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모토 바나나의 '안녕 시모키타자와'는 고백하자면 순전히 '시모기타자와' 란 이름 때문에 읽은 책이다.
그곳을 떠난지 벌써 6년이 넘어가지만 아직도 가고 싶고 그리운 곳 시모기타자와.
도쿄에서 가장 그리운 곳을 꼽으라면 회사가 있었던 신바시, 24시간 오픈한 롯뽄기의 쯔타야 서점
다시 가보고 싶고 더 자주 가지 못해 아쉬운 곳은 두곳, 기치조오지와 시모키타자와
이 소설은 어떤 장소에 대한 기억과 음식을 통해 가족의 죽음을 치유해 나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요시모토 바나나 특유의 세밀하고도 섬세한 심리묘사와 더불어
주인공 요시에가 느끼고 사랑하는 거리
시모키타자와에 대한 묘사는 거의 그 지역에 대한 헌사 수준이다.
서울이 배경이 되는 소설을 읽다보면 더 친근감이 갖게 될때가 있다.
더불어 '아 이작가는 광화문을 정말 사랑하는구나' 하는 식으로 그의 애정도를 느낄 때가 있지만
이처럼 노골적으로 시모키타자와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소설이 또 있을까-
아버지가 다른 여인과 동반자살같은 죽음을 당한 후
엄마와 남겨진 요시에는 메구로의 집을 그대로 둔 체 이곳 시모키타자와로 와서 좁은 원룸에서 함께 생활을 한다.
메구로는 전형적인 주택가로 깔끔한 (일본 어느 동네나 대부분 깔끔하지만) 지역으로 중산층 이상이 주로 사는 곳이고,
시모키타자와는 우리나라의 홍대같은 분위기이다. 물론 홍대처럼 지저분하지고 정신없진 않다.
좁은 골목골목으로 이어지는 예쁜 샵들과 저녁에는 라이브 클럽들이 많아서 인디밴드들이 연주를 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우리나라의 인디밴드들도 이곳에서 연주 하곤 한다.
이 소설에 나오는 가게들 중에는 실제로 있는 가게도 있어 아마도 요시모토 바나나는 정말 시모키타자와를 사랑했던 것 같다.
"시모키타자와에서 술을 마시면 맛있어요"
나는 말했다.
"여기 사는 것도 아닌데 길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이 아주 여유롭잖아요. 이런 동네, 도쿄에 별로 없어요."
"그렇지, 정말 그래. 모두들 언제까지라도 젊을 수 있다는 표정이야. 신주쿠는 좀 찌든 사람들이 많은데, 그 나름 좋기는 하지만..."
p112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요리, 음식'은 이번에도 등장인물들이 치유되어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준다.
아버지이자 남편을 잃은 두 모녀가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다가 갑자기 빙수가 먹고 싶어져 집안의 차림으로 택시를 잡아타고 가서 시모키타자와의 '레리앙'으로 간다.
가게 문을 여는 순간 바깥 열기와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이 섞이고, 뭐라 말할 수 없이 여유로운 느낌이 온몸을 두루 감쌌다.
망고와 백도를 곁들인 카시스 빙수를 주문했다.
얼음은 보슬보슬하고 과일은 정말 맛잇었다. 달콤함이 마치 천국의 음식처럼 마음과 배 속에 젖어 들었다. 자문자답과 후회를 거듭하며 쉬지 않고 돌아가느라 뜨거웠던 머릿속이 시원하고 기분 좋게 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싱싱한 양상추에 영콘과 방울 토마토, 오쿠라와 오이도 넉넉하게 들어 있었다.
"대단하네. 이거. 맛있다. 오랜만에 맛이란걸 느껴 보네. 몸은 살아 있나봐, 마음은 죽었어도"
p50
단편을 주로 썼던 바나나의 이번 장편소설은 사실 그냥 '단편'으로 썼으면 더 좋았을 소설이라는 생각을 했다.
시모키타자와가 그리워 읽었기 때문에 끊임없이 그곳을 상상하며 읽어서 더 반가웠긴 했지만
스토리자체는 좀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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