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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감상하기/Book

마영신의 '엄마들' 오랜만에 책 추천합니다.

 

 

표지가 굉장히 인상적이다.

제목 '엄마들'과 안어울릴거 같은 싸우는 엄마들

 

 

 

마영신이라는 독립만화가의 만화책 '엄마들'

흔히 '엄마들' 이란 제목의 책이 나왔다고 하면

내용은 엄마의 모성애나 그리움, 가족의 사랑 이런 내용일 것 같은데

첫 장 부터 몰입된다.

 


엄마들의 연애 얘기는 너무 적나라 했고, 다소 충격적이기 까지 했다.


그 수 많은 등산회와 나이트클럽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누군가의 엄마 아빠들이였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덤덤하게 적어내려갔다.


나에겐 충격적인 스토리들이 너무 담담하게 그려지니 신선하기 까지 하다.

나는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 버리고 말았다.

 


 

내가 고등학교 때 공부하러 간 도서관에서 웅성웅성 하여 고개를 들어보니

큰 창문 밖으로 한 중년 커플이 언덕에 앉아 키스를 하고 있었다.

안보이는 외딴 곳이라고 생각 했던 그들은 큰 창문 안에 학생들이 많이 쳐다 보고 있다는 걸 알고는

부리나케 도망 갔다.


나는 그게 너무 충격적이였는데 20대의 키스는 아름답게 영상에서 다뤄져

로맨스, 달콤함, 사랑은 온통 20대 젊음의 것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였다.


한번도 저 나이에 키스를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였다.


그게 너무 징그러워 보이고 주책맞다고 느껴졌다.


그땐 그랬다.


나이가 훨씬 들고 나서야 40대도 50대도 그리고 그 이상에서도 남녀간에 사랑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작가가 대단해 보였다. 엄마의 사랑을, 엄마의 친구들의 사랑을 추하게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았기 때문에.


그리고 그 안에는 엄마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다는 것.



오랜만에 책 추천 들어갑니다.

웃다가 웃다가 "정말 이런거까지 다 써도 되나?" 싶어 의아해 하며 단숨에 읽어버렸다.


마영신 <엄마들>

http://www.yes24.com/24/goods/22791385?scode=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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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들고.. 이 집 한 채가 내 전부인데...
노후 준비도 못 하고 막막하다.
어쩌다 내 인생이 이렇게 되었을까...


“내 이름은 이소연. 스무 살 때 등 떠밀려 나간 선에서 만난 남자와 결혼했다. 첫애를 임신하고 3개월이 지났을 때쯤 시어머님이 ‘며느리도 봤으니 나도 이제 호강 좀 해야겠다’며 나를 시골로 데려갔고 1년 넘게 애 아빠와 떨어져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다. 서울로 올라와 월급 9만 원으로 살림을 시작했다. 어렵게 살았어도 행복한 시절이었다. 그러다 남편이 습관적으로 노름을 하더니 딸 피아노까지 팔아버렸다. 빚을 겨우 갚고 나면 또 생기고 또 생기고, 그렇게 스무 번을 갚았다. 남편한테 복수심이 가득할 때 친구들과 사교춤을 배우고 춤 파트너와 연애를 했다. 가정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다시 잘 살아보려고 했지만 남편은 이미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었다. 그리고 이혼을 했다.

가끔 친구들과 나이트에 놀러 간다. ‘백악관 관광나이트’ 웨이터 종석 씨와는 10년 가까이 만나고 있다. 바람기가 있는 남자라 끝내려고 노력했지만 몹쓸 놈의 정 때문에 헤어지지도 못 한다. 어느 날은 꽃집 하는 여자랑 3년 동안 만나고 있다고 고백을 해왔다. 배신감에 화를 내고 나왔지만 며칠 뒤엔 골목길에서 그 여자랑 머리끄덩이를 잡고 난투극을 벌였다.

지금은 건물에서 화장실 청소 일을 한다. 용역업체 소장은 직원들이 화장실에 자주 간다고 물도 못 마시게 하고 툭 하면 해고 협박을 해대는 추잡스러운 인간이다. 옥자 언니를 성추행 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이렇게 참고만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 먹고사는 일이 쉽지가 않다. 멀쩡한 남편만 만났더라면 이런 고생 안 하고 살았을 거다. 노후 준비도 못 하고 막막하다. 내 인생... 기가 센가 보다.”

차라리 모르고 싶은, 엄마들의 연애

‘엄마’와 ‘연애’라는 두 단어만큼 안 어울리는 조합이 또 있을까마는 이 작품에서 사랑과 연애는 가장 중요한 테마이다. 이혼한 지 오래인 소연은 관광나이트 웨이터인 종석과 지지부진하고 권태로운 연애를 이어가고 있다. 친구 명옥은 연하 남친과 불륜에 빠져 있고 성불구 남편을 둔 연정은 헬스장에서 말을 걸어온 신사에게 설렌다. 그들의 연애 행각은 7080 라이브카페, 관광나이트, 모텔, 아귀찜 식당에서 은밀하게, 혹은 공공연하게 펼쳐진다. 술에 취한 등산객 아줌마 아저씨들에게 곱지 않은 눈길이 가듯 만화 속 중년남녀의 로맨스를 보는 것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작가는 예의 그 예민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필터 하나 끼워 넣지 않은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스무 살 때와 다를 바 없이 들끓는 50대의 감정들을 눈앞에 펼쳐 보이고 이것을 부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약한 존재의 서투른 싸움, 엄마들의 노동

건물에서 화장실 청소 일을 하는 소연은 용역업체 직원으로서 받는 부당한 대우에 불만이 많다. 관리소장의 파렴치한 행태가 도를 넘어가자 마음 맞는 몇몇이 모여 노조를 만들기로 한다. 아들은 ‘엄마 성깔이 더러워서 직장에서 싸우는 거’라고 핀잔을 주고 같은 처지의 노동자들은 ‘그냥 조용히 일하자’고 원망의 눈초리를 보낸다. 그렇지만 소연은 서투르게나마 할 수 있는 것들을 묵묵히 해나간다. 노동법에 관해서는 아는 것 하나 없을 뿐더러 딱히 정의롭게 살아온 인생도 아니건만, 자신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용감해진 엄마들. 《엄마들》은 소연의 일터 이야기를 통해 일하는 중년 여성이 사회에서 겪는 어려움과 그 한계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우리 엄마’가 떠오르는 섬세한 묘사

소연의 1인칭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엄마들》은 소연의 말투는 물론이고, 등장인물들의 대화, 단어 선택 모두 대한민국 중년의 어법을 그대로 옮겨왔다. 감정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무뚝뚝한 말투, 띄어쓰기를 신경 쓰지 않는 카카오톡 메시지, 늘 ‘김치 가져가라...’로 마무리되는 아들과의 대화까지. 우리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기가 더 힘들다. 덤덤한 그림과 묘사에서도 디테일을 놓치지 않았다. 소연이 거실 바닥에 혼자 앉아 드라마를 보고 있는 모습이나 투박한 세간을 보면 우리 부모 세대 집 안의 흔한 풍경이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