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느리게 감상하기/Book

[Book] 잘지내나요? 내인생


요즘 읽고 있는 책 잘지내나요 내인생이다.


밑줄그을 문장들이 여럿 있었는데 요즘 내 마음과 같아서인지 이 구절에서 몇번을 되새겨 읽었는지 모른다. 

마음이 헛헛하고 살기 힘들다면 나 혼자만 힘든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아닐까?


남은 세월, 어떻게 먹고 사나 하는 걱정에 숨이 턱, 막힐 때가 있다.

진짜다.

오직 먹고 사는 문제로'만', 가슴이 답답하고 밤새 잠이 오지 않을 때도 있단 말이다.

살기 위해 음악을 들어야 하는 날들도 있단 말이다.

내가 제라늄 화분을 정성스럽게 키우는 이유가 못 견디게 힘겹고 외롭고 슬퍼서라는 사실을 당신이 눈치채지 못하면 좋겠다.


공항이 그리운 밤이다.



여행작가의 사진과 글들을 읽으며 나의 여행에 대해, 나의 남은 날들에 대해, 나의 지나간 추억들에 대해 다시 한번씩 생각해봤다.

그의 사진은 화려하지 않고 담담하며 꾸미지 않은 시골 처녀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잘 지내나요 내인생

저자
최갑수 지음
출판사
나무수 | 2010-11-22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을 확실하게 아는 나이 서른과...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붙들 수 없는 것들이 자꾸만 늘어 가는 당신에게 묻습니다.
“잘 지내나요, 내 인생?”


삶과 사랑의 리얼리티를 예민한 감성으로 포착하는 작가 최갑수,
이번엔 서른과 마흔 사이, 당신의 인생을 위로하다


당신은 당신 생에서 간절하게 돌아가고 싶은 하루를 가지고 있는지.
만약 가지고 있다면 당신은 지금까지 잘 살아온 것이다. _프롤로그 중에서

거울 앞에 서서 당신의 모습을 유심히 본다. 낯설다. 이십 대의 열정적이고 자신감 넘치던, 그래서 날카롭기까지 하던 눈빛은 지쳐 있고, 다부졌던 어깨는 시간의 두께와 삶의 무게만큼 힘없이 내려앉았다. 문득 서러워진다. 집 밖으로 나가면 당신은 또 어딘가로 바쁘게 향할 것이고, 일상의 삶에 지칠 대로 지쳐버린 표정으로 앉아 멍하니 시계를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내 인생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물어볼 새도 없이 떠밀리듯 이십 대를 훌쩍 지내고, 이제 삼십 대도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서른의 나날을 살고 있는 작가는 말한다. 시간은, 추억은, 세월은 분명 연속적인 것이 아닌 것 같다고, 우리는 인생의 부분을 건너뛰며 살고 있다고, 선 위를 걷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점 위에 우두커니 서 있다고······그리고 어느 순간 징검다리를 건너듯 다른 점으로 훌쩍 건너간다고.
우리가 인생을 돌이켜봤을 때 인생은 분명 점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사랑 때문에 못 견디게 아팠던 날이 있었고, 자신이 자랑스러워 가슴이 터질 듯이 행복했던 날이 있었고, 유치하지만 서툰 고백을 한 적도 있었고, 친구의 어찌할 수 없는 슬픔에 같이 운 적도 있었다. 그 점들이 모여 인생을 이룬다는 것을 깨닫는 나이가 서른과 마흔 사이이다.
자신이 더 이상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나이,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젊은 날들은 지나고 붙들 수 없는 것들이 늘어가는 쓸쓸한 나이. 작가는 이미 그 점을 지나온 당신, 그 점 위에 서 있는 당신, 그 점 위로 걸어갈 당신을 위로한다.
작가는 인생에 대한 물음에 대해 더 힘차게 살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당신뿐만 아니라 모두들 그렇다고, 모두들 그저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위로한다. 때로는 이러한 남루한 동질감이 큰 위로가 된다. 담담하게 때론 시니컬하게 때로는 쿨하게 이야기 하지만 그의 글에는 생을 따뜻하게 감싸 안는 힘이 있다.
인생을 이야기하기에 적당할 만큼 그의 글도 사진도 나이를 먹고 있다. 너무 떫지도, 너무 무르지도 않은 가을에 알맞게 익은 감처럼 깊은 맛을 내며 우리에게 묻고 있다. “당신의 인생은 잘 지내고 있나요?”



