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본 인디 영화제에서 본 제목은 분명히 백만엔걸 스즈코였는데 지금 보니 '백만엔걸 고충녀'이다.
00녀 00남이 워낙 유행이긴 하지만 난 왠지 고충녀보다는 스즈코가 더 맘에든다.
지금 이 영화가 개봉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난 될수 있는 대로 '일본인디 영화제'에서 많은 영화들을 보는 것이 목표였는데 시간상 두개를 봤다.
아오이유우가 나오는 영화인것만 알고 내용은 전혀 모르고 선택한 영화였다.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그녀, 도쿄의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성인이 되면서 독립을 하는데 스즈코 역시 독립은 하고 싶은나 높은 집세 때문에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동료 한명이 함께 방을 나눠 쓰자며 쉐어 제안을 한다.
그런데 알고보니 남친과 함께란다. 이미 계약까지 했는데. 소심한 스즈코 아무말 못한다.
이사날. 스즈코 친구가 안나타난다. 남친 말이 헤어졌단다. 이런 우라질레이션의 황당 시츄에이션.
그 뻔뻔한 남친 역시 '나 또한 너랑 여기서 살 생각없다. 돈 모아서 나갈거다' 한마디 한다. 네가지가 가출한 녀석인게 분명하다.
이사 하고 나서 얼마 후 길거리에서 아기 고양이를 줏어 온다. 먹을 것을 사러 잠시 나간 사이 고양이가 없어졌다.
동거남(?)이 갔다가 버렸단다. 비오는 거리로 뛰쳐나간 스즈코는 동네에서 죽어 있는 아기 고양이를 발견한다.
그로 부터 스즈코의 급 울트라급 대문자 A형 복수가 시작된다.
남자가 잠시 나간 사이 그의 짐을 모조리 갔다가 버린다.
취조를 받고 있는 스즈코.
형사가 말한다. "그와 잤냐?" "아니요" "아니..그러지 말고...잤다면 치정사건으로 민사로 넘어갈 수 있어...잘생각해봐 잤어?" "아...잘걸" (소심하게 작은 목소리로)
결국 교도소에서 형을 마치고 나온다.
역시 자기 밖에 모르는 남동생은 남부끄럽다며 누나보고 집을 나가란다. 이놈도 네가지를 어디 삶아 드셨나.
소심한 스즈코는 잠자코 남동생에게 구박만 당하다가 돈이 모이면 나가겠다며 도시락을 열심히 싸면서
(도시락에 콩으로 100 자를 써가며 의지를 불태운다) 돈을 모으고 방 얻을 돈을 모으자 집을 나선다.
첫번째 해변가
빙수인지 아이스크림인지 기계에서 뽑는 방법을 설명하는 주인 아저씨. 스즈코에게 해보라고 한다.
한번에 훌륭히 해내자, "스고이~"를 남발하며 너 정말 재능있구나! 외친다.태어나서 뭔가 칭찬 받은 적은 처음이다.
'아마도 나에게 아이스크림 잘 만드는 기술을 타고 났나봐' 라며 동생에게 메일을 보낸다.
하지만 그녀의 빛나는 외모를 가만히 둘 리 없는 해변가 총각들.
어떻게 해서든 접근하려고 하자. 스즈코는 자기에게 모인 돈을 확인하고 다음 정착할 곳을 찾아 떠난다.
그녀는 그녀의 과거를 모르는 곳으로, "나를 모르는 곳"을 끊임없이 찾아 떠난다.
두번재 복숭아 농장
어느 시골까지 들어온 스즈코. 일손 부족한 농장에서 복숭아를 따는 일을 하게 된다. 주인 아주머니가 능숙하게 시범을 보이며 스즈코에게 따보라고 한다. 이 또한 한번에 꼭지를 깔끔히 똑따는 그녀에게 아주머니 "스고이네~" 를 남발하며 넌 타고난 재주를 가졌다고 칭찬한다. "난 복숭아 따는 재주를 타고났나봐" 라며 네가지 없는 동생에게 편지를 보낸다.
그녀에 대한 소문이 동네에 퍼지면서 마침 동네 홍보를 위해 "복숭아 아가씨"로 스즈코를 내세워 인터뷰도 하고 어떻게든 마을좀 띄워보자는 위원회가 긴급 조성된다.
하지만 TV엔 절대 나갈 수 없는 그녀는 "난 여기서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속이면서 복숭아 아가씨가 될 수 있어요?" 라며 소심하게 빼어본다. 하지만 동네를 띄워 매출을 올려보려는 동네 사람들의 이기심은 이미 그녀의 사정이나 진실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무조건 그녀가 나가주길 바란다. 소리를 지르면서 "넌 은혜도 모르냐? 그것도 못해주느냐"며 압박해 들어온다.
결국 주인 농장 아주머니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다른 곳으로 떠나게 된다. (이 아주머니에게 본인이 범죄자로 말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마음씨 따뜻한 아주머니는 그 동안 일한 급여를 주면서 잘 가라고 배웅까지 하고 노총각 아들은 복숭아를 살짝 싸주며 먹으라고 한다. 스즈코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았지만 농장의 母子에게는 따뜻한 마음을 받아 떠난다.
세번째 도쿄 인근 아마 사이타마현쯤 되는 것 같다.
커다란 쇼핑몰에서 플라워 숍 담당으로 취직을 하게 되는 스즈코는 그 동안 발군의 실력으로 사람들을 놀래케 했던 재능이
여기에서는 먹히지 않는 것 같다. 매일 혼나고 깨지고.
