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물이 만나는 날
- 기쁨과 환희, 그리고 평생 느껴보지 못할 고통
드디어 오랜 시간, 아니 그 이상 아주아주 오래전 부터 기다려왔던 그 순간이 다가왔다.
바로 나의 아이를 만나는 날.
임신 하고서 부터 잠은 늘 충분히 자지 못하였지만 하루 전날에도 어김없이 새벽에 눈이 저절로 뜨여지고 앞으로 펼쳐질 고통과 기쁨에 대해 생각했다.
조금 일찍 퇴근한 남편과 함께 짐을 챙겨서 '장어'를 먹으러 갔다. 1년 만에 찾은 파주 갈릴리 농원.
가격은 1키로에 7만원으로 올랐는데 기분상 양은 줄어든 듯.
내가 반도 더 먹었으니...혈당체크고 뭐고 일단 영양분을 비축해야한다는 일념하에 열심히 먹다 보니 내가 반이상을 먹어버렸다. 다행히 혈당은 136.
마지막 만찬을 마치고 병원으로 가는 길.
꼬물이가 힘을 얻었는지 태동이 파도를 친다. 남편이 한손으론 핸들을 한손으로는 꼬물이를 진정시키며 병원 도착.
8시 입원.
분만실로 바로 가서 옷을 갈아 입고 심전도 검사와 태동검사, 혈압검사, 엑스레이까지 검사를 마친다.
9시 질정제 투입.
이제 슬슬 통증이 온다. 12시부터는 물도 못 마시는 금식이기 때문에 그 이전에 먹을 것이 있으면 열심히 먹어둬야 한다.
2014년 2월 14일
아침 6시 촉진제 투입
자궁 2센티 열림. 전혀 열리지 않았다.
7시까지 죽을듯한 진통이 계속 되었으나 열리지 않는 굳건한 나의 자궁.
8시 교수님 오셔서 더 아파야 한다며 촉진제를 계속 올렸다. 그래도 이상하게 7시까지 아팠던 그 진통의 세기에 못 미친다. 진통이 안온다. 자궁도 안열린다.
12시까지 지켜본다고 하였는데 결국 12시에도 진척이 안되니 3시 수술 결정.
여전히 진통 느끼지 못한다. 그냥 생리통 앓듯.
하늘이 노래지는 그 진통이 안온다.
3시.
관장 수술준비를 마친다.
37주 5일 3.14kg의 딸, 드디어 얼굴을 마주하다.
3시 30분
수술실 입실.
등을 새우등처럼 잔뜩 오므리게 한 후에 척추에 하반신 마취 주사를 놓는다는데 척추로 주사 자리를 만지는 것만으로도 겁이 나서 계속 몸을 움직였다.
뭔가 뜨거운것이 들어가는 듯 하고 다리가 뜨거워지면서 점점 감각이 사라진다.
눈을 가리고 손을 묶고 하체는 잡아 뜯는 느낌만 난다. 무섭거나 아프지 않는다.
본격적으로 수술 들어간지 10분 쯤되었나,
"4시 30분, 여아" 라고 하는 말소리와 함께 "응애 응애" 3.14키로로 건강하게 태어난 우리 딸.
나의 눈은 가려졌지만 걷잡을 수 없는 감정에 눈물이 흐르고 어깨가 계속 들썩였다.
내 머리맡에 간호사가 어깨를 잡아주며 괜찮다고 토닥여 줬다.
눈은 볼 수 없었지만 소리만으로도 나의 새생명에 대한 고마움과 기쁨 환희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오히려 간호사가 눈가리개를 치워주고 저 멀리 꼬물이를 봤을 때
양수에 돌돌 말린 머리를 보고는 "어머, 쟤 머리가 곱슬인가요?" 이런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아니라고 양수에 젖어서 그런거라며 태지가 아직 하얗게 묻은 아가를 내 얼굴에 대어주는데 너무 따뜻했다.
곧 아가는 데리고 나가고. 나는 이 때부터 공포의 시간이 된것 같다.
참을 수 있기에 수면마취를 하겠냐는 말에 아니라고 했는데 갈 수록 아프다.
꼬매면서 뭔가 잡아 뜯는 느낌이 더 생생하다. 왜 안끝나는 걸까-
"저 수면 마취좀 해주세요" 했더니 이제 곧 끝나가서 안해준단다.
아마 잠깐이었던것 같은데 그 시간이 애기 꺼내는 시간보다 길었던거 같다.
회복실에서 무통 주사를 꽂고 덜덜 떨기 시작했다. 수술실이 춥기도 한데 다 벗겨져 수술을 하고 나니 그 추위가 뒤늦게 찾아와서 계속 심하게 떨린다.
다 끝났어요 라는 말과 함께 내 눈에 들어온건.
