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만 있는 시댁에 처음 인사 드리러 가던 날. 어머니는 "딸이 좋아, 아들이 좋아" 라는 질문을 하셨다. 나는 일말의 주저 없이 "딸이요" 그러자 어머니는 "그치? 딸이좋지? 그러면 고기 먹지 말고 야채 과일 많이 먹어" 라는 전혀 의학적 과학적 근거 없는 중요한(?) 팁을 주셨다.
아들 하나씩 둔 동서들에게는 하나 더 낳고 싶다고 했던 동서에게 "그러다가 아들 또 나오면 어떡하니 그냥 하나씩만 잘 키워" 라고 분명히~~ 말씀하셨다.
시어머니께 임신 사실을 알리며 "태몽이 뱀인데요 딸같아요" 했더니 "아들이든 딸이든 건강하게만 낳아라 성별 상관하지 말고" 라고 몇번을 강조.
"나는 딸 가진 엄마들이 세상에서 제일 부럽다. 딸 가진 엄마들은 핸드폰이 불이나더라. 딸들이 전화를 하도 해서..."
어머니, 딸들이 다 그렇진 않아요~ 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어머니의 딸에 대한 로망을 꺽어드리긴 뭣해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역시 엄마에겐 딸이던가. 딸도 다 같진 않을 텐데...^^;;
그러다가 친정엄마가 애기 노는 것을 보더니 "아무래도 아들같다" 하셔서 시어머니께 그 말씀 드리니...
"그래?..... 너네랑 둘째네는 이미 나이가 늦었으니 나이 어린 막내네가 딸 하나 더 낳지 않을려나?" 라는 말씀을...ㅠㅠ
그러나 이미 다들 하나씩만 잘 키우겠다는 마음을 먹은 상태.
울어머니는 아들 셋에 손주 셋이 되는 것일까.
15주 토요일
아직도 정기검진을 가려면 3주나 기다려야 한다. 남편은 진작에 '꼬물이 보고싶다'를 외쳤는데 드디어 참을성이 한계에 다다랐는지.
"당신 어제 좀 무리했던거 같은데. 배 뭉치지 않아? 병원갈까?" 라며 멀쩡한 나에게 자꾸 병원갈 구실을 만들어주고, 나는 안된다고 참으라고 했다가
도저히 안되겠는지 "안되겠다. 오늘은 꼬물이 꼭 봐야겠어!" 라며 병원행.
접수 하는데 "오늘이 검진일이 아니시네요? 어디 불편하세요?" 했더니 남편이 "아...배가 좀 아프다고 하고..소화가 안된다고 하고..." 뭐 이런 임신부면 누구나 갖는 증세들을 나열하기 시작..-.-
진료실에 들어가니 선생님이 어디 불편하냐 물어서 "아...양치 입덧이 좀 심하고요...약이 없을까요?" 뭐 이런 황당한 질문을 했더니 선생님 눈치 채시고 "애기 궁금해서 오신거죠? 봐야죠. 보고싶으면..." 하신다. 아....민망하여라.
오랜만에 보니 또 더 많이 컸다. 여전히 잘 움직이고. 손도 빨고 팔베개도 하고.
성별을 보려고 엉덩이 부분을 보여주시며 "뭐 같아요?" 하시는데 까페에서 많이 봐서 딱 보니 알겠다.
"딸이요" 했더니 "그렇죠?" 라신다.
엉덩이 아래쪽에서 보여주는 초음파인데요.
이렇게 딸이면 아무것도 없고 아들이면 작은 성기가 보인다죠.
저는 보는 순간 '딸!' 했네요.
시어머니에게 이 기쁜 소식 알려야 겠다. 하면서도 한편으론 '딸이래요' 하면 '딸이든 아들이든 괜찮아' 라고 말씀하실걸 100% 예상.
말씀드렸더니 "어머. 그러니? 축하한다. 너 소원 풀었다" 하며 기뻐하신다. 그래서 어머니 소원이기도 하시자나요. 했더니.
"아니야~ 난 아들이든 딸이든 상관없어~ 아들이어도 좋지. 큰 아들이니까.." 라신다. -.-
아이고 어머니~~ ㅎㅎㅎㅎㅎ (예상 적중)
아무튼 이제 꼬물이 이쁜 이름도 생각하고 딸이라고 상상하며 태교 할 수 있어 더 좋다.
비교적 빨리 안 셈인데, 원하던 딸이어서도 좋고. 튼튼이 꼬물이 동영상으로 앞으로 2주는 거뜬히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친정엄마에게 동영상 보여주니 발이 나를 닮았단다. 넓대대하고 못생긴 나의 발을 닮았다며 좋아하시는 친정엄마.
그렇게 친정엄마는 꼬물이에게 당신 딸 닮은 모습을 찾으며 좋아할거고 시어머니는 당신 아들 닮은 모습 보면 좋아하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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