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광화문 씨네큐브를 찾았다. 예전에는 참 자주 가던 곳이었고, 이 극장에서 하는 영화라면 영화에 대해 몰라도 괜찮아 보면 후회 하지 않아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극장 중 하나인데.
오늘은 아무르를 보기 위해 남편과 함께 찾았다. 대부분의 관객은 남녀 커플, 그 중에는 나이드신 커플도 꽤 보였다.
남녀간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궁극의 사랑이란 이런 모습 <아무르>
칸 영화제, LA 비평가 협회상, 뉴욕 비평가 협회상 수상
이 영화는 오랜 시절을 함께 보낸 모든 부부에 대한 헌사와 같은 영화이다.
사랑에는 여러 사랑이 있다. 부모 자식간의 사랑, 친구간의 사랑, 이웃의 사랑, 신에 대한 사랑… 그 중 남녀간의 사랑을 생각할 때 청춘의 뜨거운 사랑이 가장 먼저 떠오르겠지만, 나는 반대로 초로의 노부부간의 사랑이 먼저 떠오른다. 말없이 두 손을 잡고 노을 지는 호숫가에 앉아 있는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그 모습에 끝없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느껴진다. 젊은 부부에게서는 느껴지기 힘든 사랑이다. 그래서 나는 젊은 청춘의 폭발할것 같은 사랑보다 노부부의 잔잔한, 말없는 사랑이 훨씬 더 진하게 느껴진다. |
Story is...
아무르의 이야기를 좀 하자면 거장 미카엘 하네케 (난 그의 ‘퍼니게임’을 보며 감독이 천재란 생각을 한적이 있었다) 프랑스의 유명 배우, <남과녀>의 주인공 장루이 트리티냥(남편 조르주 역), <히로시마 내사랑>의 여주인공 엠마누엘 리바 (아내 안느 역), 국내에도 유명한 이자벨 위페르 (딸 에바 역)으로 출연진만으로도 화제가 될법하다.
피아노 선생님이 있던 아내와 함께 공연을 보고 나서 잔잔하게 각자의 감상을 나누며 함께 음식을 해 먹고, “내가 오늘 당신이 유난히 이쁘다고 얘기했나?” 라는 말을 나눌 수 있는 노부부.
자식과 부모, 그리고 부부...자식보다 부부와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
아내나 남편보다 자식을 더 귀하게 여기고 배우자에게 소홀한 대부분의 부부들이 깨우쳐야 할 사실이 아닌가싶다.
이 영화는 이제는 자식 잘 키워도 당신이 늙으면 소용없는 세상이라고 얘기 하는 듯 하다.
촛점을 잃은 아내의 모습
그리고 그런 아내를 바라보며 현실을 인식하게 되는 남편의 눈동자엔 당황, 공포가 그대로 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에게 이상징후가 보이는 걸 보고 당황한 남편 조르주. 아프면서도 옛 제자, 심지어 딸 부부에게까지 그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아내 안느.
자신의 치부를 보일 수 있는 건 남편 조르주 뿐이었다.
하루하루 나빠지는 안느의 병색. 그 안에서 둘이 하던 일을 혼자 해 내가며 아내를 돌보는 남편.
그 안에는 깊은 슬픔이나 절망은 없고 그저 하루하루의 또 다른 일상이다.
결과에 대해 누가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마지막에 남편은 아내가 '아파, 아파' 신음하는 소리에 손을 잡고 쓰다듬어 주며 어린시절의 옛 이야기를 들려준다. 평소 아내가 좋아하는 남편의 옛날 이야기. 점점 신음소리는 잦아들고, 그 순간. 남편은 아내를 베개로 누른다.
추천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사랑후에 남겨진 것들>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아무르’를 보고 난 후 비슷한 영화 두편이 생각났다.
독일 영화 도리스도리 감독의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원제 Kirschbluten) 한국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이 세편의 영화는 모두 평범하게 오래 세월을 함께 한 노부부가 아내의 죽음을 준비하면서(아무르), 맞는 순간(사랑합니다), 그리고 맞고 나서(사랑이 남겨진 후에)의 이야기들이다.
치매가 걸린 아내를 보살피다가 마지막에 아내에게 약을 주고 본인도 함께 자살하는 것으로 그들의 사랑은 끝난다.
아내를 먼저 보낸 후 아내가 그토록 원하던 여행을 혼자 떠나 그녀에게 보여준 후 남편은 죽게된다.
영화를 보고 나서 남편에게 더 고마운 마음과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남편도 비슷한 생각을 한듯 하다.
우리도 이제 그 정도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 느낄 수 있는 듯.
아무르 (2012)
Love
- 감독
- 미카엘 하네케
- 출연
- 장 루이 트렝티냥, 엠마누엘 리바, 이자벨 위페르, 알렉상드르 타로, 윌리엄 쉬멜
- 정보
- 드라마 | 프랑스, 오스트리아, 독일 | 127 분 | 2012-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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