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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강원도

[홍천 13th] 야생캠핑 1박2일

 CAMPING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곳으로 캠핑을 하러 떠난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캠핑의 로망이라 할 수 있는 그런 비밀의 화원 같은 그곳.

 

원래 예약 하지 않고 갈 수 있는 병지방을 계획했으나 그곳은 이미 목요일부터 만원이라는 소식을 듣고 계획과는 다르게 여차여차 하여 후배들 일행에 합류하게 되었다.  연휴의 시작으로 가는 내내 트래픽 속에서 예상보다 훨씬 늦게 도착. 이미 해는 지고 일행들은 우리 때문에 식사도 못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어찌나 미안하던지...

 

그들은 산악인이자  익스트림스포츠를 거의 모두 섭렵하는 후배 커플들과 처음 만나는 수동씨 커플. 이들은 사막 마라톤에서 만나고 함께 등산다니고 하며 서로 알게되어 우리 빼고는 모두들 선수들이다. 그 중에 산 잡지 기자님이자 후배의 남친은 캠핑 고수이고 다른 두 커플은 이번이 첫 캠핑이지만 어쩌면 준비된 캠퍼. 이런 캠핑을 첫 캠핑으로 했으니 다른 캠핑지 가 보면 실망하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

 

석가탄신일 연휴로 아마 전국의 모든 캠핑장이 북새통을 이룰 텐데 이런 곳에 이렇게 우리끼리 전세 캠핑을 할 수 있다는건 정말 대단한 일. 길이길이 내 캠핑역사에 남을 일이다. 이 모두가 산 기자님 덕분! 다시 한번 감사해요~

 

 

 

 

 

 

어두워서 나중에 봤는데 이렇게 애기들 텐트도 쳐 놓고 그 동안 안 써본 미니 전구를 달아봤다.

왁자지껄 단체 캠핑의 재미를 더하는데 좋은 소재일 듯 하여 재미삼아 구매해봤는데 이제야 빛을 보다니...

 

요 애기 텐트 위에 걸린 모빌 같은 것은 너무 이뻐서 맘에 쏙 들었는데 내일 다시 밝은 빛으로 보기로 하고.

 

 

 

모두들 무슨 얘기들을 하는 걸까.

숲속의 밤이 새록새록 깊어만 간다.

 

 

 

 

 

예쁜 초승달 하나 산에 걸려있는데  실력이 없어 제대로 안나왔다.

 

 

오늘이 생일인 수동씨의 여자친구분과 내일이 생일인 후배 효정의 생일을 위해 준비한 타요 케잌이라단다.

 

 

 

생일 축하해요~!

 

 

 

 

세계 오지와 사막과 고산들을 옆집 드나들듯 다니는 효정커플이 가져온 칠레산 술과

 항공사 승무원인 수동씨 여자친구분이 가져온 스페인 술까지...술로 세계여행하는 기분이다.

 

대학교 유스호스텔 연합동아리에서 만난 나와 후배들은 기질적으로 야생의 피가 흐른다고 해야하나 그나마 나는 체력이 딸려 야생의 피보다는 역마살의 기운이 더 강하고 이 친구들은 나보다 훨씬 하드코어적으로 자연과 친하다. 그러니 캠핑에서 다시 만난다는 일이 그리 놀랄일은 아닌거 같다.

여행가서 늘 10시만 되면 자던 나도 새벽 2시가 될때까지 남아 얘기를 해도 몸이 피곤하지 않았다. 바로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캠핑의 즐거움이다. 오래전 친구여도 좋고 처음 만나도 좋고 여하튼 즐겁다. 행복하다.

 

 

'언니 내일 아침 보면 너무 예쁠거에요' 란 후배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였다. 그리고 나도 그럴거라 생각했다.

작은 정원과 숲의 경계선에 있는 이 곳은 정말 아기자기 하고 예쁘다. 뛰어 놀 수 있는 적당한 공간도 좋고 좋다.

 

화장실이 하나 있고, 설겆이는 차 타고 내려가서 슈퍼, 식당에서 하고 하는 불편함이 있다. 세수도 물 끓여서 고양이 세수 해줘야 하고 머리 감는건 생각도 못하고. 

그런데 하나도 안불편하다. 좋아하니까 안불편하고, 좋아하니까 하는거다. 텐트안에서도 자리 잡고 눕자마자 10초 안에 잠드는것도 좋고. 자연안에서는 술도 덜 취하고 머리를 안감아도 2-3일 정도는 거뜬하다. 안간지럽다. (이 부분에서 안 믿는 사람들 많다) 지리산 종주할때 샴푸 치약을 들고 갈 수 없어서 한 걱정했는데 실제로 해보니 그래도 살 수 있더라는거. 


자연이 다 치유해준다.


아침에 일어나서 텐트 문을 열어 보니 앞에 후배네 집이 보인다. 우리가 제일 일찍 일어났나보다. 그러고 보니 오늘 다시 비행을 떠나야 하는 수동씨 커플이 새벽에 일어나서 갔나보다.