책속 밑줄긋기


솔직하게 인정하자. 현실은 언제나 당신이 기대하는 것보다 엉망이고, 당신이 아무리 극진하게 살아도 당신의 생은 여전히 고달프고, 게다가 나아질 기미는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떠나간 사랑이 돌아올 확률은 아파트 당첨 확률보다 낮다는 사실. 당신은 아파하고 슬퍼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이 지난한 생을 견뎌 내고, 살아 내는 까닭은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식 하나쯤은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 <겨울 바다 혹은, 삶의 리얼리티> 중에서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을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나이. 새로운 직장을 위해 이력서를 쓰기가 쑥스러운 나이, 자신이 더 이상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나이. 따뜻한 공기가 빠져 가는 벌룬처럼 서서히 추락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는 나이. 기율과 위계 의식과 연대 의식, 이런 것들에 대해 서서히 신경을 쓰게 되는 나이. 도대체 어찌할 수 없는 편견이 서서히 쌓여 가는 나이. 하지만 상대방의 편견을 존중하기는 어려운 나이. 자신이 지워지지 않는 얼룩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나이. 

- <서른과 마흔 사이> 중에서 


“아, 저 매화도 곧 지겠다” 당신은 이렇게 말했고, 우리는 차 밭을 거닐었다. 당신은 꽃이 만발한 매화나무 앞에 멈췄고, 때마침 바람이 불었던가. 난분분 떨어지는 매화꽃 아래에서 그만 주저앉은 채 얼굴을 감싸고 말았다. 당신은 봄 앞에서, 봄이 오는 것을 반가워하는 사람이 아니라 봄이 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 꽃 앞에서, 꽃이 피는 것을 두근거려 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는 것을 애타하는 사람. 그래서 언제나 아픈 사람. 

- <꽃나무 그늘 아래, 사랑을 놓고 잠시 울다> 중에서 


혼자 밥을 먹으면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강진에서 고등어조림을 먹을 때는 고등어를 유난히 좋아하시던 아버지가 떠올랐고 장흥에서 매생이국을 먹을 때는 서울살이에 힘들어 하던 한 시기를 살뜰히 챙겨준 한 선배 시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홀로 밥을 먹으며 떠오른 얼굴은 내가 보고 싶어 하고 그리워하고 고마워하는 사람들이었다. 누군가 내게 말한 적이 있다. 혼자 밥 먹을 때 떠오르는 얼굴은 아마도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고 가장 필요한 사람일 거라고. 

- <혼자 먹는 밥> 중에서 


누군가 내게 그런 여행은 무의미하지 않느냐고, 왜 우도까지 가서 텐트를 치고 그 텐트가 바람에 날아갈 것을 걱정해야만 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딱히 할 말이 없다. 그저 ‘그런 경험은 텐트를 가진 자만이, 우도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이니까’하고 대답할 수밖에. 하지만 그럴 때가 있다. 몸을 날려 버릴 것 같은 거센 바람 속으로 자진해서 걸어가고 싶을 때. 그건 여드름이 가득한 십대나 갓 스무 살을 넘긴 청년이나 마흔을 넘긴 아저씨나 똑같다. 우리는 인간이고,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위로가 필요하다. 그리고 위로는 ‘당신의 따뜻한 손길’에서가 아니라 때로는 난폭한 바람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니까. 

- <거센 바람 속으로 자진해서 걸어가고 싶을 때> 중에서

추천도서
잘 지내나요,내 인생
최갑수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