이때 짜잔 하며 나타나 도움을 주는 남자. 바로 그녀의 첫사랑 남친을 만난다.
사귀자고 달려드는 남자에게 스즈코 말한다. 자신은 전과자라고. 그래서 100만엔이생기면 여기를 뜰거고 그렇게 계속 떠돌아 다닐거라고. 그래도 좋단다. 사귀잔다. 당연하지 이 빛나는 외모는 전과 따위로 없어질 게 아니라고.
또 이 모든걸 알고 받아준다는데 스즈코 또한 마음이 동한다. 그리하여 반 동거식으로 서로의 집을 오가며 남친여친놀이를 시작한다.
하지만 이 남자. 언제부터인가 수상하다. 새 알바로 들어온 여자에게 급관심을 보이고 같은 대학이란이유로 은근 스즈코를 왕따시킨다. 어쩔땐 둘이 카페에서 노닥거리는 것을 스즈코에게 들켰는데 스즈코에게 오더니 "나 돈좀 꺼줘. 커피값 내야해" 란다. 뻔뻔남. 그에 극소심 AAA형 스즈코는 또 돈을 꿔준다.
그러던 어느날 꽤 큰 금액을 꿔달란다. 급히 써야 한다고. 또 꿔준다.
애인한테 돈 꿔서 바람을 피는건지 어디 도박을 하는건지.
안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스즈코 그를 찾아가 단판을 짓는다.
"너 정말 나 사랑하는거니?"
"어...왜?"
"나 돈 때문에 만나는거 아니고?"
"그런거 아니야~"
그녀는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게 해준 그 남자친구에게 실망(아마도 사회에서 버려져 혼자 된 듯 한 쓸쓸함을 느꼈으리라)하고 드디어 결심한다.
내 돈 내놓으라!
스즈코는 결별을 선언하고 다음날 꿔준돈 받아서 (난 그 남친이 돈 안준다고 할까봐 걱정됐었다)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서 떠난다.
그리고 마지막씬.
이 남친은 그 동안 스즈코가 100만엔을 모으면 떠날 걸 알고 필요하지도 않는 돈을 꿔 간것이다. 그리고 그 새 알바 여자도 이런 사정을 다 알고 도와 준것이고. 마지막엔 그녀가 "너 스즈코 저렇게 보낼거야? 가서 오해 풀고 잡아야지" 라며 그를 등 떠민다.
역으로 달려가는 남친.
그리고 혹시나 해서 뒤돌아 남친을 찾아 두리번 거리는 스즈코
"올리가 없자나" 하며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돌아서는 스즈코와 그녀를 못
찾아 헤매는 남친.
참으로 답답한 A+ 커플얘기였다.
하지만 너무 예뻐서 만화속 주인공이 튀어나온 듯한 아오이유우. 연기도 된다.
그녀는 그렇게 세상을 배워 나갈 것이다.
나 모르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 아직까진 해본적 없지만 사람은 누구나 그런 것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여행도 그렇게 떠난 것인지도.
새로운 나의 모습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고.
스즈코와 닮은 토모코 이야기
영국 런던에서 함께 있었던 토모코가 떠올랐다.
너무나 이쁘게 생긴 아가씨였는데 대학교를 우수하게 졸업을 한 후 남친과 1년을 삿뽀로에서 오키나와까지 몇달씩 머무르며 여행 겸 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때그때마다 알바를 구했는데 주로 남친은 주유소에서일하기도 했고 토모코는 고객센터에서 일을 했다고 한다. 영어도 상당히 잘하고 꽤 똑똑했고.
또한 조숙했다. 굉장히 철이 일찍 든거 같았다. 후지산 락페스티벌에 남친과 친구들과 3박4일 머무르며 너무 행복했다는 그녀의 얼굴은 돈보다도 행복을 찾아 떠다니는 것 같다. 고생도 마다 하지 않으며.
일본은 우리나라 보다 빌트윈 원룸이 잘 되어 있어서 캐리어 하나 갖고 여행을 계속 해 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거기서 남친이 바람 몇번 핀 얘기를 하면서 런던에서 돌아가면 그와 헤어질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도쿄에서 직장을 찾을 것이라고.
보헤미안적인 삶을 사는 자유로운 토모코와 스즈코는 닮은 듯 하다. 연약하고 소심하고 이쁘지만 결단과 강단이 있다.
세상을 두려워 하지 않고 자신을 찾아 끊임없이 걸어나가는 그녀들이 사랑스럽다.
커텐 얘기
추가적으로 스즈코가 이사갈 때마다 다는 커텐 얘기.
나 또한 98년 오사카에서 샀던 너무 좋아하는 커텐 한 조각 (두 조각을 샀어야 햇는데 한 각만 샀다)을 이사를 몇번씩 다니면서도 꼭 들고 다니며 언제나 처음으로 그 커텐을 달앗다.
그 커텐을 달면 그곳이 어디든 마음이 편안해진다. '내가 살 곳이야' 하는 영역 표시 같은것.
도쿄에서 4번의 이사 아닌 이사를 다니면서도 언제나 그 커텐은 나와 함께 했다.
잠깐 일주일만 자야 하는 임시 숙소에서도 그 커텐은 나에게 안정감을 주었다.
스즈코가 이사갈 때마다 가지고 다니며 가장 먼저 다는 커텐을 보면서 나는 혼자 피식 웃었다. 지구 어디엔간 나의 이상한 행동을 똑같이 하는 누군가가 반드시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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