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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감상하기/Film

인디 애니페스트2009


2009 인디애니페스트 수상작 상영회에 다녀왔다.

나는 당연히 대상에 빛나는 우유각소녀, 아니 홍학순 감독님의 초청으로 참여 하게 되었는데
우유각을 만난것도 너무 좋았지만 참 좋은 작품들 보고 온 것도 좋았다.
작품 모두가 다 인상적이다.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 감독들의 아이디어와 창의력 모두 훌륭하다.
좀더 많이 상영되고 보여지면 더 좋겠다.

뒷풀이에는 우유각 포함 더 웨이 감독님, 호곡동 블루스 감독님이 함께 가셔서 얘기들을 나눴는데.
그분들의 작품세계는 너무나 서로 달랐지만 그 분들 모두 참 순수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특히나 모두들 우유각의 기이한 말투와 기발한 상상력, 그리고 그의 드로잉북을 보고서는 그에 대한 호기심으로 눈이 반짝반짝...질문을 쏟아냈다.


우유각은 일러스트레이터에서 이제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었다. 그의 용기있는 선택이 이제 빛을 조금씩 발한다고 본다.
내가 어제 느낀건 애니메이션 부분에서 우유각의 등장은 참으로 신선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우유각의 철학과 이해를 펼칠 애니메이션들이 정말 기대된다.

특별 한정판이라는 우유각의 DVD를 선물로 받아 들고 왔다.
검색을 해보니 학생들이 이번 상영회에서 그의 '띠띠리부 만딩씨'를 보고 나서 의외로 상업성도 있다는 평가다. 어린 아이들이 쉽게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

감독님과 얘기를 해보면 그의 작품세계와 정말 잘 맞닿아 있는 이미지인데, 우유각의 유쾌한 이미지와 그의 애니메이션은 그의 분신같다. 우유각의 애니메이션은 그저 '즐겁다' 지구, 해, 아프리카인, 이글루, 펭귄이 그 소재인데 유쾌하고 즐거운.

어제 재밌던 얘기 중 하나는

더웨이 감독님은 50이 넘으셨는데 그 동안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일을 하시다가 뒤늦게 자신의 꿈을 위해 데뷔 하셨다고 한다.
그 분은 과거 한때 애니메이션계에서 우리나라의 미야자키 하야오가 있을거란 생각에 조금만 유명해져도 그 분들을 찾아다니셨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도 우리나라에 꽤나 훌륭한 애니메이션 감독들이 있었으나 환경이 뒷받침되지 못한 상태에서 그들은 아쉽게도 아류로 전락하거나 돈벌이를 찾아 다른길을 찾았다며...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계속 지원과 관심이 있다면 얼마든지 미야자키 하야오가 나올거라는 말씀을 하셨다. 이 얘기를 할때에는 우유각이 잠시 전화 받으러 나갔었는데 잠시 후 돌아와서 '드로잉북'을 보여달라는 사람들의 요청에 꺼낸 두툼한 '드로잉북'은  내가 옛날에 보던 원본이 아니라 그것을 제본한 것이었다. 그 한권만으로 사람들은 그를 새로운 시선으로 보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 그렇게  신분증처럼 그의 가방속에 넣고 다니는가보다. 꽤 두꺼운데 말이다.


그러면서 그 분이 우유각의 그 드로잉북을 보더니 충격을 받아 질문했다. 아무래도 그 분은 '혹시 이 사람이 우리나라의 미야자키 하야오 같은 사람이 되어줄 수 있을까?' 하는 눈치이다.


더 웨이 전영식 감독님 曰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 좋아해요?"  
우유각   
"아....뭐 좋아할거에요..히히"
 

하지만 난 안다. 우유각은 어린왕자 제목만 안다는 것을.
사람들이 내게 물었다. "홍감독님 원래 저렇게 재밌으세요?"
이 사람들이 우유각을 잘 모르는가보다.
"하하...이건 뭐 새발의 피죠."

내가 얘기했다. 그의 드로잉북을 보면 모두들 그의 천재성을 의심해본다고. 나도 그랬다고. 그리고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는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 다른 책들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 이런 상상이 나온다는것이 놀랍지 않은가?

너무 어렸을때 하도 그림을 그려대느라 종이를 많이 달라고 하던 남자아이에게 엄마는 귀찮아져서 아주 커다란 종이를 주었단다.
실컷 한참 그리라고.
그러자 지평선 하나 그려놓고 "다그렸어"  "아니 이게 뭐니?" "아...큰 고래야. 너무 커서 등이 조금밖에  안 보여"

그리고 사람들... "정말 어린왕자 얘기자나..."


더웨이 감독님 
"아니 그럼 아까 그 어린왕자도 안 읽으신건가요?"  "제가 보기엔 안 읽었어요. 그냥 제목만 들어서 알겠죠.."(나)
그때 우유각 거든다. "아냐...지금까지 살면서 10권 정도 읽었는데...책 좀 읽으려고. 책을 좀 읽어야겠어..ㅎㅎㅎ"

7년전의 우유각은 변하지 않았다. 아니 그는 발전했지만 그의 순수성은 변하지 않았고.
그의 작품에 대한, 본인에 대한 이해력은 연륜과 함께 깊어졌다.

다시 감독님이 물으신다. "홍감독은 그러면 어디에서 영감을 받아요. 책도 아니고..."
"아..전 동그라미요. 근데 알고 보면 주위에 동그라미가 아주 많아요. 동그라미에 점 하나 찍고 또 하나 찍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는거에요"
그러자 감독님 또 놀란다. 자긴 이 질문을 정말 많이 하고 다니지만 이렇게 대답하는 사람은 첨이란다.

어제 모인 그 분들은 우유각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 내가 보기엔 확실하게.

앞으로 우유각이 자신을 알아주는 보다 많은 관객들과 평론가들을 만날 거란 생각에 흐뭇해진다.
그가 그렇게 세상에 한발 더 나온것이다.


인디애니페스트의 걸맞는 사람이 우유각이 아니고 그 누가 되겠는가..대상의 이름이 '인디의 별'이란다.

우유각 앞으로 인디애니메이션의 별꼭 되어줘!






                 세계를 여행하다가 남극에서 펭귄을 만나 친구가 된 띠띠리부 만딩씨

                           
                    다음 날 문자를 보냈다 "근데 왜 남극 펭귄이야? 북극이 아니라? 이유가 있어? 남극엔 펭귄이 못살아."
                  "아..히히 첨엔 남극에 사는줄 알았어." 
                  정말 그다운 대답이다.


엮인 글 :  http://nowornever.co.kr/97?srchid=BR1http%3A%2F%2Fnowornever.co.kr%2F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