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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감상하기/Book

성석제의 '투명인간'

이 소설은 천상 이야기꾼 성석제의 소설로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약간 읽기 힘들 수도 있다.

내리쬐는 태양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없듯, 애써 보려 하지 않던 나의 주위의 투명인간들을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시대는 60년대 이야기부터 오늘까지의 이야기다. 육남매를 중심으로 한 3대 혹은 4대 가족. 그들을 통해 보는 한국의 근현대.

가정사가 결코 가정사로 끝날 수 없는 시대를 겪어낸 사람들의 이야기.

 

백수 첫째는 이 집안의 기둥이자 희망이자 이 고을의 빛 같은 존재였다. 시골 깡촌에서 명문대에 입학하여 소 팔고 논 팔아 대학을 보내놨는데.

매학기 내야 하는 등록금과 하숙비는 도저히 혼자 감당할 수 없어 결국 피 뽑아 빵과 우유 타 먹다 끝내는 월남전에 나간다.

그곳에서 보낸 편지에 의하면 하늘에서 뿌리는 살충제들을 맡고 시름시름 앓아 타향에서 숨을 거둔다. 그는 자기가 고엽제 때문에 죽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한 체 몸이 약해서죽은 것으로 고향에 전해진다.

 

금희는 장녀로 백수 오빠가 월남에서 돈 벌어 사준 미싱을 밑천으로 일을 하여 동생들을 뒷바라지 하다가 트럭 운전사를 만나 시집을 가버리는 바람에 나머지 4남매의 가장이 사라졌다.

 

명희는 차녀로 연탄가스를 맡아 바보가 된다. 엄마와 아빠는 오남매를 데리고 서울로 와 도시의 가장 낮은 빈곤층으로 살다가 명희를 데리고 다시 고향 개운리로 향하게 된다.

 

이제 가장이 된 만수. 바로 이 이야기는 만수의 가족 이야기. 즉 그가 주인공이다.

어릴 때부터 이걸 뭣에 써먹어할 정도로 비실비실 했던 만수는 성실하고 그저 잘 웃고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자 하는 남자.

그의 이야기는 쌍용자동차의 노조를 생각 나게 했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 알지 못하지만 왠지 거기에 만수가 있을 것만 같다.

작년 서울 모 대학에서 있었던 공지영 작가의 의자놀이강연회에서 만난 쌍용노조 사람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석수는 백수 형처럼 똑똑 하지만 형제 많은 집에 잘난 자식 중 꼭 하나 있을 법한 이기적인 동생이다. 형을 형같이 생각하지 않고, 가족에 의해 희생당할 마음이 전혀 없고, 나만 잘되면 그만인 그는 어떻게 하다가 공장에 위장취업을 했다가 (절대 민주운동을 위해서가 아닌) 정부에 끌려가 고문을 다 당하고 그 전보다 더 나만을 위해사는 남자가 되었다. 그는 그 이후 어떻게 사라졌는지 책에는 나오지 않으나 아마 어디에선가 가족과 인연을 끊고 꼭두각시가 되어 너무 잘 먹고 잘살고 있을 것만 같다.

 

막내 옥희 역시 공부를 잘해 서울 명문 여대를 다니다가 민주화 운동을 하고, 거기서 원치 않는 관계로 원치 않는 결혼을 한 후 삶에 찌들어 버린 한때 운동권이었던사람.

 

거기에 석수는 알지도 못하는 아들 태수까지 아들로 키운 만수의 가족을 위한 희생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회사에서도 항상 웃어 동료들에게 사랑 받고 어디서나 성실하여 환영받지만

이 나라에서는 결코 잘 살지 못하는 남자.


그러면서도 삶에 대한 희망과 끈을 놓지 않고 사는 대한민국의 투명인간.


난 이 시대에서 약간 비껴난 세대이지만 그 시대의 적나라한 묘사는 숨 죽이고 읽게 되어 단숨에 다 읽어 버렸다.




끝에 작가의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소설은 위안을 줄 수 없다. 함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뿐. 함께 느끼고 있다고, 우리는 함께 존재하고 있다고 써서 보여줄 뿐.

 

이 말을 세월호 유가족에게 말해 주고 싶다.





아저씨~ 제 글을 읽어주세요~
저는 여주에서 온 중학교 1학년입니다.
어제 JTBC뉴스에서
홀로 외롭게 싸우시는
아저씨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저씨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었습니다. 
세월호 침몰 벌써 110일이 넘었는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끔찍한 사실이 저는 무섭습니다.
저는 아저씨 편입니다.
대한민국이 더 이상은
무서운 나라, 잔인한 나라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언니오빠들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
많은 학생들이 응원하고 있습니다.

여주에 사는 중1 이윤주 양이 어제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23일째 단식 중인 유민 아버지 앞에서 스케치북에 또박또박 쓴 응원메시지를 차례차례 넘겼다.

“대통령님! 힘없는 아빠 쓰러져 죽거든 사랑하는 유민이 곁에 묻어 주세요!”라고 절규하며 단식 중인 유민 아버지와 유가족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됐을까. 
이윤주 양, 고마워요.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