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본 카모메 식당은 핀란드에 있는 일본인의 이야기이다.
카모메는 갈매기란 뜻으로 이름도 정겨운 '갈매기 식당'이다.
부산 어디쯤 정말 있을 것 같은 이름이다.
헬싱키의 한 골목에 생긴 카모메 식당. 주먹밥을 대표 메뉴로 내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사치에의 작은 식당이다.
하지만 한달 째 파리 한 마리 날아들지 않는다. 그래도 아침에 출근해서 매일 식당 준비를 한다.
손님 한명 없는 식당에서 준비를 하는 사치에.
그녀의 꽉 다문 야무진 입술이 정말 매력적이다.
거기에 하나씩 나오게 되는 두 일본 여성...맨 왼쪽의 귀여운(?) 단발머리 여자는 미도리. 눈 감고 세계지도에서 찍었단다.
찍어도 참 좋은 곳도 찍었다. 그 만큼 핀란드 헬싱키를 여행한다는건 1. 비지니스 2. 유럽 배낭여행중 3. 여행 꾼! 이 아니면
일본이나 우리나라에서 왠만해서 발길을 들여놓기 힘든 곳이라는 것이다. 아마 감독도 그 점을 알고 이억만리 헬싱키로 정했는거 같다.
무작정 헬싱키 여행중인 미도리. 언젠가 미도리처럼 여행을 떠날지도 모른다.
그들은 주먹밥 만들기에 신이 났다. 헬싱키에서 일식으로 유명한 스시를 만드는 것이 아닌 '진짜 가정식'을 보여주고 싶다고 하는 사치에의 경영 철학에 따라 오다가다 들려서 먹는 편안한 음식인 '가정식'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래서 나온 메뉴는 카레, 돈까츠, 주먹밥....
특히나 카레의 경우 일본 애들은 '카레가 일본음식이다' 라고 알고 있는 애들도 많을 정도로 어려서 부터 '집에서 먹는 카레'를 단연 어렸을 적의 기억으로 간직한 일본인들이 꽤나 많다.
주먹밥의 경우 나도 처음엔 '밍밍' 해서 무슨 맛으로 먹나 했었는데..출근길에 항상 들려서 사가는 110엔 짜리 따끈따끈한 주먹밥을 먹으면서 주먹밥의 대한 생각이 바뀌었고.
언젠가 일본인 동료가 '진짜진짜' 맛있는 주먹밥을 파는 가게를 소개해줘서 가서 먹다가 그 맛에 눈물이 날뻔 했다. (아...침 돈다)
지금도 찾아 갈 수 있는 그 곳을 언젠간 다시 가보리라...
이거 보면서 생각이 든 것이....외국에 있는 수 많은 한국식당들이. 이런 일반 가정식을 반찬들과 함께 내 놓는 가게가 있다면 더 좋겠다. 생각했다.
지금은 비빔밥, 불고기덮밥이 대세이지만, 우리의 담백한 가정식들도 잘 먹히지 않을까??
사진: 코리아타임즈
<한국 가정식>
이 장면은 내가 좋아하는 장면이다. 단골이 된 핀란드 여성1명과 일본 여성 3명이서 나란히 항구에서 휴일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이 장면은 대사도 없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나도 그 옆자리에 함께 그녀들과 앉아 있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또 하나 나의 favorite movie '그녀에게' (hable con ella, talk to her)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했다.
두 의식 불명의 여자들을 정성껏 씻기고 햇볕을 쐬게 해주는 두 남자의 이야기.
너무 감동적으로 재미있게 봤던 영화. 그 이후로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팬이 되었다.
카모메 식당의 감독은 여 감독으로 '요시노 이발관' '안경'을 만든 유명한 감독이다. 아직 두 영화를 보지 못했는데 기회가 생기면 꼭 보고 싶어진다.
언젠가 내가 핀란드로 가게 만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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