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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ap Diary

모두를 분노케 한 인천 어린이집 폭행사건, 그리고 직장 어린이집



모두가 분노했다. 



특히나 비슷한 또래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엄마들의 공포감은 대단했다. 연일 엄마들 커뮤니티에는 분노의 글들이 올라오고 댓글들이 수 십개씩 달렸다.어쩔 수 없이 보낼 수 밖에 없는 직장 맘들은 더 불안해 했다. 1년이 되자마자 어린이집에 보내야하는 나는 아이사랑 포털에 어린이집 대기를 걸어 놓고 언제 연락이 오나 하는 입장에서 연락이 오기만 해도 감사할 일이기 때문에 연락 온 두 군데 민간 어린이집을 가서 상담을 해 보았다. 첫 인상도 좋으시고 선생님들도 능수능란하게 아이를 대하시는 것을 보고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내 아이 하나 하루 종일 보는 날은 어김없이 다음 날 아침 일어나기가 힘들 정도로 몸이 쑤셨던 것이 나의 저질 체력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 아이들 여러 명을 보는 데 괜찮을까 하는 의구심과  존경심이 함께 들었다.  어차피 맡겨야 한다면 믿고 맡겨야 하지 않나 싶게 엄마들은 '을'의 입장일 수 밖에 없다. 


송도의 어린이집 사건 동영상은 여과 없이 뉴스시간에 계속 리플레이 되며 보여졌고 보는 동안 가슴이 방망이질 쳤다. 

더 마음이 아팠던 것은 그 아이가 맞아 떨어졌을 때 울지 않고 다시 일어나 기어와 떨어진 음식을 주어 먹고, 이 광경을 멀리서 다들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다른 아이들이였다.

그 아이들은 얼마나 공포심을 느꼈을 것이며, 피해 어린이는 얼마나 얼마나 그 순간이 두려웠을까. 이건 동물 학대 하듯, 비윤리적인 고문을 자행하듯 나의 두 눈이 의심들 정도로 잔인했다.


그 피해 아동의 부모는 그 얘기를 다른 학부모에게 전해 들었다고 한다. 이 아이는 무서워서 부모한테도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얼마나 찢어졌을까. 엄마는 그 뉴스를 보고 가슴이 떨려서 혼났다고 한다. 만약 당신 손주가 그런 일을 당했다면 어떤 행동을 했을 지 모르겠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달 후면 "그냥 믿고" 보내는 가정 어린이집에 보내야만 한다. 


직장어린이집, 1등 보다 좋은 로또 당첨


아침에 출근을 하여 메일함을 열어보니 이런 메일이 와 있었다.


현재 직장어린이집을 2015년 9월 개원 목표로 추진 중에 있습니다.

아직 구청 인가, 입주사 동의 등의 여러 문제가 남아있지만, 잘 추진 될 수 있도록 많은 협조 부탁 드리겠습니다. 


기대를 한 적도 계획에도 없던 '직장 어린이집'이 생긴단다. 그 동안 모 대기업에 다니던 친구를 통해 '직장 어린이집'이 얼마나 좋은지 얘기를 들어 왔던 참이다.


누군가는 로또라고 했고, 누군가는 들어갈 수 만 있다면 집을 이사해서라도 들여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친구들 가족들에게 이 기쁜 소식을 다 알렸다. 덩실덩실 춤이라도 출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이가 없는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가 안가고 그게 왜 그렇게 기쁜 일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직장어린이집... 만족도 1위




그 동안 국공립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얘기만 들었는데 국공립 보다 더 높은 것이 있었다. 바로 '직장인 어린이집'

근로자 500명 이상이면 의무이고 정부에서도 지원이 많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저렇게 설치 된 사업장은 그리 많지 않다. 표에서 보듯 고작 3만명만이 직장어린이집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수치를 놓고 보니 보낼 수만 있다면 무조건 보내야 하는 곳 처럼 보인다.


회사 근처 산업은행의 어린이집을 지날 때마다 너무나 부러웠다. 부모들은 언제든지 와서 잘 지내나 살짝 지켜보고 갈 수도 있고. 아이들은 날 좋으면 여의도공원을 산책하기도 했다. 지켜 보면서 '너희들 참 혜택 받는 아이들이구나' 했었다.


이렇게 직장인 어린이집에 대한 만족도가 높을 수 밖에 없는 것은 비교적 높은 연봉과 안정된 직장이기 때문이다. 보내는 사람은 거의 비용 없이 보낼 수 있고, 교육과 환경의 질이 높으니 만족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정부와 회사의 지원으로 가능한 일이다.


저녁 10시까지도 가능하다고 하니 동동 거리며 칼퇴 하면서 동료의 눈치를 살피지 않아도 된다. 가정어린이집에서는 나의 아이만 제일 늦게 남아 있게 되어 아이에게 괜히 미안해지고 선생님 눈치가 보일 수 밖에 없다. 

가정어린이집 상담을 하면서 직장맘이 없고 모두들 4시면 데려간다는 말을 듣고 허걱 했었다. 우리 딸만 4시 부터 3시간 동안 있어야 하고. 선생님은 우리 아이 하나 때문에 늦게 퇴근한다고 했다. 이러니 직장 어린이집이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


질 좋고

가격 부담 없고

등원, 하원 도우미 필요 없고

좋은 환경에서 활동도 더 많고


나는 벌써 부터 9월에 점심시간 딸과 함께 여의도 공원에서 도시락을 먹고 뛰어 놀고 산책 하다가 맡기고 들어와 일 하고.

봄이 되면 함께 여의도 벚꽃길을 걸으며 사진을 찍어주고, 여름에는 퇴근 후 공원에서 자전거도 태워주고, 한강으로 가서 뛰어 놀게 하다가 집에 함께 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 소식을 알렸더니 미국에 이민간 친구가 "한국이 요즘은 아이 키우기 더 좋은 거 같아"라는 말을 했다.

절대 아닌데...

너무나 너무나 아이 키우기 어려운 나라가 되어 가고 있고, 나는 정말 운 좋게도 이런 기회를 얻은 것이고, 그래서 더더욱 기쁜 것인데...


언제쯤이면 "맞아 우리나라 점점 아이 키우기 좋아지는 거 같아"라고 당당히 말 할 수 있을까?




어서 9월이 오길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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