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14주.
나는 임신 초기를 극도로 조심하며 지냈던 산모로 거의 친구도 만나지 않고 아무대도 가지 않고 스스로 침대와 일체가 되어 시계 바늘만 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12주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주위에서 연락이 오면 언제나 "12주 지나는 9월에 만나자" 라고 약속을 다 미룬 상태.
그러다가 기다리던 9월이 오고 나에겐 임신초기인 12주를 지나는 꿈같은 시간이 온것이다.
금토일 약속을 잇따라 세건을 잡았다. 그래도 내가 제일 편한 장소인 여의도로 잡고는 주말 내내 회사앞까지 갔다.
한번은 지하철로 한번은 운전을 하고.
그러다가 일요일 약속을 마치고 집으로 오려고 할때 재채기를 했는데 순간 요실금 같은 느낌이 들어 친구들에게
어머 임신을 하니 요실금이 생기나봐 라고 얘기를 하고.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 얘기를 했는데 왠지 양수가 아닐까 걱정이 되기 시작하여 남편이 더 먼저 '병원에 가자' 라고
응급실을 찾아가서 분비물이 나오는데 혹시 양수가 아닐까 해서 왔다니까 간호사 왈
"원래 임신하면 분비물이 당연히 많이 나와요" 라며 돌려보낼 태세.
나도 민망해져서 "거봐...그냥 갈까?" 하다가 이왕온거 진료 받고 가자 하여 검사를 하였다.
선생님은 다행히 나의 담당 샘이 당직이셨는데 아니 몇일 전 왔다가지 않았냔다.
양수검사는 리트머스 종이 같은 걸로 질초음파를 이용해 "기침한번 해보세요" 하면 끝.
양성반응이 나온다며 당장 입원하란다.
흔히들 양수가 샌다고 하면 분비물과 구분을 잘 못하며, 줄줄새는 것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산모들이 많다.
나 같은 경우 아주 적게 샜을 뿐인데 왠지 분비물과 느낌이 다르다.
양수는 무취무색.
맘까페에도 보면 하루에도 몇번씩 '분비물일까요? 양수일까요?' 라는 글이 올라온다.
그럴 때는 그냥 고민하지 말고 병원에 가야한다. 검사가 어려운것도 아니고.
결정적으로 양수가 새면 왜 입원을 해야하느냐...
감염의 위험성, 그리고 양수가 갑자기 터져 버리는 산모도 있다고 한다.
의사샘이 얘기해준 케이스는.
하나는 나처럼 이렇게 약간 새서 와서는 입원 안하고 담날 다시 오기로 했는데 돌아가서 갑자기 양수가 터져 아이를 잃은 것.
또 하나는 내원 당시 양수의 반을 흘려보낸 산모. 의사샘은 보는 순간 아이 지키기 어렵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입원 4일만에 다시 양수양이 다 차고 더 이상 새지 않아 무사히 아이를 낳았다는 얘기.
결국은 케이스바이케이스.
언제나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하기 때문에 무조건 양수가 새는 산모들은 입원을 해야한다.
나는 입원 이후로는 한번도 새지 않았음에도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4일이나 입원을 하고 더 이상 안새는 것 같다라는 진단을 받고서야 퇴원을 할 수 있었다.
4일간 나는 수액과 항생제가 든 링겔을 맞으며 누워만 있었다.
피가 비친다. 양수가 샌다. 태반이 내려앉았다..기타 등등의 임산부에게 내려지는 경고들은 모두 '침대에 누워만 있어라' 라는 얘기를 듣게 된다.
정말 침대에만 누워 있는 것이 얼마나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임신하고 나서야 깨닫는다.
침대에 누워서 생각했다. 조리원엔 2주일 말고 1주일만 있어야 겠다. 도저히 답답해서 못 있겠다.
그러다가 다시 아니다 조리원 말고 조리도우미를 불러야겠다. 라는 생각을 한다던가.
얼마나 놀랬는지 가뜩이나 조심하고 있는데 그 이후로 더더욱 조심하게 되었다.
나는 그저 태교여행이고 운동이고 무리하지 말자. 낳는 그 날까지 조심조심조심조심하자.
다시 한번 꼬물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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