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양수가 새는 느낌이 들어 급히 병원으로 갔다. 가면서 전화 했더니 바로 분만실로 가란다. (전에 있던)
갔더니 옷 준비해놨다고 입고 준비하고 있으라고 검사 해보겠다고 해서 옷 갈아입고 누워있는데 양수 검사는 안하고 바로 수액 링겔 꽂고 금식해야 한단다.
'아니 나 애 낳는것도 아닌데 왜 검사는 안하고 금식을 하라지?'
속으로 생각하고 있다가 간호사에게 나 양수 새서 왔는데 검사 안하냐니까 양수 터진거 아니냐고...-.-
갑자기 여 선생님이 오시더니 아주 반가운 목소리로 "애기 많이 키워가지고 오셨네요" 한다. 민망할 정도로너무나 반가운 얼굴로 인사를 한다.
기껏 퇴원한지 2주 밖에 되지 않았는데....
"저 양수 터진거 아니고 조금 샌거 같은데요..." 했더니 터진거 아니냐고 교수님도 지금 알고 계신데 수술 들어가셨다고.
33주에 양수 터져서 온 산모로 알고 계신것이다.
양수 검사, 소변검사, 내진, 초음파 다 검사 하고 나서 다행히 음성으로 나와 양수는 아닌 것으로 (갑자기 분비물이 쏟아진걸까?)
초음파상 양수도 적당하고 경부길이도 길고 꼬물이도 주먹 쥐었다 폈다 온몸으로 돌아다니며 잘 놀고 있다.
몸무게도 2.2킬로나 된단다. 정상보다 큰거냐니까 딱 주수에 맞는단다.
2.2 라고 하니 좀 안심이 된다. 아주 위급상황에서도 나쁘지 않은 몸무게다. 기특하게도 엄마는 부실한데 우리 아가는 참 열심히 놀면서 건강하구나-
그런데 문제는 양수가 아니라 자궁수축이 좀 잡힌다면서 배가 안아프냔다. 그냥 평소에 있던 정도라서 딱히 아프다는 생각없었는데...
아무래도 하루 정도 두고 보잔다. 진짜 입원하기 싫은데.
저녁 먹으려고 인슐린 맞고 구내식당에 내려가니 이미 문은 닫히고. 남편은 내가 저혈당 떨어질까봐 급히 음식 급조하러 나갔다. 설렁탕 하나 사와서 먹는데 정말 당이 떨어지는 현상처럼 너무 허기가 진다.
밥도 다 먹고 배부르게 먹고 났는데도 허기짐.
참 크래커 3조각 먹고 방울 토마토 좀 먹고...에라 혈당은 모르겠다 하고 먹고 나서 재보니 170
취침할때까지 내려가지 않는 혈당.
옆 침대에서 들리는 전화 내용은 32주인데 내일 수술한다고 한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하루하루 지날때마다 이제 곧 내 차례란 생각이 들고.
또 간호사가 잘못 알고 나에게 와서 '소변줄 꽂으셔야죠' 하는데 내 얘기가 아닌거 알면서도 순간 두려움이 급습해왔다.
정말 애 낳을때는 많~~이 떨리겠다라는 생각.
다음 날 아침, 신기하게도 공복은 낮다. 다행히도...
당뇨식단의 밥이 나오고 먹고 났더니 179.
아참, 난 아침에 한식 먹으면 튀었지..
다시 한번 깨닫는다.
교수님 와서 보시고 문제 없으니 퇴원하고 다음 주 월요일 보자신다.
하루 잠깐 입원비 15만원.
아주 병원에다가 요즘 돈을 갖다 바치고 있다.
콜택시를 불러 놓고 로비에 앉아 멍하니 생각을 해보니
만약 의료가 민영화 된다면 정말 생각하기도 싫다.
집에 와서 샤워 하고 다시 회사로 출근 -
하루에 10개 정도 쓰는 혈당지를 200개 주문하고, 배넷저고리, 내복, 속싸게 기타 등등을 폭풍 주문 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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