도 싫어한다. 누군가 어렵게 사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대하는 것도 불편해 한다. 좋은것만 보고 싶은 인지상정이겠거니 이해도 해본다. 뭐 나는 안그런가? 좋은게 좋다. 하지만 싫은걸 못본체 외면 하면 안된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양심상 괴로워 한다. 영화속 미자처럼.
친구B는 타인에 대한 생각 자체에 무관심이다. 그래서 처음엔 순수해보였다.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이란 생각. 때론 철없어 보이지만 때가 안 묻었다라고 좋게 볼 수도 있는 일. 하지만 몇몇 일로 해서 그 친구와 나는 정말 같이 오래 갈 수 없음을 깨달았다. 기본적인 신념이 완전히 반대 에 있는, 아무리 내가 그 부분을 모른척 눈감는다 하더라도. 친구라는 이유로 애써 외면한다 하더라도 마지노선이란 것이 있다. 나도 꽤나 사람을 가리는 구나...
이창동 영화는 상당히 불편하다.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애써 외면하고 싶은 현실을 자꾸 보란다. 그래서 난 보고 나서 괴롭다. 그런데 괴롭다는 감정자체가 그래도 양심적이란 생각이 든다. 그냥 "저건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 대상" 이라고 접어버린다면 ..... 이 세상이 너무 빡빡하지 않겠는가?
마라톤을 하는 김효정이 말했다. "언니 저랑 안산에 난민 돕기 행사 안가실래요" 사실 선뜻 나서기 어려운 일(생각하기 나름이지만)을 쉽게 "오케이" 할 수 없을 정도로 난 양심과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싸우고 있다.
아마 대부분(이라고 믿고싶다)의 사람들이 그러지 않을까?
하지만 소수의 용기 있게 "오케이" 하는 사람들 덕에 그나마 세상은 따뜻하다.
사람이 옳게 살아간다는건 어려운 일이다. 신념을 지키는 일도 어려운 일이다.
박원순 변호사가 강원도의 한 한나라당 당원의 공천지원을 했다는 걸로 몰매를 맞고 나서 한말이 있다.
"민주당이 선이고 한나라당이 악입니까? 지역 발전이 우선입니다."
물론 이 말은 반박의 여지는 있다. 특히나 이런 상황에선.
하지만 난 상당히 그의 말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념에 갇혀서 정작 중요한 걸 잃으면 안된다. 정치인들이야 그럴 수 있지만, 적어도 우리 시민들은 그래선 안된다고 본다.
결국 한나라당을 지지 하더라도 적어도 4대강에 대해 지구를 위해서라도 생명을 위해서라도 반대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진정성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노무현을 지지했지만 이라크파병을 반대하는 것처럼 말이다.
옳게 사는 것. 나쁜걸 나쁘다고 용기 있게 말 할 수 있는 것.
깨어 있는 시민이 되는 길.
적어도 양심을 스스로 죽이면 안되는 일. 이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가치가 아닐까?
아 요즘 마음이 아주 괴롭다. 슬프다. 답답하다.
난 이쯤에서 적당히 마음을 접어둬야 하는 걸까? 내 스스로의 위안을 위해?
참 제대로 잘 산다는거 어려운거 같다.
이창동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세상의 아름다움이란, 존재자체로 있는 것이 아니고 삶의 고통, 더러움까지 껴안아야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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