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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감상하기/Film

클라우드 아틀라스

 

랜 만에 아내와 영화를 봤다.

영화 제목을 먼저 말하며 보자는 아내의 제안은 참으로 간만이었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중간에 시계를 들여다 본 것도 간만이었다.


  

매트릭스의 워쇼스키형제를 기대한다면 실망이 클 것이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단지 보여주기 위한 영화이다.

 

<이미 작년에 개봉했다.>

  

 

 

워쇼스키 형제, 아니 남매가 어느 독일 출신 감독과 같이 감독한 영화.

출연배우는 무려 톰 행크스, 휴고 위빙, 수잔 서랜든, 할리 베리, 휴 그랜트!

그리고  배두나가 주연급으로 캐스팅 되어 개봉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적잖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워쇼스키들에게 너무 큰 기대가 했었던가. 

왠지 모를 의구심이 영화 도입부부터 들었다. 그리고 미운 점만 보이기 시작했다.

 

 

일단 이 영화는 불친절하다.

 

막연하게 각각 시대별로 배우들을 등장시키고 왔다 갔다 스토리를 전개해 나가는데, 여섯 개의 시대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희노애락을 풀어 관객들에게 이해를 강요하는 스토리보드는 극악무도했다.
두 개도 세 개도 아닌, 여섯 개의 스토리를 묶어 보여주기에 구성이나 편집은 제껴두고 러닝타임부터 무리 아니었나.

 

<어느 배우가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생각하다보면 자칫 스토리는 물론 디테일마저 놓친다.>

 

그리고 전체적인 표현은 이질감이 들었다.

 미래 서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추격신은 화려하기만 했지 그래픽의 구성이 너무 단순해서 1980년 대에 개봉했던 '트론'을 떠올리게 만든다.

  

 

<1982년에 개봉한 트론과 2010년에 개봉한 트론> 

 

  

몇몇 등장하는 소품과 배경 등이 거슬렸고, 무엇보다도, 서양인과 동양인의 골격구조를 무리하게 덮으려 한 특수분장은 몰입도를 한방에 날릴 만큼 실소를 자아냈다.

 

<개인적으로 제일 거슬린 세트>

 

 

<차라리 모핑기법의 이용한 CG처리를 했더라면 어떠했을까. 설마 그게 CG였을까? 그럼 더 우습고.>

 

 

홍콩의 야경과 중국의 난잡한 시장과 일본의 정원문화와 한글을 뒤섞은 후, '여긴 서울!'이라고 내세운 미래도시도 불편했다.


게다가 이 영화는 무성의함을 보여준다.


'이건 윤회에 관한 영화야~'라고 윙크하며 스쳐 지나가듯 각각 시대의 주인공들이 가지고 있는 유성표시는 말 그대로 점 하나 찍어놓고 더 이상의 설명을 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각 시대의 등장인물들이 남겨놓은 여행기나 편지나 음악 등의 유산을 보여주거나 '이거 어디서 본건데? 이건 너무 낯익어.'라고 되뇌이는 주인공의 대사로는 설명이 부족했다.

 



매트릭스의 인간사육에 익숙해진 나에게 주인공 손미의 숨겨진 배경도 그리 쇼킹하지 않았고...

왠지 워쇼스키남매는 날로 먹을려는 듯했다.


른 한편으로는, 상업영화에 익숙한 나는 클라우드 아틀라스가 보여주려고 했던 스토리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다만, 상업영화에 익숙한 내가 보기에 허술했을 뿐이다.

차라리 스토리를 더욱 촘촘하고 긴밀하게 풀어내어 해리포터처럼 시리즈로 만들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관객이 이건 이해해줄거야'라는 생각을 가진 듯한 감독들은 실패했다.


적어도 왜 각 시대의 주인공들이 어떻게 환생을 거듭하며, 서로 끊을 수 없는 동반자를 만날 수 밖에 없었고, 또 원하는 바를  어떠한 숙명으로 이루게 되었는지, 감독이 말하자고 한 윤회의 끈을 자세한 '메타포'로 보여줬더라면 어땠을까.


이전에 수십억의 사람들이 살아왔고, 그 만큼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금 이 세상에서도 영화에서 보여준 인연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지만, 이 영화내용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하더라도 우습게 보지 못할 이유가 있으니, 그건 바로 배우들의 열연이다.

매트릭스에 환장했던 내가 워쇼스키한테 당한 듯한 기분이 들어 실컷 까도, 배우들은 절대 깔 수 없다는 사실.

 

 <이 분은 검프새우를 팔아 거물보스가 되셨습니다>

 

 <누굴까요? 아래 글에 바로 나옵니다.>


선하고 위트있고 매너있는 이미지를 가진 휴 그랜트의 변신과 특유의 카리스마를 각각 다른 등장인물들에서 여지 없이 보여준 휴고위빙.

할리 베리도 캣우먼에서 보다  나아보였고, 명불허전 톰행크스와 수잔 서랜든 등 그들은 그들의 역할에 충분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배두나는 그녀가 이 영화를 위해 얼마나 노력을 들였는지 알 수 있을 만큼 훌륭했다(아내는 그녀의 영어발음이 귀엽단다).

 

 <1974년생 최강동안 저우쉰. 개인적으로 반가웠던 배우>


누군가 이 영화는 여러 번 봐야 이해한다고 했다.

중간에 놓친 부분도 있어서 한번 더 볼까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가 그만뒀다.

어차피 재미있는 영화라면 누가 말려도 다시 봤을거니까.

 

 

<리뷰 꼬라지하고는... 끌끌>

 

글 : 남친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