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PING
분례기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1992년 SBS가 생기고 나서 얼마 안되서 나왔던 드라마인데.
한국 소설 방영웅 작가의 '분례기'를 영화화도 했고 드라마도 만들어진 것이란다. 당시 윤여정과 윤금석 내가 좋아하는 두 여배우가 나왔던걸로 인상깊게 줄거리들이 기억에 남았다. 충격적이었던것은 주인공 똥례는 엄마가 뒷간에서 힘주다가 똥위에 낳았다고 해서 이름이 똥례. 분례기는 거기서 나온 얘기다.
똥례가 동네 고자 아저씨 따라 나무 하러 다니다가 겁탈을 당하자 울면서 "아저씨 고자라면서유" 라고 울부짖었고, 당시 난 고자가 무슨 뜻인지 알고 나름 충격?을 받았던 기억의 드라마.
바로 그 동네란다. 분례기. 그래서 낯익고 정감가는 동네. 이 금방에 분례숲길이 마련되어 있어서 산책코스로도 좋다고.
이 캠핑장 뒷길로 이어지는 코스가 있어서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가보기로 한다. 우리에겐 오아시스 같았던 그곳.
늦게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생긴지 오래되지 않아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아 자리가 있었던 듯 하다.
1박에 35,000원
전기와 샤워시설
무엇보다 우린 샤워시설이 간절했기에 너무 감사했던 곳.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도 다듬어지는 곳이다.
바로 뒤의 숲길 코스도 이곳의 좋은 잇점이 될듯 하다.
저녁을 먹고 왔기에 우리는 샤워만 하고 자면 된다.
해가 마침 똑 떨어지려고 한다.
오늘 정말 수고가 너무 많았다. 둘다.
<모기의 어택>
모기와 파리가 유난히 많아서 나는 샤워를 하자마자 텐트 속으로 피신하였고 그때의 영광의 상처들은 아직도 내 다리에 남아있다.
텐트 안에서 밤하늘의 별을 보다가 잠이 언제 들었는지 모르게 깊고 깊은 잠 속으로 빠진다.
다음날 어김없이 6시 눈이 떠진다.
남편 표현대로 '할머니처럼' 말이다.
어젯밤 비가 제법 내렸나 보다. 이 뒷길로 분례숲길이 이어진다니 아침 먹고 다녀와야겠다.
라고 했는데....
나는 만화책을 읽으며 남편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한시간쯤 후에 일어난 남편은 아침 준비를...
해가 뜨긴 뜨는데...흐리다.
우리의 아침은 간단히 미역국과 어머니가 주신 3년 묵은 묵은지.
그리고 김.
소박하고 배부른 아침 식사
내가 커피 끓여 줄께~라며 본인의 커피를 타고 계신 분.
같이 의자에 앉아 얘기를 나누다가 급 졸음이 밀려와, 텐트 속으로 들어와 짧은 고양이 낮잠을 자본다.
매쉬창에 걸쳐 보이는 남편의 모습이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
눈이 스르르....
자고 일어났는데도 비가 안 그친다.
빗소리에 불빛이 더욱 따뜻하다.
비가 정말 하염없이 내린다. 그토록 기다릴땐 안오고..
캠핑장에서 적당히 내리는 비라면 사랑해줄텐데..
하긴 비가 기껏 나의 사랑에 목말라 할건 아니지.
"남편은 졸고 있어요"
저러다가 고개 젖혀지며 차가운 빗물 맞고 정신 버쩍차리는.
물론 설정.
빗물 맞고 있는 우리 식기들
백패킹용 램프와 콜맨 노스스타 램프의 크기 비교 샷
정말 앙증맞다.
결국 비가 멈추기를 기다리다가 철수를 시작한다.
더 늦기전에 출발합시다.
자 이제 그만 철수
우여곡절의 1박2일 캠핑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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