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PING
어렵게 예약한 충북 영동의 '달이 머무는 집'. 가서 보니 우리를 포함한 네 집밖에 없고, 다섯 집까지만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조용하고 관리도 잘되고 예약하기 어려운 집이라는 프리미엄이 붙나보다.
화수 요일이라는 이유로 간신히 한 자리 있는 것을 들어갔다. 주말 예약은 하늘에 달 따기일듯..
출발한지 3시간 정도에 도착하였다. 대체 어떤 곳이길래....라는 마음과 함께.
위의 월류봉이라는 바위를 지나 가면 곧 이런 믿기지 않는 입구가 나온다. 과연 이 바위와 바위 사이를 지나면 바로 집이 나온다는 것은 꽤나 낭만적이다. "음 우리집은 두개의 아주 큰 바위 사이를 지나면 바로 나와" 라고 말할 수 있으면 얼마나 낭만적인가? (무서운가? )
그렇게 해서 통과하면 넓은 대지에 이런 작은 집 하나 나온다. 사실 작은 집은 아닌데, 넓은 대지에 이 집 한채 있으니 작게 보인다. 펜션도 한채 정도 2층에 있는데 성수기에는 따로 받지 않는 듯도 하다.
펜션의 샤워실을 캠퍼들에게 개방해서 캠퍼들은 샤워실 두개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펜션안의 샤워실에는 온수가 안나온다는 것. 하지만 너무 더워서 상관없다.
원래는 성수기 여름에 샤워시설이 없어서 잠시 접었다가 9월에 캠핑을 할 수 있던 곳이었는데 이번에 간이로 만드신거 같다. 바로 오른쪽에 보이는 간이 샤워시설이 있다. 여기에는 온수를 받아서 쓸 수가 있다. 깔끔하고 좋은 샤워시설을 기대하고 나오는 캠퍼들은 없을거라 보고 이 정도의 시설이라면 뭐 나쁘지 않다라고 말할 수 있다.
사실 난 다른건 다 안가리는데 화장실 만큼은 정말 가리게 되는데 이곳의 화장실은 아주 깨끗하고 냄새따위는 나지 않기 때문에 2박3일동안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신랑은 이런 나를 보고 신기했나보다. 여자들이 왠만하면 야생생활에 많은 불편함을 느낄텐데 짜증한번 안내고 잘 있다 왔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역시 나는 준비된 캠퍼다! :)
정문과 개수대의 모습
들어올때나 나갈때 스스로 문을 열고 닫고 나가야 한다. 문을 열어두면 길을 잘못 들어온 차들이 집 안으로 들어오게 되고 파쇄석이기 때문에 소리가 너무 커 다른 사람들한테 민폐를 끼치기 때문에 해둔 조치인듯 하다. 불편하지만 이 정도는 지킬 수 있다.
왜일까 생각해보니 정말 소수의 캠퍼들만 들어온 이 캠핑사이트는 마치 친척 집에 놀러온 듯 초대받아 온듯 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불평보다는 이런 공간을 내어 주어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정도니까.
집에 들어가는 입구. 샤워하러 한번 들어 가봤다. 사실 한낮에는 캠핑장에 그늘이 없어 바람이 불지 않으면 좀 더운데, 이곳에 들어오니 시원하여 나가기 싫더라는...
우리가 텐트를 칠 공간!
짜잔...이렇게 쳤다.
신랑이 텐트를 칠 동안 릴렉스 체어 먼저 의자를 꺼내 그늘 아래 앉아 한숨을 돌려본다.
바로 이런 광경이 펼쳐진다. 마치 3D 화면을 보는 것 같이 눈이 어지럽다. 현실감이 사라진다. 내가 이 안에 들어와 있는 건지 영화 속 화면에 들어와 있는 건지.
이곳도 이런데 더 큰 자연앞에 서게 되면 어떤 느낌일까....사진으로는 도저히 전달이 안된다.
이곳에서는 몇몇 사람들이 낚시를 하기도 한다. 물가로부터 사이트는 왠만큼 높은 위치에 있기 때문에 물이 불어나더라도 위험은 없어 보인다.
서울경기 지방은 물난리라는데 아파트가 찼다는데 이곳은 햇볕이 쨍~ 하다. 강원도나 경기도 쪽으로 가려다가 떠나기 전날 바꾼 신랑의 선견지명.
