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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ap Diary/꼬물꼬물

[임신31주] 자궁수축과 혈당으로 입원하다.

2013년 12월 24일

어차피 연말 분위기 따윈 없었다. 모든 연말 모임은 불참이었고, 캐롤은 어디서도 흘러나오지 않았고, 설레이는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니였으니까...

 

그렇게 평일과 다를 바 없는 24일.

아침부터 배가 살살 아프긴 했다. 요즘 들어 임당 관리 한다고 스텝퍼를 열심히 했더니 이런 뭉침이 잦았다.

오후 퇴근할 무렵. 기분나쁘게 배가 아프다. 꼭 생리통 처럼...

 

퇴근하며 남편에게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이니 하루 혈당 생각하지 말고 맛난거 먹으러 갑시다 영감~ 이러며 무얼 먹을지 고르고 있는데

기분 나쁜 배 아픔은 계속이다. "내일은 오랜만에 영화를 보자고요~"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예감이..

병원 한번 가봐야 겠다하고서 병원으로 가는 길.

그 길로 입원하게 될 줄이야...

 

그 무시무시하다는 내진도 얼떨결에 하게 되었다. 다행히 자궁이 열리거나 그런건 아니지만 불규칙적인 자궁수축이 있으니 라보파를 맞으며 수축을 잡아야 한단다.

조기진통을 겪는 산모들이 맞는다는 라보파는 부작용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서 알고 있었다.

정말 맞자마자 수축은 잡힌듯 했으나 숨이 멎을 거 같은 숨막힘과 심장 두근두근 - (손발이 떨리는 것 까진 없었다)

 

다시 전에 양수 샜을 때 입원했던 3인실에 여전히 혼자 들어가게 되었다. 특실보다 넓고 좋은 3인실.

 

남편은 그길로 집에가서 간단히 입원 짐을 챙겨 오고.

우리는 그렇게 크리스마스를 맞이 하게 되었다.

 

잠시지만 응급실에 누워 주사를 맞는 동안 두 명의 산모들이진통 겪는걸 적나라하게 들었는데.

그 동안 네이버 카페에서 글로만 보던 걸 이번엔 소리로 들으니 더 실감이 났다.

내진 할 때마다 들려오는 신음소리와 진통이 올때마다 짜증이 극에 달은 한 여인의 울부짖음.

옆에서 남편들은 어쩔 줄 몰라 하며 "괜찮아?" 라고 묻는다. 지금 괜찮아 보이냐고요. 남편님.

무슨말을 해야할지 몰라 하는 말이겠지만 그 상황에서 '괜찮아?'는 아닌거 같다.

차라리 손을 잡고 같이 숨쉬기를 하자고 하는게 낫지.

글로만 볼때보다 더 두렵다.

 

 

12월 25일 아침.

병원이어도 사람이 없으니 우리끼리 자축합시다. 뭘요? 이색적인 크리스마스 나기를???

 

라보파는 16 단위를 맞다가 좀 줄여달라고 하여 8단위를 맞는다.

 

전날 저녁에 아무것도 먹지 못하였다 했더니 포도당을 놔줫다.

당 마구마구 올려주는 포도당을.

그래서 담날 아침 215 공복을 찍는다.

그리고 라보파 자체도 당이 들어있어서 임당 산모들이 계속 맞고 있을 수가 없다.

 

다행히 수축은 잡힌 듯 하여 25일 저녁엔 주사를 끊는다.

 

12월 26일 아침

아침까진 괜찮은데 두번째 태동검사에서 다시 수축이 잡히기 시작한다.

 

드디어 담당원장선생님 면담.

수축은 이 정도면 집에 가라고 하겠는데 지금 혈당관리가 전혀 안되는거 같다.

대학병원으로 가서 입원해서 인슐린 양을 맞춰보자신다.

다행히 꼬물이는 머리크기, 배둘레, 몸무게 모든게 정상범위이다. 보통 임당모들의 태아들이 크기가 더 크게 되어 조산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그래서 크기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데 다행이다.

그런데 반대로 아이가 정상수치를 만들기 위해 그 작은 췌장에서 인슐을 힘겹게 만들어 내고 있을 거란 생각에 미안해지기도 한다.

 

그 길로 퇴원수속 하고 그 와중에 뷰티센터에서 머리 감겨 준다고 오라길래

마지막으로 머리까지 감고 퇴원.

입원 중 1회 서비스란다.

 

병원비는 30만원 정도 나왔다. 3인실 1박에 7만원. 나머지는 라보파 약값과 태동검사비.

 

집으로 와서 청소 하고 설겆이 하고 세탁까지 해 놓고 샤워 후 짐을 챙겨 다시 대학병원 입원.

 

다시 문진부터 시작하여 이것 저것 검사를 한다.

여성병원을 다니면서 그냥 문제가 없으면 좋은데

난 고령산모에 이젠 당뇨까지 있으니 고위험산모.

