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고갱의 전시회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아주 오랜만에 미술관 나들이에 나섰다.
그의 그림을 다시 가서 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그의 얘기가 생각났다.
평일 오전인데도 제법 사람들이 있었다. 40대 이상의 중년여성단체가 생각보다 많다.
고등학교때 '달과 6펜스'를 읽고는 고갱이라는 화가와 타히티를 마음속에 담고 "난 타히티에서 여생을 마칠거야 고갱처럼" 이라고 말하고 다녔고 그 후로 대학생때 처음으로 홈페이지를 만드는데 온갖 고갱의 그림들과 타히티 사진들로 꾸며놓곤 했었다. 어쩌다가 TV에서 타히티가 나오면 넋 놓고 바라보고...
사실 고갱의 삶을 보면 생전에 행복하지 않았던 화가였을거라는 생각을 한다. 가족들을 버리고 평범한 샐러리맨(증권거래소 직원)에서 화가적 재능을 발견하고 가족도 고향도 버리고 타히티로 떠난다.
그런데 꿈에 그리던 타히티를 도착했을때 그는 행복했을까? 전혀 아니다. 그와 반대로 식민지로 황폐화된 타히티를 보고 좌절 했을 것이다. 게다가 병도 걸리고 그림은 돈벌이도 안되고. 캔버스 살돈도 떨어지고.
고갱이 가족을 버리고 타히티로 가서 14살짜리 소녀와 살며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며 살았으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겠느냐 물을 수 있겠지만...
돈이 떨어져 파리로 몇번 돌아오기도 했지만 그의 그림은 팔리지도 않고 그를 부유하게 만들어주지도 않았다.
그는 다시 타히티로 돌아가 몇번의 입원과 돈이 없어 퇴원을 하기도 하며 50대에 생을 마감한다.
뒤늦게 그의 그림은 빛을 보게 되고 고갱 친구 고흐에서 인상파 고흐로 너무나 뒤늦게 그의 명성이 빛을 보게 되는 비극 아닌 비극.
그렇다면 과연 그의 일생은 해피엔딩인걸까?
완연한 가을이다. 미술전시관 찾기에도 좋고 그늘 아래 앉아 바람을 맞기에도 딱 좋은 그런 퍼펙트한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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