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령의 '우리에겐 일요일이 필요해'
재밌게도 난 이 책을
일요일 오후
혼자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기다리며 읽었다.
일요일 저녁 집앞에 있는
동네 영화관에 가면
사람이 없다.
거의 텅텅 빈 영화관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도 있고.
핑계 삼아 저녁 먹고 일찍 책 한권 들고 나와
나만의 시간을 갖을 수 도 있으니
나에게 요즘 '일요일 저녁'은 조금 특별하다.
사실 그녀를 알게 된 건 페이스북을 통해서다. 흔히 말하는 그녀는 나의 페친이다.
글을 너무나 감칠맛 나게 쓰길래 그녀의 긴 글은 놓치지 않고 다 읽는 편이다.
그리고 나 보다 한살 많으니 언니 같고 친구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작가를 친구라 부를 수 있어서 좋았다. 실제로는 만난 적 없는 페북 친구이지만 언젠가 그녀의 글을 읽어 보고 싶다고 느꼈다.
그러니까 이 책은 내가 읽은 첫번째 페친의 책이다.
'우리에겐 일요일이 필요해'
읽다 보니 역시나 그녀는 내가 상상한 대로이다. 딱 내 친구 같고. 나와 같은 세대를 살았고, 이리저리 작가에게 매력과 친밀감을 저절로 갖게 해줬다.
구수한 사투리도. 그녀의 친구들 얘기도. 어쩜 이렇게 나와 나의 친구들 같을꼬.
그 중에서 깜짝 놀란 글
이른 아침부터 여동생이 전화를 걸어왔다.
동생 : 문재인 안 돼가 어야노. 니 개안나.
나 : 모른다. 끊어라.
동생 : 아. 내 여덟 시도 안돼서 문재인 찍고 왔는데 아깝아 죽겠다.
나: 모른다. 끊어라.
동생 :가시나. 니 진짜 속상한갑네. 사투리 쓰는 거 보이.
나: 말하기도 싫다.
동생 : 엄마가 빨갱이 가시나 열 받았을 거라고 전화해보라 카더라.
나: 끊어라.
동생: 내가 자딕 코트 니 주께. 뉴욕 간대매. 거 가서 입어라.
나:.....
동생: 가시나, 좋댄다.
나: 니는 문재인 찍은거 맞나.
동생: 찍었다, 가시나야.
나: 큰언니는?
동생: 가는 투표도 안 했을 걸. 모르겠다.
나 : 우리 집구석도 간수 못하면서 내가 뭘 바라겠노.
동생: 내가 선글라스도 주께. 비싼 거다.
나: 알았다. 끊어라.
김서령 - 우리에겐 일요일이 필요해 중
사실 이 얘기는 딱 내 얘기가 아닌가.
선거가 끝난 다음 날 나는 엄마, 시어머니, 서방님들, 사촌동생들에게 전화와 문자를 받았다.
"괜찮냐?"는 것이였다.
나는 괜찮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고
다들 나를 위로해 주었다.
이미 나는 눈물 콧물 다 흘리고 자포자기한 상태였다.
호주에서 있던 시절을 읽을 때는 일본이나 영국에서 있을 때 생각이 나기도 했고.
친구들과 여행간 얘기 읽다가는 친구들과 여행 정말 많이 다녔다고 생각했던 나의 30대가 생각나고.
뭐 이런 저런 아주 비슷한 경험까지 해서 그런지
더더 재밌어서 단숨에 다 읽고 다음엔 무슨 책을 읽을까 하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산문집 이후로 이렇게 재미있게 읽은 산문집은 처음이다.
아....재밌다.
사진도 그림도
작가가 직접 그리고 찍었다.
재주 많은 작가
제일 부럽다. 글 잘 쓰고 그림 잘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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