대학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다.

 

다시 태동검사

 

 

 

위의 그래프는 태아의 심박수와 움직임 아래는 나의 배뭉침.

막 80까지 찍는 무시무시한 그래프

 

 

 

분만실로 가서 태동검사를 하는데 꼬물이가 딱국질에 엄청난 움지임으로 우당탕탕 계속 소리가 나니

간호사가 뛰어 들어오며 '애기가 난리가 났네요- 아들인가봐요' 란다.

따....딸인데..

 

연말이라 그런지 분만하는 산모가 없다.

(어떻게든 12월을 넘기고 새해를 맞으려는 임산부들)

 

 분만실에 이틀 입원해 있으면서 맞은건 라보파가 아니라 수액이다. 생리식염수.

수축을 이완시켜준다고 한다.

 

이걸로 안잡히면  3사이클까지만 급여가 적용되는 트랙토실은 라보파나 마그네슘에 비해 부작용은 없고 좀더 강력하고 가격도 강력(?)하게 비싸다는..비급여로 80만원 정도 한다는 얘기가 있다.

 

다행히 수액으로 수축은 잡히고 분만실에서 나와 6인실로 들어갔다.

가보니 임당 다른 산모가 있어서 그 동안 답답했던거 서로 막 물어보고 알고보니 네이버 임당까페 회원.

내 생각에 거의 모든 임당 산모들이 그 카페에서 정보를 얻는게 아닐까 하는...

 

그래도 내가 임당 선배(?)라고 이것저것 시도했던 음식들 알려주고...

 

인슐 수치는 들어올때 6 이었다가 곧 12가 된다.

 

 

 

 

임당식단인데

딱 보기에도 집에서 먹던 식단 보다 간이 쎄다.

그리고 하루 1700칼로리를 먹어야 하며

저 밥은 140그람으로 2단위라는 얘기다.

보통 집에서는 1단위만 먹고 나머지 단위를 간식 탄수화물에서 챙겨 먹고 있었는데.

인슐린 양 제대로 잡기 위해 여기서 주는대로 다 먹는다.

참고 적게 먹어서 수치가 낮게 나오는게 중요한게 아니니까...

 

 

 

 

 

참 맛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맛있게 다 먹었다.

김치만 손 안대고.

 

얼추 수축도 잡고 인슐린양은 매끼 12로 올린걸로 해서 퇴원수속

일주일 뒤에 기록표 들고 교수님 면담 예약.

 

집에 와서 점심 먹을게 없어

착하다는 (임당 엄마들이 착하다는건 먹어도 혈당 안오른다는 뜻) 파리바게트의 샌드위치를 사왔다.

 

호밀 샌드위치와 아메리카노로 점심

 

 

 

 

 

 

한 시간 체크 111이 나옴!

착하긴 진짜 착하...아니 내가 인슐을 12나 맞아서 그런가.

 

보통 한시간에 140이하면 정상, 2시간 체크시 120 나오면 정상으로 본다.

나는 평소 1시간 체크 150 정도 나왔는데...

 

 

 

4시에 체크 해보니 68 나와서 (이건 저혈당임. 고혈당보다 저혈당이 더 무서운것) 얼렁 사탕 두개와 크래커 두개를 흡입.

다시 한시간 체크 해보니 98로 정상이 나왔다.

당뇨 환자들은 언제 저혈당이 올지 몰라 사탕을 항상 넣어 놓고 다녀야 한다고 한다.

 

나는 수치를 봐서 오히려 1,2 단위 낮춰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저혈당이 와버리면 아주 곤란.

 

이렇게 점점 나는 시시때대로 혈당이 궁금하여 피를 보고야 마는 임당 엄마가 되었다.

 

오늘 태동검사를 하고 다시 내진을 하며 아직 자궁은 열리지 않았고 경부길이는 4센티로 괜찮다는 얘기를 듣기 까지 누워서 한 생각은

퇴원하면 1월이니 이제 본격적으로 꼬물이 맞을 준비를 해야겠다 였다.

 

그런데 퇴원하는 도중 엄마에게 카톡 사진이 도착했다.

 

 

"꼬물이 수건 다 삶아놨다"

 

이거 보니 정말 꼬물이를 만날 시간이 점점 다가온다는 설레임과 두려움, 묘한 기쁨.

 

아침마다 있는 수축이 두렵긴 하지만 어떻게 하루하루 더 버텨가며

하루라도 더 뱃속에서 꼬물이가 클 수 있기를 기도하며

 

빨리 2월이 오거라 오거라 - 주문을 외워본다.

 

그래도 오지 않을 것만 같던 2014년이 오고 있지 않은가.

이제 몇시간만 지나면 2014년!

 

내게 소중한 한 사람이 올 준비를 하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설렌다.

 

새해를 집에서 보낼 수 있어 감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