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갖는다는건 엄청난 축복인 동시에 엄청난 무게의 스트레스이기도 하다.
물론 그 스트레스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임신초기에는 유산의 위험성으로 온통 신경이 쓰여서 임신을 기뻐할 여유도 없었고, 중기부터는 마음이 놓이긴 하지만 다시 기형아검사며 다운증후군 검사며 무시무시한 양수 검사등이 새로운 두려움으로 찾아오고 거기까지 무사히 마친 산모들은 이제 산고의 고통을 어떻게 겪을 것인지 그리고 그 이후에는 모유 수유며 잠 못자고 우는 아이를 어떻게 봐야 할지...
바야흐로 임신이란 기쁘고도 거룩하고 아름다운 일 다음에는 걱정할 일 투성이 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절히 바라다 드디어 아이를 갖게 되었고 이젠 나도 누구누구엄마의 호칭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만 같은 상상에 빠진다.
5,6주 정도에 있었던 입덧은 나를 완전히 무장해제 시켜 놓고 괴롭힌다. 그저 때 되면 뭔가를 집어 넣고 속이 울렁 되면 누워있다가 더 어지러워 앉아있다가 갑자기 웩 하며 화장실로 달려가 얼마 안되는 음식을 토하기도 하고. 이걸 언제까지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저 의욕상실로 만든다.
그 무엇도 할 수가 없고 말할 기운도 기분도 아니다.
막달까지 입덧을 했다는 시어머니와 엄청 심하게 입덧을 해서 고생했다는 친정엄마의 얘기. 입덧은 유전이라더니 다행히도 나에게 그 무시무시한 입덧은 2주 정도 나를 괴롭히다가 꼬물이가 내 몸을 해치려고 들어온 '적군'이 아니란 사실을 완전히 받아들이고 항복을 했는지 입덧은 사라졌다.
사실 임신 초기에 입덧만 사라져도 살만하다. 지금도 14주인데 입덧을 아직까지 해요 하는 산모들 보면 정말 너무 안됐다. 특히나 둘째 셋째 임신중인 산모들...나 혼자 몸도 챙기기가 힘든데 내가 챙겨야 할 애들까지 있다는 생각을 해보면 정말 내게는 넘사벽..
나는 특히나 두번의 계류유산이 트라우마가 되어 8주까지는 그야 말로 임신우울증 같은 것을 겪고 말았다. 다행히 회사도 쉴 수 있어서 쉬면서 사람들도 만나지 않고 집에만 꼼짝않고 있으면서 그저 시계 바늘이 2에서 3으로 지나가길 바라며 누워있기만 했다.
병원에서는 그렇게 불안하면 1주일에 한번 오라고 (보통은 2주일에 한번) 하셔서 맘 놓고 1주일에 한번씩 가서 초음파로 아이가 잘 있다는 걸 보고 나서야 마음이 놓였고 다행히 하루하루 지날 수록 그 불안함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8주에는 꼬물대는 걸 초음파에서 볼 수 있었고, 이때 부터는 정말 얼마나 또 컸을까 이번엔 어떤 포즈일까 궁금하여 병원에 가는 일주일만을 손꼽아 기다릴 정도가 되었다.
9주에는 젤리곰 모습을 하고서는 짧은 다리와 팔을 어찌나 힘차게 흔들던지 다리를 꼬았다가 엉덩이를 들썩이는 모습에 반했고.
10주에는 두발로 점프를 하며 계속해서 쿵쿵 대는 걸 보고는 어찌나 웃기던지. 남편이 '꼬물이 폴짝'이라는 동영상으로 만들어 주어 심심할 때마다 보고 웃었다.
엄마 나 머리 끼었어요.jpg
12주에는 입체 초음파로 아이가 태반에 머리를 끼고 뒷모습만 보여주었다. 손으로 톡톡 깨었더니 바로 뒤에 찍은 초음파에서는 뱅그르르 돌면서 드디어 얼굴을 보여주었다.
시대가 좋아져서 매번 동영상을 찍고는 엄마의 어플에 바로 업로드 되어 병원에서 나오면서 '엄마 조금있다가 가서 다운받아봐봐요' 하면 바로 엄마도 함께 볼 수 있는 세상이다.
이제 곧 추석. 꼬물이 만나는 날. 벌써부터 하루하루 날짜 가는 것이 왜 이리 느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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