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꼼수를 금요일마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가 목이 빠지고 다운 받아서 듣고 하는 중에 김어준 '닥치고 정치'를 접해서 그런지 상당부분 나꼼수에서 듣던 그의 얘기들이 책에 나온다. 나꼼수의 문고 버전이라고 해야하나.
하지만 이 책은 나꼼수를 시작하기 전에 만든 책이다.
먼저 김어준.
그는 상당히 예리하면서도 똘끼 가득하면서 감성 충만한 사람이다. 실제로 만났을 때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문성근이 여자 좋아한다고 책에서 말하지만 그도 상당히 여자들을 좋아하고 여자들이 좋아할 거 같은 이미지가 첫 이미지였다.
왜냐. 여자들은 똑똑하면서도 재밌고 감성적인 남자를 좋아하니까!
잠깐 진중권 얘기를 해보자면, 내가 직접 본 진중권은 그리고 트위터에서 그가 보여주는 진중권의 모습은 지성과 이성만 있고 가슴이 없는 사람이다. 정말 자기 아니면 이 세상 모두가 비판받아야 할 사람들 뿐이다.
그래서 그가 MB를 욕할 때도 다른 사람이 욕하는 것 만큼의 임팩트가 안 느껴진다. 가장 최근 곽노현 교육감을 비판하는 것을 보고 그에게 남아 있던 마지막 신뢰마저 무너뜨렸다. (물론 나한테) 그런 면에 있어서 김어준과 같은 라인에 있으면서도 같은 독설을 해대도 호감이 가지 않는 사람이다.
김어준이 보는 사람들. 상당히 예리하면서 감성적이다. 그러기 쉽지 않은 데 그는 그렇다.
사실 정치란 것이 어떻게 보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기 때문에 논리와 이성만으로는 안된다. 그리고 그런 진정성을 제대로 보고 정치인을 판단한다면 우리는 좋은 정치인을 가려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보면 그런 기준에서 누굴 어떻게 봐야 할지 길이 보이기도 한다.
어쨌든 글 잘 쓰고 말 잘하는 사람 맞다. 내가 피상적으로 생각만하고 있던 감정들을 그는 글로 참 잘도 풀어낸다.
맞아. 내 심정이 이런거였어!
그리고 개콘보듯 정치 얘기를 쉽고 재밌게 풀어준다는 건 정말 쉬운일이 아니니까, 앞으로도 나꼼수의 인기는 계속 될것 같다.
이 모든게 가카의 은혜다!
"쫄지마자"
이 글을 쓰고 나서 몇시간 뒤에 우연히도 정말 우연히도 KBS 별관 앞 커피숖에 앉아 있는 그를 보았다.
(다음날 KBS에서 스티브잡스 관련 다큐를 찍으면서 그를 인터뷰 한걸 알게 됐다. 스티브 잡스- 아이튠즈 - 팟캐스트 - 나꼼수, 의 인연으로 인터뷰 한듯)
신랑이 책을 들고 가서 와이프가 팬이라며 사인을 받아왔다. 신랑 말이 이미지와는 다르게 사인해달라는 말에 수줍어 하면서 겸손한거 같단다.
김총수는 좀 큰소리로 웃고 씨바, 거리는 것이 매력인데.
그래 쫄지 말자. 쫄지 말고 제대로 알고 투표로 행사하자.
<책 속에 밑줄 긋기>
◆ 이명박 같은 자가 그런 남자를 죽이다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내가 노무현 노제 때 사람들 쳐다볼까 봐 소방차 뒤에 숨어서 울다가 그 자리에서 혼자 결심한 게 있어. 남은 세상은,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그리고 공적 행사에선 검은 넥타이만 맨다. 내가 슬퍼하니까 어떤 새끼가 아예 삼년상 치르라고 빈정대기에, 그래 치를게 이 새끼야, 한 이후로. 봉하도 안간다. 가서 경건하게 슬퍼하고 그러는 것 싫어. 체질에 안 맞아. 나중에 가서 웃을 거다. 그리고 난 아직, 어떻게든 다 안했어.