 

 

효정이의 마스코트. 항상 데리고 다니는 이 아이. 하루 사이 때가 탔다.

 

 

 

 

총 4개의 텐트. 아 아이들 텐트까지 5개구나!

 

 

 

 

중간에 있던 이 나무는 만들려고 해도 이렇게 아름답게 만들 수 없을 거 같다.

 옆에 바위도 그리고 나무 그루터기까지도  하나하나 오브제들이 감탄스럽다.

 

 

일찍 일어난 남편과 나는 탐방로를 따라아침 산책에 나섰다.

유아숲체험코스여서 짧고 쉽다.

 

 

 

 

 

 

 

나무마다 꽃마다 이름표가 다 붙어 있어서 좋다.

나무 이름에 대한 상식이 초등학생만도 못하다는 것도 새삼 깨닫고.

 

 

솔방울 모양이 특이하다. 소나무의 종이 틀린듯.

 

 

 

맨 마지막에 나오는 자작나무 숲.

강원도는 예쁜 자작나무가  많다. 특히 횡성 평창 이쪽 지역에 많은것 같다.

지난 번 횡성의 자작나무 미술관에서도 느꼈지만 북유럽을 떠올리게 하는 너무나 이쁜 나무다.

 

 

 

 

한폭의 그림 같은 자작나무 숲

 

 

 

 

 

 

돌아오자 모두들 일어나 아침을 준비한다.

 

 

 

 

 

이게 바로  어제 보고너무 예쁘다 했던 모빌

어떻게 이렇게 깜찍한 아이디어를 냈을까!!!

이런거 정말 좋다.

 

 

 

 

 

 

아이들을 정말 잘 봐주는 민수씨.


아이들을 좋아하지만 늘 뭔가 20%부족한 우리 신랑은 아이들에게 '형'이라고 부르라며 강요하고

아이들은 거의 신랑이 '뭥미' 인듯.


아....정녕 아이들에게 비호감 캐릭터로 굳히려나보다. 


 

 

빨간 NOS 텐트

오지에서 필드테스트를 직접 했단다. 정말 가볍고 간편해서 탐난다.

 

 

 

사실 이곳은 이곳의 역사를 알면 이렇게 편히 잘  수 없는 곳이란다.

 

625 전쟁당시 오폭으로 많은 양민들이 죽어서 이 곳에 묻혀있는 곳.



 

 

 

 

둘만 하는 캠핑이 아니라면 굳이 무서울 건 없을거 같은데 말이지.

 

 

아침으로는 우리팀이 준비담당이여서 사골만두국을 끓였다. 물론 내가 아니라 신랑이 준비했지만...

 

 

 

아이들 놀이터

 

 

 

 

 

이런 이쁜 디자인의 놀이터는 누가 만들었을까

 

핀란드의 공공 놀이터를 보며 부러워했는데

강원도 홍천의 이름도 알 수 없는 곳에서 만나다니

작은 감동이다.

 

 

푸른 잔디위의 알록달록 텐트들이 조화롭다.

금요일 저녁에 왔었더라면 더더더 좋았을 텐데 너무 많이 아쉽다.

 

 

침낭도 바위에 말리고 아이들도 뛰어 다니며 원반던지기도 하고

우리가 오기전에는 이곳에서 커플대항 체육대회도 했다고...

 

많이 아쉽다.


정말 이런 곳에 올 수 있는 기회가 없는데...

 

 

 

이제는 철수할 시간



모두들 일사분란하게 짐들을 챙기고 있고 아이들은 조용히 놀고 있다.

동현군은 하루 더 있으면 안되겠냐고...네가 벌써 캠핑의 맛을 알았단 말이냐!!

 

 

민수씨가 세집 텐트를 모두 가지고 왔으니 정말 정말 대단하다.

한집 더 챙기는것도 보통 일이 아니였을 텐데...



 

뒷 마무리중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한톨의 쓰레기나 흔적도 남기지 않고 가야 한다.

 

요 잔나무 가지는 집에 가져오고 싶었는데 신랑의 레이더에 걸려 못 가져 오고 살짝 걸어 놓았다.

 

  

바로 우리가 있었던 곳은 '삼마치 고개'다.

잘못 들어온 차량이나 유턴차량만 진입해서 들어오는 곳.

 

우리가 철수 할때도 한 캠퍼인듯 한 차량이 지나가다 말고 한참 동안 보다가 돌아가셨는데

안타깝게도 이곳은 정식 캠핑지가 아니기때문에 취사가 안되는 곳이다.

 

우리야 허락을 받고 한 것이지만 공식적으로는 안된다는 얘기.

 

아쉽다.

 

 

삼마치 캠핑을 마치며..

 

 

짧은 시간이었지만 비밀의 숲에서의 캠핑은 너무 즐거웠다.

 

신의 손으로 빠르게 텐트 4개 철수 하고 마무리 정리까지 마치고 나니 우르르 쾅쾅 소나기가 쏟아진다.

타이밍 기가 막히게 맞추고 우리는 떠난다.

일행은 서울로 복귀.

우리는 아쉬운 마음에 오대산으로 출발.

 

다음을 기약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