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관 그의 책 중에 제일 처음 읽은 책 '나의 삼촌 브루스리'
왜 그를 사람들이 이 시대의 진정한 이야기꾼이라고 하는지 알거 같다. 2권의 장편소설을 쉼없이 빨려들어가 읽고 나왔다.
잠시 쉬는 시간에도 나의 머릿속은 계속해서 필름이 돌아가고 있었다. 삼촌은 어떻게 되었을까?
브루스 리, 이소룡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소룡의 짝퉁이 되고자 했던 나의 삼촌 이야기다.
어려서 할아버지의 서자로 어느 날 나이 차이 많이 나지 않는 삼촌이란 사람이 집안에 들어왔다. 그것도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스스로의 처지가 그런 사람들이 그렇듯 눈치를 보며 시키지 않는 농사일을 거들고 군소리 없이 뭐 하나 사달라고 하지 않았다.
나와 친구 종태는 삼촌이 좋아하는, 아니 존경해 마지 않는 이소룡의 영화를 같이 보고 삼촌에게 무술을 배우기도 했다.
뭐 하나 잘하는 것 없는 말 까지 더듬는 삼촌이 유일하게 잘 할 수 있는 일 무술.
그가 이소룡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그의 인생이 이처럼 세상의 온갖 역경과 악재를 다 모아 놓은 듯한 삼촌의 인생이 되지 않았을까?
사람하나 죽이지 못한 그는 계속 해서 누명을 쓰고 도망자의 인생으로 꼬이기 시작한다.
거기다가 죄도 없이 삼청교육대까지 끌려가 온갖 합법적인 폭력을 고스란히 받아 낸 후 죽음의 위협을 넘어 세상에 나오지만
세상이라고 그다지 낫지도 않다.
그 와중에 이소룡은 죽고 사망유희의 이소룡 유작이라고 알려진 영화의 이소룡 대역이 되기 위해 홍콩으로 가는 탔던 배는 태풍을 만나
바로 홍콩이 마주하는 곳에서 한국으로 되돌아가게 되고
깡패에 중국집 배달부에 이어 영화의 스턴트맨격인 으악새 (으악하면서 죽기만 하는 단역)가 된다.
그녀의 첫 사랑 삼류 영화배우 최원정에 대한 그의 지고지순한 사랑은 또 어떠한가.
그녀를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바쳤던 삼촌.
그리고 최원정을 이용했던 영화제작사 대표이자 국회의원 유회장 (개새끼라고 부른다)과 그의 아들 유사장 (아들새끼 라고 부른다)의 이야기까지.
박정희시대부터 1990년도까지의 산업화, 근대화를 거친 도시와 시골에서 일명 삼류 인생들이 처한 삶들은 더 없이 처절하다.
정말 사람의 인생이 이렇게 꼬일 수 있을까? 이건 소설일거야라고 생각했던 순간
천명관 작가의 삶 또한 삼촌만큼은 아니여도 우여곡절이 많았다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 후에 그의 책 '고래' 와 '고령화가족'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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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궁금한 부분이 있어서 구글링을 했는데 찾지 못했다.
얼마전에 읽은 단편 소설 중에 이런 내용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을 읽은 적이 있다.
독재정권 시절 사춘기 소녀와 소년이 등장하고 소년이 소녀에게 만나달라 하자 '너 이름이 신문에 나오게 되면 생각해볼께' 라고 했던 일
그 이후에 신문에 반정부적인 기고를 올리는 사람을 찾기 위해 신문사 기자를 의심하여 추적하다가 그 기사의 첫글자를 따면 그 소년의 이름이었던걸 알게 되어 범인이 소년인 것을 알고 그 소년은 고문을 받게 된다는 얘기.
바로 '나의 삼촌 브루스리'에서는 삼청교육대에서 만난 정기자가 유명 신문사 기자로 독재정권을 찬영하는 기사를 쓰라는 상부의 지시에 알겠다며 열심히 썼는데
알고 보니 기사의 첫글자만 따보니 "늑대가 나타났다"라는 게 발각되어 삼청교육대로 끌려온 에피소드이다.
난 그래서 정말 이 사건이 역사 속에 실제 했는지가 궁금하여 검색을 아무리 해봐도 그런 사건을 찾을 수가 없다.
더군다나 내가 읽었던 그 단편소설이 누구의 무슨 소설인지 밤새 뒤척여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부디 이 글을 읽으시는 분중에 저에게 답을 주실 수 있는 분은 댓글로 남겨주신다면 매우 감사감사할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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