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느리게 감상하기/Book

에쿠니 가오리의 <호텔선인장>


계절은 아름답게 돌아오고재미있고 즐거운 날들은 조금 슬프게 지나간다.    -호텔 선인장 中- 

 



호텔선인장은 아파트 이름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우연하게 읽게 된 호텔선인장을 통해 잠시나마 추억에 잠기게 되었다.


호텔선인장이라고 불리는, 실제로는 아파트인 곳에 사는 1층의 <2> 2층의 <오이> 3층의 <모자>의 이야기다.

 

특히 보면서 삽화를 눈여겨 보게 되는데 사사키 아츠코 라는 미술가가 유화로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이 삽화들로 호텔선인장 전시회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처음시작은 2층의 오이가 이사 와서 운동을 하면서 1 2에게 층간소음을 내면서  이를 컴플레인 하러 가는 장면부터 시작이다.

그러자 2층의 오이는 너무나 해맑은 모습으로 들어오라고 하면서 소심한 1층의 2가 오이의 환대에 당황해 한다.

같은 의견을 받을 수 있으리란 기대로 함께 3층의 모자에게 의견을 구하러 가면서 세 거주자가 만난다.

 

처음 읽으면서는 애칭이라 생각했지만 점점 읽으면서 그들은 정말 숫자2, 야채 오이, 모자로 느껴진다.

 

친구도 없고, 가족과 함께 살지도 않는 2가 점점 친구를 얻으면서 갖게 되는 행복감.

어쩌면 일본의 히키코모리와 같은 현상을 낳은 정서를 이해한다면 이 세 사람이 우정을 형성해 나가는 방식이나 과정이

재밌게 느껴질것이다.

특히나 2가 처음엔 2의 집에 모여서 각자의 음료수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그들이 돌아가고 나면 느껴지는 허전함과 청소를 해야하는 귀찮음, 또 그들이 오지 않으면 한가함과 허전함 같은 기분에 고민하는 대목은

내가 혼자 자취하던 시절 친구들의 잦은 방문이 좋으면서도 귀찮을때도 있었던 그 심정이 느껴져 혼자 웃음이 나왔다.

그 고민을 친구들에게 말하자 오이와 모자는 서로 자기네 집에서 모이자고 하여 2를 안심하게 해준다.

그 이후에 2의 고민은 사라지고 자유롭게 2층 오이네서 각자 의자나 재털이를 가지고 와서 편하게 즐거운 시간을 갖게 된다.

 

 

그러다가 호텔선인장이 다른 쇼핑몰로 바뀌게 되니 모두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에서

각자의 성격대로 소심하며 꼼꼼하고 걱정 많은 2는 투쟁하자며 같은 생각을 갖은 이웃을 찾게 되고 (그러나 결국은 혼자)

오이와 모자는 이사 가면 되지 뭐란 생각으로 오이가 가장 먼저 이사한다. 이사하며 고려사항으로는 친구들이 편하게 놀다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

 

그러면서 각자 다시 오이네로 모이다가 오이의 이웃도 초대하고 처음엔 자주 가지만 방문 횟수가 적어지는 2와 모자.

더 이야기가 진행된다면 아마도 2와 모자와 오이는 몇 달에 한번 모일 친구들이 되어 갈 것이다.

 

우리는 한때 시간과 공간, 정서가  맞는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각자의 상황이 달라지면서 멀어지게 된다.

호텔 선인장의 가장 첫 페이지에 나오는 글처럼.

계절은 아름답게 돌아오고, 재미있고 즐거운 날들은 조금 슬프게 지나간다.

 

나와 친구들은 10명 정도가 거의 6년 가까이 그런 시간들을 보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들의 잦은 만남은  한달에 한번 만나도 왜 이리 오래간만이야라며 서운해 했던 아름다운 시절.

나도 한때 친구들과 같이 공동주택에서 살면 정말 재미있겠다라는 상상을 했을 정도다.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밤마다 모여 수다를 떨며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즐거울까-!


 


모든 이벤트는 함께 했고, 여행도 함께 하며 즐거운 한때를, 청춘의 고민을 함께 했던 친구들

 

이 짧은 소설이 그때의 내 모습과 함께 했던 소중한 벗들을 떠올리게 하였다.




호텔 선인장

저자
에쿠니 가오리 지음
출판사
소담출판사 | 2003-04-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냉정과 열정사이, 반짝반짝 및나는에 이은 에쿠니 가오리의 세 번...
가격비교


+덧붙임+

호텔선인장의 이미지는 왜 저렇게 유럽의 아파트처럼 그렸을까? 읽으면서 일본의 아파트를 상상하며 읽는데 삽화는 계속 유럽식이어서 잠깐 혼란스러웠다.

이 부분에 대해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