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운동을 하러 갔다가 갑자기 아랫배가 너무 아파와서 트레이너에게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다고 고통을 호소하자
트레이너가 마침 차병원 산부인과 의사선생님이 와서 운동 중이라면서 그 분께 날 데려갔는데
그 의사 선생님 몇가지 물어보시더니..자궁쪽에 문제가 있는것 같다며 빨리 차병원으로 가란다. 전화로 얘기를 해 놓겠다며.

gym에서 병원까지 택시로 한 20분 정도 걸리는 시간 동안 정말 오만가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만약에 내가 지금 자궁암이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하나? 마치 시한부 삶을 혼자 통보 받은 것 같이 온갖 생각들을 다 했는데.
일단 회사를 그만 두고, 퇴직금과 모은 돈을 갖고 호주로 가서 여행을 하다가 모든 연락을 두절한체 어느 시골 마을로 가서 여생을 마쳐야 하나? 아니다. 우리나라 섬 어느 마을로 들어가야 하나? 아니다...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말도 안되는 생각들이다. 철없는 생각들.

하지만 그땐 마치 딱 세상의 벽에 마주친 듯한 기분에 혼자 조용히 세상을 정리 해야 한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서 병원에 간신히 도착하고 새벽까지 이런저런 검사들을 했다.
그때까지도 아무한테도 연락 할 수가 없었다. 그냥 혼자 감당해 내고 나서 다른 사람에게 말할 기운을 되 찾았을 때 알려야 할거 같았다.

그리고 나서 검사 결과....두둥...

"변을 언제 보셨나요? 극심한 변비 십니다"

아...이런.젠...아니지 하느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그 다음날 트레이너에게 전화 했다. "저 변비래요. 괜찮아요" 했더니 너무나 크게 웃으면서 그러니까 운동 더 열심히 하란다. 매일 운동 하면서 왜 변비가 걸리냐며...친절히 내가 '자궁쪽에 문제'가 있을지 모른다고 알려주신 의사 선생님께도 알렸다. 

저녁 몇시간 동안의 에피소드지만 많은 생각들을 하였다. 만약 내가 이런 일을 겪게 된다면....

죽는 날 그 날까지도 우린 이런 두려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살까도 걱정이지만, 이런 일을 겪을 때 어떻게 이겨 내야 할까? 하는 것도 사실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두렵다.

그런데 이 책 '에펠탑의 핑크 리본'을 읽는 내내 너무나 감정이입이 되어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물론 그녀는 파리에서 가족들과 떨어져서 그 병을 이겨냈고, 중간 중간 그녀 혼자 감당해 내리라고 다짐 하는 부분들은
나에게 너무나 공감이 가는 마음이었다.
그런 독한 마음의 그녀가 때로는 무너지기도 하고 온갖 세상을 원망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마음 추스리고 다시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등.

나이가 동년배라서 그럴까? 더더욱 내 친구 얘기 같다.

그런 그녀를 22일날 직접 만나서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꼭 만나보고 싶다.



에펠탑의 핑크 리본
배우리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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