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느리게 감상하기/Book

샐러드 기념일


샐러드 기념일

저자
다와라 마치 지음
출판사
새움 | 2009-11-20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전 일본을 사로잡은 베스트셀러! 절제된 시어가 리듬감 있게 그려...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일본에는 단가라는 형식의 문체가 있다. 5.7.5.7.7 이라는 정형리듬으로 시를 만드는 것이다.

다와라 마치의 단가는 짧은 말 한마디에 수 많은 말을 들려주는 시의 매력이 있다. 특히나 연애나 감성적인 부분 때문에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한 짧은 감성적인 언어들과도 많이 맞닿아 있고 그래서 그런지 처음 읽어보고 너무 좋아 외우고 싶은 문장들이 많이 있었다.

 

사실 시는 원어로 읽는 것이 제일 좋다. 압축된 하나의 글자를 번역하여 몇 마디로 나눠 버리면 그 느낌이 금새 사라지기 때문에.

 

이 책은 특히 좋은 것은 일본 원문이 함께 실려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글로 읽어 보고 일어 원문으로 읽어보면 그 맛이 또 다르다.

 

2001 OSAKA,Japan

 

 

 

  • '시집와라' 그깟 술 두 병에 말해 버려도 괜찮은거니?
  • '또 전화해' 하며 수화기를 놓는 너에게 지금 당장 전화하고 싶다.
  • '믿지 말고 사랑하자' 찢어질 만큼 몇 번이고 줄을 그는 페이지
  • 나를 새댁이라고 부르는 포장마차 아줌마 앞에서 잠시 너의 아내가 된다.
  • '춥지' 하고 말을 걸면 '춥네' 하고 대답해 줄 사람이 있는 따뜻함
  • '그렇다면 5년 기다릴게' 너 아닌 다른 사람에게서 이런 말을 듣는 찻집
  • 두번째 애인이 돼도 좋다고 노래하는 가수가 있다. 제기랄,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건지
  • 이 방에서 너와 지내던 그녀의 머리카락 길이가 알고 싶은 이 저녁
  • 고호 전 유리에 비치는 내 얼굴에만 신경 쓰이는 전시회장
  • 사흘 동안 박씨 부부를 지켜보니 부부란 결국 인연이었다
  •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꽃잎의 수만큼 사랑이 있었으면...
  • 약속 없는 하루를 보내기 위해 혼자해보는 '사람 기다리기'
  • 만나러 가는 시간 만끽하고 싶어서 각 역마다 정차하며 신주쿠로 간다
  • '이 맛 좋은데' 네가 말한 7월 6일은 샐러드 기념일
  • 도쿄로 떠나는 날 아침 엄마는 늙어 보이신다  앞으로 만나지 못할 세월만큼
  • 불쾌지수를 믿는 목요일 기운이 없는 것은 날씨 탓이다

 

 

 작가는 스스로를 이렇게 말한다.

요리를 좋아하고 바다를 좋아하고 편지를 좋아하는 나. 남들보다 향수병을 힘겨워 하면서도 굳이 계속하는 도쿄에서의 독신 생활. 덜렁이에다 울보, 그리고 깜짝깜작 놀라기를 잘한다. 뭐 특별할 것도 없는 스물네살. 특별할 것도 없는 나. 뭐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 속에서  한편의 시라도 쓰고 싶다. 그것은 곧 열심히 살아가고 싶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사는 게 시를 쓰는 거니까. 시를 쓰는 게 사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