책 읽으며 다음 캠핑 여행지를 골라본다. 하지만 왠지 이곳에 있는 곳들은 모두 만원일듯..비성수기에 찾는 것이 현명하다.
일단 나의 취향은 점점 더 '휴양림' 이나 '오지'쪽으로 간다. 하지만 오지가 마음에 걸리는 건 오직 화장실. 사람이 너무 많은 곳에는 가고 싶지 않다.
앗! 이 표지도 송호리에요. 송호리의 소나무밭이군요. 그게 이제야 보이네요.
벌레들이 참 많았는데 후에 송호리 갔을때 벌레가 없던 것에 비교하면 이곳은 정말 벌레가 많다. 물것을 워낙 타는 나는 모기가 엄청 물렸다. 모기약을 안가져 오고 아베다 라벤더를 가져갔다. 바르자마자 효과가 싸~악. 신기할 정도이다.
그러나 치유되는 것이 아니고 진정효과만 있기 때문에 결국 약국에서 모기약을 사야한다.
예전 일본에서 살때 바르던 모기약이 정말 짱인데 어디다가 흘려버렸는지 아깝다. 아마도 일본은 모기들이 우리나라보다 더 무시무시해서 약효도 더 좋은듯. 그 모기약 찾아야 하는데...
해가 뜨다가 다시 이렇게 비가 쏟아진다.
서둘러 텐트를 구축하고 빨래도 뽀송뽀송하게 말려보고 싶지만 날씨가 도와주지 못한다.
식사 후 커피도 마셔보고. (의외로 맛있다. 분명 집에서는 맛이 없던 커피인데...)
비 그친 후 끼는 물안개가 월류봉을 덮는다. 역시 3D다.
이곳은 마치 신선 노름 하기 좋은 장소 1순위! 하면 떠오를 것 같은 곳이다. 현실인지 천국인지...
이 잔디에서 뛰어 놀지는 못했지만 산책은 좀 했다. 가을에 오면 너무 좋을거 같다.
월류정. 정말 운치있게도 지어났다.
곧 이곳의 주인 '달'님이 올 시간...
그러나 흐린 날씨 탓에 그 분 뵙지 못하고...
달 대신 신랑 표현대로 알량한 라이트 한번 켜보고. 옆 텐트들이 가스 랜턴을 켜서 엄청 밝기 때문에 굳이 우리의 랜턴을 켤 필요가 없었고, 더 큰 이유는 벌레들이 너무 달라 붙어서 랜턴을 켤 수가 없다. 그냥 이 알량한 불빛 조금 보다가 다시 철수 하여 텐트 안에 놓았다.
아침을 맞이 한다.
오늘의 아침은 남편이 만들어 준 해물어묵우동. (새우 정말 좋아한다)
더워지기전에 먹고 빨리 텐트를 벗어나야 하는데....
입구쪽에서 바라본 사이트.
더운데 또 열심히 철수 하는 남편.
곧 송호리로 가서 또 설치 해야하는데...끄응..
나는 꼼짝 말고 그늘 아래서 쉬고 있으란다. 역시 내 남편!
예약이 어려워요. 매주 월요일 오전 8시?엔가 전화로 받기 시작해서 그 주(week)의 예약을 받는답니다. 당연히 주말 예약은 엄청난 운이 따라야 예약이 가능할거고요. 출근 버스에서 전화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여름보다는 가을이 환상일 것 같고요. 전기가 되니 겨울에도 좋을 것 같아요. 여름은 그늘이 없어서 쪼금 더울 수 있어요.
대부분 사람들이 낮에는 차로 시내 관광을 하다가 저녁에 들어오더라고요.
이곳은 정말 소수의 인원만 예약이 가능하고 단체 캠핑은 안된다고 하네요. 텐트와 텐트사이가 그리 넓은 것이 아니여서 시끄러우면 절대 안되고요 파쇄석 걷는 것 조차 조심조심 걸어줄 수 있을 정도의 에티켓을 가지신 분이 가야 할것 같아요.
다행히 우리가 있을 때에는 다들 잘 지켜 주셔서 기분 좋게 있다가 올 수 있었고요.
애들 데리고 가실 분들은 잔디에 뛰어 놀게 하는건 좋겠지만 사이트에서는 뛰지 못하고 조용하도록 주의 주시는 것은 감안해주셔야 할듯 하고요.
(잔디밭에서 공놀이도 하고 잠자리도 잡고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뭔가 숨겨두고 혼자만 알고 싶은 그런 곳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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