내 두 다리가 공중으로 올라가 있는데 난 느낌이 전혀 나지 않았을 때의 그 공포란.
내 두 다리는 분명 직각으로 올라와져 있었다. 마치 유체이탈을 한 듯한 그 묘함에 얼른 눈을 감아 버렸다.
"이제 올라갈게요" 라는 말과 함께 침대가 수술실 밖으로 나왔다.
엄마와 남편이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는 꼬물이가 얼마나 이쁜지 하얀 태지 묻은 사진을 보여주며 너무 이쁘단다. 근데 솔직히 이쁜건 모르겠다. 그래도 엄마는 너무 이쁘단다. 그저 초음파랑 너무 똑같아서 신기하다.
수술실로 올라와 있으니 조금있다가 애기가 왔다.
젖을 물려보란다. 신기하게 그 작은 것이 눈도 뜨지 않고 젖을 문다. 감동적이다.
내 뱃속에 있던 생명이란 것이 눈앞에 있어도 실감이 잘 안난다. 내 딸이라고 하는데 아직도 낯설다.
외할머니 품에 안긴 꼬물양
분홍색, 삔, 리본등 여자 인증 필요함.
내일 출근해야하는 남편 대신 엄마가 밤을 새기로 했다.
진작에 1인실로 갔어야 했는데 괜찮을 줄 알고 5인실로 왔더니... 나도 민폐를 끼쳤고 역시나 불편했다.
고통의 시간
점점 하반신 마취가 깨면서 나의 고통은 시작되었다.
무통을 맞았는데 왜 이리 아플까-
무통주사통을 주면서 "고통이 심해질 때 이 버튼을 누르면 주사약이 더 많이 들어갈거에요" 라고 했는데
나는 그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어야만 했다.
무통 들어가는 소리가 일정하게 나면서 바로 테이프 리와인드 되는 듯한 소리가 한참 난다.
간호사를 불러 이 소리가 나는게 정상인지 물었다. "주사 잘 들어가고 있는데요" 라고만 하며 가버렸다.
점점 고통은 심해지고. 탱크 한대가 내 배위에서 전진 했다가 후진 했다가 잠시 멈춰서 있는 고통이 시작되었다.
잠은 도저히 잘수도 없지만 다리를 전혀 움직일 수 조차 없을 정도로 아프다.
옆으로 눕는건 불가능. 똑바로 누운 채 고스란히 고통을 견디자니 식은땀이 나고 '으으으....' 신음소리만 난다.
밤11시.
갑자기 간호사가 오더니 복대를 푼다. 왜 그러냐니까 지금 내 배위에 있는 모래주머니(수술부위를 압박시켜주는 무거운 모래주머니)는 분만실 꺼고, 그래서 갖다줘야 해서 산부인과 것으로 교체해야한단다.
그러더니 모래주머니를 번쩍 드는데 정말 별이 뜨고 앞이 깜깜해지며 나도 모르게 '으악~~' 비명을 질러 자는 사람들을 다 깨웠다. 그러더니 다른 모래주머니를 털썩 놓는데 다시 한번 '으악~~~'
아니 왜, 다른 병동 모래주머니라서 갖다 줘야 한다며 한밤중에 환자의 배 위를 그렇게 무참히 들었다놨다 해야하는 것인지, 그제서야 화가 치민다.
난 뭔가 꼭 해야할 의료행위를 하는지 알았다. 고작 니꺼 내꺼 가리려고 이랬어야 했단 말인가 -
난 이미 내 진통만으로도 미치기 일보 직전인데 말이다.
밤 12시.
도저히 죽을 것만 같다. 간호사를 불렀다. "무통이 전혀 먹히지 않는거 같아요. 저 진통제좀 놔주세요"
했더니 간호사가 "원래 수술한 산모들 첫날은 못 주무세요" 란다. 누구나 이 고통을 겪는다고 너도 참으란 말.
진통제가 들어가니 고통이 줄어든다. 그새 정신없이 잠에 곯아 떨어진다.
하지만 다시 고통이 시작되었다. 나는 잠결에 '이제 새벽인가보다 아침이 되면 나아지겠지' 했는데 새벽 2시. 진통제 약발은 딱 2시간이다.
엄마가 깼다. 수액이 다 떨어졌다며 간호사를 불렀고, 나는 나의 식은땀인지 등뒤가 젖어 엄마에게 만져보라고 했더니 물 주면서 물을 흘렸나보다 라고 했다. 말할 기운이 없어서 가만히 있었지만 나는 물을 흘리지 않고 마셨다. 난 그저 너무 아파 나의 식은땀이고 이게 혹시 저혈당인가 싶어 혈당체크를 부탁했다.
