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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감상하기/Book

공지영의 수도원기행으로 떠나는 여행



그림엽서처럼 아름다운 길을 지나다니면서 그러나 내가 얻은 것은 풍경에의 기억은 아니었다.
그것은 다양한 형태의 삶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들이 제각기 제 궤도를 최선을 다해 돌때
세상은 혹여 살 만한 곳일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었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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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얘기 해야한다. 이 책은 유럽의 아름다운 수도원을 다니며 감상을 적은 수도원기행은 아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냉담하던 그녀가 가톨릭으로 돌아오게 되는 이야기가 들어있다. 그렇다고 종교서적은 아니다.

내가 어려서 할머니 손에 끌려 성당에 가 세례를 받고, 중학교때 견진성사를 받은 후 공부한다고 성당에 나가지 않게 되었는데.

실은 청소년기의 반항이었던 것 같다. 억지로 나가니 미사도 재미없고 지루하기만 하다.


대학교 들어간 후 다시 종교를 가져보자 하였을 때 수녀님께 물었다. 수녀님 저는 어디로 가면 되나요? 단체에 들어가고 싶어요.


그때 수녀님께서 봉사단체로 가라 하셨다면 아마 난 냉담자가 안되었을지도 모른다. 수녀님은 대학생 공부방을 추천해주셨다.

선배들에게 듣는 이야기는 대부분 현재 우리가 배운 역사에 대한 왜곡으로 내가 그 동안 갖고 있거나 생각이 없었던 부분들에 대해 알고 싶지 않은 부분까지 다 알려주었다.

지금은 그때 그 선배들이 왜 그랬나 이해가 너무나 가지만 막 여고생 티를 벗으려고 했던 나에겐 정신적 충격이었던거 같다.

처음으로 선배들 있는 자리에서 나의 목소리를 냈다. 선배들, 그러면 북한하고 전쟁나면 북한편 들을거에요? 라고 따져 물었다.

지금 생각하니 웃음이 나오지만 그땐 제법 심각했다. 아무튼 그때 그 일로 성당에 대한 발길을 끊었다.


사진: 책 속


그 이후 몇년이 훌쩍 흘러 명동성당에 친구 조소연을 따라 미사를 갔다. 그때 가슴이 뜨거워지며 눈물이 솟아났다. 

너무 당황하여 내가 왜 이러지 싶었는데 이미 나의 통제를 벗어났다. 계속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그때 나는 오래 냉담하다가 돌아온 나를 따듯하게 맞아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런데 때가 되지 않았던지 다시 성당을 찾기가 두려웠다.


결혼 한 후 남편과 함께 다시 성당을 찾아갔다.그게 현재 상황이다.

그리고 아직도 어렵지만 계속 조금씩 다가가려고 노력중이다. 


이 책 얘기로 다시 돌아가서. 개정판에서는 좀더 많은 사진들이 들어가고 그녀가 왜 18년만에 다시 종교를 찾게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이 추가되었다.

공지영도 나처럼 오랜시간 냉담을 하다가 끝없는 좌절을 맞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종교를 찾는다. 그 동안 수 많은 사람들이 교회로 성당으로 종교를 갖기를 설득하였지만 그때마다 튕겨져나갔던 그녀가 자기 발로 찾아 간 것이다.

종교는 그처럼 누군가의 설득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찾아 가는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선교도 좋지만 난 그런 선교가 사람들로 하여금 오히려 발길을 돌리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사진 : 책 속


유럽에서 만나는 수녀님과 신부님들의 이야기는 정말 '아..이렇게 살 수도 있구나'

'내가 사는 이 각박한 세상이 다는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한국의 한 노수녀님이 그곳에 가게 된 얘기나 그곳에서의 생활. 고향을 그리워 했던 마음들.

이제는 그것을 초월한 체 세상을 다가진 듯한 따듯한 미소를 지니게 되기까지.


이 책을 단숨에 읽으며 나는 그녀와 함께 유럽의 기차를 타고 수도원을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여행에세이를 많이 읽어봤지만 진심으로 함께 동행하는 느낌으로 읽는 여행에세이가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이태리 아씨씨를 혼자 여행했을때, 역에 도착하자 신라면 박스가 보였고, 누구일까 보니 한국의 수녀님 한분이 한국에서 오신거였다.

얼마나 반갑던지 인사를 드렸더니 이곳에 다른 수녀님을 만나러 오셨다고 했다.

이 책을 읽으며 그 수녀님이 떠올랐고, 아씨씨의 수도사들이 떠올랐다.



 이태리 아씨씨



이태리 아씨씨




단숨에 읽었지만 몇일 동안 그 느낌을 간직한 체 계속 떠올라 두번 읽었다.

이 느낌이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종교가 없는 분들, 냉담하는 분들, 사는게 왜 어렵나 하는 분들, 이 치열한 경쟁을 하며 사는게 맞는걸까 하는 분들.

그리고 여행을 떠나고 싶은 분들에게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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