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강댐에 지난 겨울에 온 이후로 6개월만에 다시 찾았다. 이번에는 엄마와 함께 춘천 여행을 떠났다.
날씨도 너무나 좋고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아 한가해서 오랜만에 엄마와 좋은 시간을 보냈다. 차를 가지고 가지 않아 불편한 점도 있고 편한 점도 있다.
하지만 엄마가 더 나이 드시면 이제 이런 여행은 힘들지 않을까...
나는 당분간 대중교통 이용한 여행을 좀 다녀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이번 춘천여행은 나름 다음에 또 쉽게 올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일단 춘천역에 내려 맞은편 버스 정류장에 가보면 소양강댐 가는 버스들이 많이 있다. 그 중 아무거나 타고 소양강댐 정상에서 내린 후 그 길 따라 걷다 보면 배 타는 곳이 나온다.
버스 운전사 아저씨가 9시 반에 배가 있을거란 얘기를 승객들에게 해준다. 그 배를 타고 청평사로 들어간다.
몇 해 전 친구들과 갑자기 춘천에 가자 해서 내가 차를 몰아 온 적이 있는데 우리는 배 타고 들어가는 것을 예상했으나 네비를 찍고 와보니 산 너머 청평사 주차장에 세워주더라는...너무 추웠던 겨울 우리는 청평사까지 올라갈 생각도 접고 한바퀴 돌고 다시 시내로 가서 닭갈비를 먹었었다.
그러고 보니 청평사는 몇 번 가보려고 시도 했다가 한번도 가 본 적이 없다.
이렇게 세월이 훌쩍 흘러 엄마와 함께 오게 된것이다. 여행은 아무리 뜻이 있어도 언제 어떻게 누구와 가게 될지 모른다.
이른아침에는 소양강에 안개가 끼었다. 안개가 낀 날은 낮에 화창하게 맑다 못해 덥다는 사실.
강의 수면은 그저 조용하고 고요하다.
아무도 없는 소양강댐. 9시경에 도착하여 청평사로 들어가는 배를 타러 가는 길.
한가하다 못해 사람이 왜 이렇게 없지? 왜 우리만 있지? 할 정도.
여행을 다니다 보면 '사람이 없어서 너무 좋을때'와 '사람이 없어서 심심할 경우'가 함께 찾아 오기도 한다.
사람 없어 조용한 산을 오르다 보면 어쩌다 만나는 등산객이 반가워 나도 모르게 "수고하세요" 하고 인사 하기도 하는 것처럼.
배 표를 끊어 청평사로 들어간다. 작은 배는 기름 냄새를 풍기며 10여분 달린다.
5월의 맑고 고요한 아침이다.
청평사에 도착하여 30분 가량 오르다 보면 구정폭포라는 아주 작은 폭포가 나타난다.
분재같은 모양으로 작지만 제법 모양을 갖추고 있고 수심도 깊어서 수영이 금지 될 정도의 폭포가 나온다.
물 소리만 들어도 시원하다.
물소리를 들으며 오르다가 하늘을 보면 온통 초록이 머리 위를 뒤덮고 그 사이로 작은 햇살줄기가 눈부시게 빛난다.
"엄마 너무 좋지?" "그래 너무 좋다" 가끔씩 이런 대화를 나누며 산을 오른다.
이곳에서 쉬며 참외 하나 먹고 가자 했다. 시간이 급하지도 않으며 그저 느리게 느리게 여행 하면 된다.
참외 먹으며 하늘 한번 쳐다보고 물소리 들으며 땀을 식히다 보니 방금 전까지 더워서 벗은 옷에 손이 간다.
절 바로 앞에 있는 작은 연못 '영지'
연못에 비친 나무들의 모습이 그대로 그림 같다.
그림을 잘그린다면 이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간직하고 싶다.
다음 주는 부천님 오신 날. 연등행사 준비로 한참이다.
뒤에는 오봉산이 옆으로는 부용산이 앞으로는 마적산과 봉화산이 사방으로 산으로 뒤덮여 있다.
청평사는 1천년도 더 된 사찰이다. 지금 청평사 앞에 새로운 건축을 하고 있던데 딱 봐도 새롭게 짓는 절은 오래된 절의 느낌이 안 난다.
그냥 느낌만 안나는게 아니라 전혀 호감이 안생긴다. 새로 짓기 보다는 오래된 절들을 잘 가꿔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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