75라고 했다. 평소에 75면 저혈당 수치 아님에도 불구하고 저혈증세가 오기도 했기에 그래서 식은땀이 났나보다 했다. 요구르트를 마시고 간호사에게 수액이 다 떨어졌으며 진통제를 놔달라고 했다.
되돌아간 간호사는 올 생각을 안한다.
그 새벽에 불 켜놓고 간호사를 기다리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인듯 싶어 엄마에게 불을 끄고 기다리자고 했다. "엄마, 간호사 왜 안오지?" 간호사에게 갔던 엄마가 와서는 진통제 넣은지 얼마 안되는데 다시 넣어도 되는지 담당의사에게 물어본다고 했단다.
한시간, 두시간...
난 그저 뜬 눈으로 계속 기다렸다. 진통을 겪어가며...
새벽 6시 내 수액 교체나 진통제에 대한 일은 다 잃어버린 양 그 병실에 있던 환자들의 혈압체크를 하며 가장 마지막에 나에게 왔다. 나는 기운도 없어 "수액 안갈아 주나요? 진통제는요?" 했더니 그제서야 수액을 갈아주면서 진통제는 맞은지 얼마 안되서 안된단다.젠장. 벌써 6시간이나 지났다고-
다시 내 복대를 풀으려고 한다. 나는 너무 화가나 "뭐 하려고요. 저 진통제 놔주고 복대 풀어주세요" 라고 했다. 어젯밤 그 고통이 완전히 트라우마가 되어 복대에 손만 대어도 미칠거 같았다.
간호사는 복대 푸르고 수술부위를 눌러봐야 한다고 했다.모래주머니도 떼어야 한다고 -
말만 들어도 죽을 듯 아프다.
다시 진통제를 놔도 되는지 물어보러갔던 간호사가 와서 진통제를 놔주겠단다.
조금있다가 의사가 와서 복대를 풀어보자고 했다.
"무통이 전혀 안먹혀요. 밤새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라고 하자 무통을 만져보던 의사 왈.
"주사 바늘이 빠져있네요."
어제 내 등뒤의 물은 무통 주사액이 흘러나왔던 것이다.
이런 @#$)*%)@*#$)@(#$)(@#$
어제 밤부터 있었던 일들이 내겐 악몽이었다.
- 무통 주사액 기계소리에 대해 분명히 이상하다고 확인을 요청했는데도 괜찮다고 한 점.
- 모래주머니가 다른 병실용이라며 아파죽겠는 환자의 배를 한밤중에 들었다 놨다 한 점.
- 진통제 놔달라고 했더니 6시간만에 나타나서 다시 한번 의사에게 물어보겠다고 한 점.
- 수액은 이미 진작에 떨어졌는데 6시간만에 갈아 준점.
- 알아보겠다고 하고 가서는 보호자가 가서 물어볼때까지 와서 피드백도 주지 않고, 심지어 그 이후에도 알아보겠다고만 하고 오지 않은 점. 그 간호가를 기다리며 진통을 겪어가며 뜬 눈으로 꼬박 지샌 환자.
난 지난 밤 뭘 했단 말인지.
생 진통을 그대로 다 겪으면서 말이다.
정말 이런 고통을 계속 겪으며 살 수 있을까 라는 생각. 태어나서 이런 신체적 고통은 처음이며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며 온갖 잡생각으로 꼬박 진통을 겪었다.
다음 날 남편이 와서 얘기를 하고 담당 주임 간호사가 와서 죄송하다고 했지만...그렇다고 나의 지난 고통이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것.
당장 1인실 모자동실로 옮겨 달라고 했다.
이튿날까지 훗배앓이는 장난이 아니다. 왜 수술하면 힘들다고 하는지 절실히 온몸으로 깨닫고 있다.
정말 될 수 있으면 자연분만...
나처럼 너무 무통효과가 없다고 할때에는 간호사에게 불러서 주사바늘이라도 다시 확인해야한다.
이제 꼬물이를 계속 옆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수유시간이 되면 간호사가 들고 와서 젖병을 준다. 우유를 먹이고 트름을 시키고.
하루종일 꼬물이는 잠만 잔다. 그래도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다.
모유 수유를 몇번 시도했으나 나오지 않는 모유 -
이틀 째부터 유축기를 써보기로 했다.
전혀 진척이 없다.아프기만 하다.
꼬물이에게 '신다윤'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그래도 꼬물이가 더 좋다.
여전히 쳐다보고 있으면 내딸이 맞나 싶고 낯설지만 사랑스러운 건 어쩔 수 없다.
초음파 처럼 아들같은 모습에 이쁘지 않아도 마냥 사랑스럽다.
이제 이 병원에서 나가 본격적인 꼬물이와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겠지-
꼬물아 환영한다.
꼬물이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꼬물이 발 꼼지락 꼼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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