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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ap Diary/꼬물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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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과 내 몸에 변화 일단 임신을 하고나서는 모든 내 몸의 변화가 새롭고 신기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라고 해야하나 당황스런 변화라고 해야하나 세가지를 꼽자면 당연한 얘기지만 배가 불러지면서 나의 참외배꼽이 엄청난 블랙홀 배꼽으로 되어가고 있다. 비가 내리면 물이 들어갈 것만 같다. 손가락 하나쯤은 거뜬히 들어갈듯 하다. 더 더 더 당황스런 변화는 바로 배꼽의 털이다. 다행히(?)도 나는 배에 털이 난다는 것을 내가 나기 전에 미리 글을 읽어서 "어머어머..배에 털 난대" 하며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 막상 검은 털이 나니 얼마전 본 렛미인의 털많은 그 분이 자꾸 생각나면서. 상당히 민망하다. 나와 같은 주수인 동생에게 "너 배에 털났지?" 했더니 깜짝 놀라며 "어머 언니 어떻게 알았어? 남편이 그걸로 맨날 놀리는데 난 ..
꼬물이는 심심하다. 남편에게 애들이 탯줄을 목에 많이 감으면서 논다고, 뱃속에서의 장난감이고 혼자 다시 풀면 괜찮지만 위험하기도 하다고 했더니 꼬물 아빠는 "꼬물아 태줄은 위험하니까 만지지마. 갖고 노는거 아니야" 라고 열심히 태담을 해주고 있다. 실제로 애들은 탯줄을 목에도 감지만 손으로 꾹 눌러본다고 한다. 탯줄로 숨을 쉬는 것이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답답하면 다시 손을 푼다고. 동영상을 볼때마다 느끼지만 끊임없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다리를 허공에 대고 발길질 하며 팔도 가만히 안있고 손가락을 빨기도 하고 태반을 손으로 톡톡 건들더니 또 금새 다른 놀이를 찾는 듯 팔베개도 한다. 어쩔땐 두 발로 동시에 쾅쾅 대며 점프를 해보기도 하고. 그래도 심심하니까 뭔가를 계속 찾는 거겠지? 하루종일 얼마나 갑갑하고 심심할까 -
14주 양수가 새다. 임신 14주. 나는 임신 초기를 극도로 조심하며 지냈던 산모로 거의 친구도 만나지 않고 아무대도 가지 않고 스스로 침대와 일체가 되어 시계 바늘만 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12주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주위에서 연락이 오면 언제나 "12주 지나는 9월에 만나자" 라고 약속을 다 미룬 상태. 그러다가 기다리던 9월이 오고 나에겐 임신초기인 12주를 지나는 꿈같은 시간이 온것이다. 금토일 약속을 잇따라 세건을 잡았다. 그래도 내가 제일 편한 장소인 여의도로 잡고는 주말 내내 회사앞까지 갔다. 한번은 지하철로 한번은 운전을 하고. 그러다가 일요일 약속을 마치고 집으로 오려고 할때 재채기를 했는데 순간 요실금 같은 느낌이 들어 친구들에게 어머 임신을 하니 요실금이 생기나봐 라고 얘기를 하고. 집에 돌아와 남..
꼬물이는 억울하다. 임신한지 8주 정도 되었을 때 어머니께 전화가 왔다. "배는 많이 안나왔지?" 조금 생각해보다가 "아 네, 별 차이없어요. 임신전이랑 지금이랑" 임신 전부터 친정엄마는 나에게 임신 5개월은 되어 보인다고 했었기 때문에, 그리고 임신 전부터 전철에서 양보를 받아왔기 때문에... 막상 임신 하고 나서는 임신전과 차이가 없어 보였다. 다만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은 "어머 배가 벌써 많이 나왔네?" 라고 했다. '원래 제 배에요' 라고 작게 말했는데 들렸으려나? 우리 꼬물이 억울하겠다. 지금 방도 넓게 못 쓰고 있는데...^^;;
아이를 갖는다는 건 아이를 갖는다는건 엄청난 축복인 동시에 엄청난 무게의 스트레스이기도 하다. 물론 그 스트레스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임신초기에는 유산의 위험성으로 온통 신경이 쓰여서 임신을 기뻐할 여유도 없었고, 중기부터는 마음이 놓이긴 하지만 다시 기형아검사며 다운증후군 검사며 무시무시한 양수 검사등이 새로운 두려움으로 찾아오고 거기까지 무사히 마친 산모들은 이제 산고의 고통을 어떻게 겪을 것인지 그리고 그 이후에는 모유 수유며 잠 못자고 우는 아이를 어떻게 봐야 할지... 바야흐로 임신이란 기쁘고도 거룩하고 아름다운 일 다음에는 걱정할 일 투성이 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절히 바라다 드디어 아이를 갖게 되었고 이젠 나도 누구누구엄마의 호칭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만 같은 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