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두번째 떠난 2박3일의 가족여행
지난 번에 가시지 못했던 외숙모와 둘째 이모와 이모의 딸(언니), 그리고 우리 모녀.
5명의 여자들만 떠난 여행. 원래는 10명의 여자들이 떠나려고 했는데 사정상 반으로 줄어 여행이 취소 되나 했으나 꼭 떠나야겠다는 사촌언니의 강력한 바람으로 다녀오게 되었다.
추울거라는 생각에 얼마나 옷을 준비해 갔는지 모르는데 결론적으로 거의 봄 수준으로 따뜻했던 2박 3일이었다.
운전은 가장 나이 많으신 77세의 외숙모가 오고 가고 운전을 다 하셨다는 전설과 같은 이야기. 남해부터 해서 고성까지 전국을 차로 몇일씩이고 여행 다니시기도 하고, 한 해에 해외여행을 대여섯차례 다녀오시기도 하며 노익장을 과시하시는 멋진 외숙모시다.
우리의 목적지는 강릉 정동진에 있는 시골 별장이라고 하기엔 오래 되어 거의 임시 숙소 같은 원룸 2채가 있는 곳이다. 10년이나 된 곳이라 시설은 많이 낡았지만 뷰 하나만큼은 그 어떤 훌륭한숙소 보다도 더 좋은 곳이다.
저 앞에 보이는 하슬라 아트뮤지엄. 하슬라 호텔. 그리고 아래쪽 보이는 작은 모텔은 주인여자가 바람나서 모텔을 접고 지금은 하슬라 직원 숙소로 있다는 얘기, 하슬라 뒤에 산들이 모두 하슬라 주인 땅인데 평당 1천원할 때 싸게 샀고, 지금은 더 개발을 하려 해도 허가가 나지 않는 상태라는 얘기며...동네 주민마냥 외숙모가 하나씩 얘기를 해주신다. 당연하게도 몇년 넘게 이곳에 자주 오시니 거의 이곳 원주민이신 셈.
그 동안 또 사람들이 오지 않아서 문을 다 열고 환기를 시키고 냉장고 썩은 음식 정리를 하며 순식간에 다시 깨끗한 방으로 거듭나는 방.
무엇보다 이렇게 커튼을 열어보니 저 멀리 바다와 파도가 한 눈에 보인다.
누워서 이쪽을 보면 산이 저쪽을 보면 바다가 보이니 얼마나 더 좋을 수 있을까?
정동진 하슬러 미술관 둘러보기
점심을 맛있게 먹고서 바로 앞에 있는 하슬러를 들렀다. 야외 조각공원이 있고, 안쪽에도 뮤지엄이 있는 듯 한데 입장료는 꽤 비싼 편이다. 그 만큼 볼 것은 없는 듯 하다. 그저 올라서 바다 한번 내려다 보는 정도 (물론 우리 숙소보다 못하다 ^^)
연예인들이 결혼식을 하기도 하고 드라마 촬영지로도 사용된 곳이라는데. 이 뒤에 산들이 거의 대부분 하슬러의 땅이라고 한다.
구석구석 디테일이 있는 공원
우리는 조각공원을 돌다가 집으로 바로 이어지는 산길로 나가기로 했다. 지금은 철창이 있어 밖으로 못 나가게 되었는데 거의 탈북 하듯 철창을 넘어 산길로 들어섰다.
그 뒷길은 예전에 탄광굴이 있던 곳이란다. 무서워서 들어가진 않았지만 정말 커다란 굴도 있고, 걷다 보면 정말 석탄이 나왔을 법한 검은 바위들이 보인다.
한참 걸어 돌아와보니 집이 있는 동네어귀로 빠진다.
늦은 저녁을 먹고, 바다를 바라보니 해가 진다. 파도소리가 이렇게 큰지 몰랐다. 어제 오늘 파도가 꽤나 높다. 마당에서 바다를 바라보다가 추우면 방안으로 들어가도 똑 같은 경치를 볼 수 있으니 또 한번 감탄.
밤바다 바라보며 아…이런 밤바다를 바라보며 자란 사람들은 어린시절의 추억이 또 남다르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자연을 대하고 있을 때 만큼은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이 밤바다 풍경은 또 내게 오래 기억에 남을 듯 하다.
첫 날 아침, 커튼을 열어 보니 해가 떠오른다. 아! 일출을 이렇게 방안에 누워서 볼 수 있다니!!!
그리고 날이 좋아서 그런지 이렇게 일출을 제대로 본적도 거의 처음인 듯 하다.
해가 떠오르는 속도가 참 빠르기도 하다. 금새 해가 중천에 오른다.
아침에 일출을 잘 보라고 창문을 닦고 계신 외숙모
바로 집앞에 있는 바닷가로 가는 길 청량리에서 정동진까지 오는 기찻길이기도 하다.
아들을 꼭 낳으라는 외숙모의 메세지
(딸 낳아야 하는데..)
아침을 먹고 바닷가로 나가 파도를 직접 눈 앞에서 보기도 하고 썬크루즈리조트에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한바퀴 돌다가 나왔다. 두번째 온 듯 한다. 정말 볼 것은 없다.
선상카페에서 내려다 보이는 바다
나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언니, 이미 대학생의 엄마라는 거. 동안대회에 내보내야함.
썬크루즈는 정동진 오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들어가는 곳이긴 하나 조잡한 전시실과 커피 한잔 9천원짜리 카페가 실망스럽기도 하다.
우리는 배가 고프지도 않은 상태에서 2시가 넘어 회를 먹으러 다시 항으로…
오늘은 파도가 정말 무섭게 높다.
헌화로 해안도로를 다니다 보면 이렇게 차를 한쪽에 세우고 바다를 보는 스팟이 있는데 잘못하면 꼬박 물세례를 받기도 한다.
금진항 회센터
광어회를 정말 너무나 배 부르게 먹은 후, 우리의 숙소로. 저녁은 도저히 먹지 못하겠다 하여 누룽밥을 간단히 먹고 어제에 이은 고스톱 2라운드.
너무 웃겨서 배가 아플 정도로 웃다가 잠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2박 3일이 꽤나 빨리 지나간다.
다음 날 바로 옆에 있는 낙가사 한바퀴 돌고 돌아와 아침식사.
어제 남긴 회, 남은 삼겹살과 쇠고기까지 구워내니 거의 3일치의 식사를 다 한듯 하다.
엄마와 이모와 외숙모, 사촌언니와 즐거운 추억 하나 만들고 여행을 마친다.
조만간 인도로 떠나시는 분들. 열흘씩이나 떠나는 것이 조금 걱정이 되긴 하지만 이렇게 웃다 보면 또 열흘도 금방 가겠지.
이번 여행은 효도관광여행이 아니라 외숙모 덕분에 좋은 여행을 한 듯 하여 감사하다. 모두들 건강하셔서 이런 여행을 오래 함께 다니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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