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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감상하기/Film

[film] 레미제라블, 이제 다시 시작이다.


레미제라블 (2012)

Les Miserables 
8.2
감독
톰 후퍼
출연
휴 잭맨, 러셀 크로우, 아만다 사이프리드, 앤 해서웨이, 헬레나 본햄 카터
정보
드라마, 뮤지컬 | 영국 | 158 분 | 2012-12-18
글쓴이 평점  


내가 어려서 읽은 장발장은 그저 빵훔쳐 감옥가고 은촛대 훔쳤다가 주교의 용서로 개과천선한다는 아주 교훈적인 동화였다.

거기에는 그 외에는 별다른 감흥이나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하지 않았다.

런던에서 1여년 있으면서 내가 다니던 길에는 레미제라블의 전용극장이 있었다. 다른 뮤지컬들은 열심히 보았지만 레미제라블은 왠지 꼭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것이 지금 현재 가장 후회되는 일 중 하나다.

 

레미제라블, 2012년 대한민국 우리는?

 

영화를 보고 어려서 읽은 레미제라블은 첫째 내가 본 동화가 1/3밖에 되지 않는 내용이라는 것에 충격을 받았고, 두번째는 어쩌면 200년전 얘기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이렇게 동감할 수 있는 되풀이되는 아픔이라는 것이 놀라웠다.

그들은 실패했다. 우리처럼.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제목처럼 비참한 사람들(레미제라블)인가?


3시간 가까이 되는지도 모르고 봤다. 끝나고 보니 3시간이 지나있었다.

거의 끝 부분에서 바리케이트 위에서 혁명을 하다가 다음 날 죽은 시체들이 가지런히 놓여져 있는 장면이 가장 인상깊고 충격적이고 슬펐다.

그 장면은 사람만 프랑스인이였지 나에게는 광주 학생들로 비쳐졌고 왜 갑자기 프랑스뮤지컬 영화에 광주 학생들의 모습이 들어갔나 할 정도로 오버랩되었다.


또 하나 어린 가보르쉬가 마지막에 죽으면서 내뱉던 말 "어리다고 우습게 보지 마라, 우리가 크면....." 이라고 말을 다 잇지 못하고 죽을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이 몰려와 소름이 돋으면서 눈물이 나왔다. 


그때부터 눈물이 나오다가 마지막에 장발장이 죽고 난 후 모든 죽은 학생과 시민 혁명가들이 do you the people hear sing?을 합창할 때 그만 울음이 터져나왔다.

영화는 끝나고 자막이 올라가고 나는 일어나지 못하고 어린아이처럼 대성통곡 하고 울음을 쏟아냈다.


이렇게 영화를 보며 울어 본 것은 처음이었다. 당황스러웠다. 불이 켜지고 한참 지나 사람들이 나갈 때쯤 정신을 차렸다.


그 이후에 모두 함께 부른 이 노래가 계속 해서 귀에 울렸다.


분노한 민중들의 노래를 들었는가? 

다시는 노예처럼 살수 없다 외치는 소리를 

심장박동 요동쳐 북소리 되어 울릴 때 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

모두 함께 싸우자 누가 나와 함께 하나?

저 너머 장벽 지나서 오래 누릴 세상

싸우리라 싸우자, 자유가 기다린다.


Do you hear the people sing?

Singing a song of angry men?

It is the music of a people

Who will not be slaves again!

When the beating of your heart

Echoes the beating of the drums

There is a life about to start

When tomorrow comes!



Will you join in our crusade?

Who will be strong and stand with me?

Beyond the barricade

Is there a world you long to see?

 



 

법이 최고? 자베르

자베르는 법을 수호하는 경찰이다. 그에겐 민중의 아픔이나 왜 도둑질을 할 수 밖에 없는 가에 대한 인정사정은 없다. 그에겐 오직 법만이 절대적 가치이다.

얼마전 김용준 변호사가 인수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했던 말 "법치주의가 중요하며 우리나라도 앞으로 법을 무시하는 사람이 영웅시되는 풍조가 없어져야 한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법을 무시하고 영웅이 된 사람이 누구를 말하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평등은 가난한자와 부자를 동등하게 대하는게 아니라 좀더 약자에게 추를 둬주는것이라고 했다. 법대로만 한다면 이 세상에 얼마나 수 많은 장발장이 나올것인가.


우리에게 필요한 건 미리엘 같은 정치인

왜 빅토르위고가 대문호이고 이 소설이 이렇게 뮤지컬로 오랜 세월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이었을까, 그리고 왜 우리나라에서는 혁명 부분을 빼버렸을까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책을 샀다. 프랑스 혁명이 궁금하였고 전체 스토리가 궁금하였다.

1편부터 읽고 있는데 미리엘주교가 상당히 부자집의 아들이었다가 혁명 때 가문이 몰락하고 그 이후 주교가 되어 어떻게 덕망을 보였는가가 자세히 나온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보면 ‘빨갱이 신부’의 모습이다.


“무지한 인간에게는 되도록 많은 것을 가르쳐야 한다. 그들을 무료로 가르치지 않는 것은 죄악이다. 사회는 스스로 만들어 낸 음지에 대한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 우리의 영혼에 그늘이 지면 그곳에서 죄악이 태어나는 법이다. 죄인은 죄를 지은 자가 아니다. 누군가로부터 영혼 속에 고독을 선사받은 이들이다’

라고 말한다.


장발장에게 주었던 은촛대는 그의 대고모의 유물로 남겨준 것이었다는 얘기 등,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면 더 많은 것이 보일 거 같다. 


나는 한/영판으로 5권 시리즈를 샀는데 1권당 가볍고 얇아 5권이라 하여도 그리 부담되지 않는다.

그리 하여 영화 두 번을 보고 25주년 뮤지컬 라이브 실황을 티비로 보고 마지막으로 책을 읽는 것으로 할까 한다.





영화보다가 나가는 커플들도 몇 명 보이고, 코 골며 자는 사람들도 봤고,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인지 별로였다. 스토리가 너무 건너 뛴다라는  의견들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이 감동을 받고 힐링을 하였다고 했다. 나는 울고 싶은데 울지 못하던 것을 옆구리를 찔러 울게 해주어서 좋았던거 같다.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울음소리가 계속 이어졌는데 다들 우는 장면이 달랐다. 앤해서웨이 (판틴)이 I dreamed a dream 을 부를 때, 아이를 위해 머리를 자르고 이를 뽑을 때, 판틴이 죽을 때, 장발장이 죽을 때, 심지어는 쟈베르가 죽을 때 울었다는 아이도 봤다.


어쨌든 2012년 겨울 레미제라블이 사람들의 마음에 깊이 들어왔었다는 사실.


그들이 혁명에 성공하여 지금의 프랑스를 만들듯이,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하더라도 오늘의 실패를 역사로 고이고이 남겨 반드시 성공하리라...믿는다.

그래.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