◆ 쫄지 않는 자세. 과거의 군사정권은 조직폭력단이었어. 힘으로 눌렀지. 그런데 이명박은 금융사기단이야. 돈으로 누른다. 밥줄 끊고 소송해서 생활을 망가뜨려. 밥줄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힘으로 때리면 약한 놈은 피해야해. 그건 부끄러운게 아니야. 피하고 뒤에서 씨바거리면 돼. 그런데 밥줄 때문에 입을 다물면 스스로 자괴감 들어. 우울해져. 자존이 낮아져. 위축돼. 외면하고 싶어. 그러니까 지금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건, 위로야. 쫄지마! 떠들어도 돼, 씨바. 그런 자세는 그 자체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된다. 위로를 주고 싶어.
◆ 난 이 방송(나꼼수)을, 조중동과 방송3사와 검찰과 국정원과 청와대와 다이다이로 싸운다는 생각으로 만들 거다. 그게 가능하다. 두고봐. 그러니까 내가 진보 진영에 하고 싶은 말은, 자신이 갇혀 있는 프레임이 뭔지 먼저 자각하고 그 프레임을 자기 손으로, 직접, 홀랑, 다 걷어내고 완전히 새로운 공간으로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 노무현은 내가 아주 어린 시절 옳다고 배운 모호한 정의에 대한 감각, 우리 편은 이기고 나쁜 놈은 진다는 수준의 정의에 대한 감각, 그래서 나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반드시 그렇진 않다는 걸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지만 여전히 그런게 있다고 믿고 싶은 그 정의에 대한 원형질에 가까운 감각이 사람으로 체화된 상징이야. 그래서 노무현의 죽음은, 아직도 내 안 어딘가에서 살아 있던, 그런 단순한 정의를 믿었던 어린아이의 동반 죽음이야. 내 안의 어린아이가 죽은거라고.
◆ 내가 만나보고 이해한 문재인은 보통 사람들하고는 의사 결정의 프로세스 자체가 달라. 어떤 결정이 내게 어떤 이익을 줄 것인가, 이런 건 아예 고려 대상 자체가 안되는 사람이야. 보통 사람들은 그것이 내게 되돌려줄 이익부터 생각하게 되어 있잖아. 그런데 문재인은 그런 프로세스 자체가 없어. 왜 그런 인간이 되었는지는 나도 몰라.그냥 그런 사람이 있어. 어쩔거야. 있는데
◆ 오로지 자기 안에 자기만 있는 이명박 덕분에 영화에나 나올 이런 정도의 사람을 대통령으로 가질 수 있는 찬스가 온 거다. 이게 역사의 반작용이다. 부시에게 학을 뗀 미국인들이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만든 것처럼. 그게 그런 거다. 다음 시대엔 또 다음 시대의 자질이 호출 될 거다.
하지만 오바마가 천국을 도래시키지 못했듯, 노무현으로 천국이 오지 않았듯, 문재인으로도 천국은 오지 않는다니까. 맞다. 인간 세계에 천국은 없다. 하지만 노무현이 없었다면 이명박이 얼마나 나쁜지 몰랐다. 노무현으로 인해 되돌아갈 지점을 알게 된 것처럼, 문재인은 또 다른 기준이 된다. 역사는 그런거다. 그런 기준을 가져보느냐, 못 가져 보느냐.
이때를 놓치면 절대 안된다. 이명박을 버텨낸 우리에게는 문재인 정도를 가질 권리가 있다. 이명박을 겪어낸 우리에게는 그만한 자격이 있다. 그래서 이 기회를 놓치면 절대 안된다. 그건 너무도 슬픈 일이다. 좌우를 떠나, 우리 모두에게, 너무 슬픈 일이다.
해보자.
쫄지말자.
가능,하다.
* 그 외에 삼성에 관련된 글도 꽤나 인상적이다. 그 동안 삼성불매 운동을 트위터에서 보아왔는데, 그 운동에 나 스스로가 왜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됐다. 그리고 그 운동이 잘못된 방향이란 것도. 우리가 싸워야 할건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아니라 이건희 일족이란 것!
이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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