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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충청도

[서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눈 내리는 천리포 수목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 천리포 수목원으로 여행을 떠나다.

 

요즘 통 잠을 깊이 못 잔다. 최단시간에 깊은 잠에 드는 나인데 요즘은 몇일째 밤마다 꼭 몇 번씩 깬다. 게다가 이를 어찌나 심하게 가는지 오른쪽 턱관절이 아프고 남편도 덩달아 잠을 못 자고 있다.


변비도 생겨 아침마다 괴롭다. 그런데 트위터에 보니 나와 같은 증세를 호소하는 몇몇 트친들이 보인다. 알게 모르게 선거가 내 생활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모두들 힐링을 외친다.


"아.. 나에게 2012년 겨울은 왜 이리 혹독하니?" 라고 후배 K에게 말하니
"언니 내게는 2012년 전체가 멘붕의 해였어요"


그래.. 언론자유를 위한 파업으로 몇 달간 생계위협까지 겪은 네 앞에서 내가 엄살을 부렸다.
살면서 지난 한해 나는 가장 많이 거리로 나갔고, 치열하게 살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확고한 희망을 가졌다.

마치 겨울이 왔으니 그 다음은 꽃피는 봄이 올거라는 세상이치에 대한 확신에 차서 말이다.

우리 모두 힘든 2012년을 보냈구나..
그렇게 말한 후배와 batti 언니는 이래저래 복잡한 마음으로 한라산을 오르겠다고 오늘 비행기를 탔다. 잘 다녀오기를...

그래서 떠난 서산 당일 여행

남편과 나의 <오늘의 무계획 여행>은 서산이 목적지다.
떠날 땐 춥기만 한 겨울날이였는데 서산에 도착할 무렵에는 눈이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점심에 도착하여 박속낙지탕을 먹으며 기분이 좋아졌다는  남편과 나는 얼마나 싹싹 먹었는지 옆 테이블에 수제비를 갖다 주던 아주머니가 혹시 우리 테이블에 수제비가 아직 안나왔냔다. "아니에요. 저희가 너무 다 비었나봐요...ㅎㅎ"



국물이 시원한 박속밀국낙지탕과 내가 좋아하는 파래무침 


@원풍식당 박속낙지



원풍식당 / 낙지,해물요리

주소
충남 태안군 원북면 반계리 202-12번지
전화
041-672-5057
설명
박속을 긁어내 국물을 낸 뒤 낙지를 데쳐 먹는 박속밀국낙지가 인기 있는 곳입니다. 밀...
지도보기



 

 

 

먹고 나오니  거리가 인적도 없이 썰렁하고 하늘까지 영화 속 셋트장 같다는 생각을 했다.


속 든든히 하고 찾아간 우리의 목적지는 천리포수목원. 예전부터 이곳에서 하루 묵어보고 싶다 생각했던 곳인데 지도를 보니 이 근처다.
만리포와 백리포 사이에 있는 천리포 해변가. 이름도 참 쉽게 지었다.

 

 


리가 처음 찾아간 그곳은 여름철에만 사람이 많이 몰리는 해변가의 작은 마을로 손님없는 썰렁한 펜션들만이 즐비하다.
엄청난 바람과 눈발이 날리는 조용한 겨울의 바닷가였다. 사람 많은 여름 보다 한적한 겨울 바닷가가 더 좋다.
잠깐 차에서 나와 사진을 찍으려니 바람소리가 얼마나 무시무시하게 큰지 서둘러 차 안으로 들어왔다. 

 

 

 


천리포 수목원에 도착

귀화한 미국인 민병갈이 개인정원으로 만들었다가 재단으로 개방한 천리포 수목원. 6.25시절 해군으로 처음 한국에 와서 그 이후 민간인의 신분으로 남아 일을 하다가 천리포에 땅을 사고 나서 국내 최고의 수목원을 개인의 노력으로 만들었다. 2002년 그의 죽음 이후에는 문국현 사장이 이사장을 맡아 꾸려가고 있다고 한다.
3일을 봐야 다 볼 정도라 하고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세계에서 아름다운 수목원"에 채택되었으며 국내 최대 품종을 보유하고 있단다.

현재 14000여 품종이라고 하니 어마어마한 규모다. 입장료도 동계에만 5천원이고 나머지 계절엔 7천원. 

 

 

 

사람이 하나도 없다. 오늘은 우리의 수목원.

 

 

바다가 이렇게 가깝게 수목원이 있다는 것도 신기하다.

 

 

이 의자들을 전에 봤을 때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막상 한 여름 때약볕에는 앉아 있기 힘들겠지만 이렇게 바다 가까이 앉아 차 한잔 할 수 있다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 수목원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나무가 아닌 이 풍경이 내 마음을 잡았다. 눈 속의 이 광경을 예상치 않은 순간에 맞이하니 뜻밖의 선물같다.

 

 

 

 

 

 

 

 

결혼도 하지 않고 이렇게 수목원을 만드는 일에 일생을 바친 민병갈 박사와 그의 어머니가 죽어 이곳 어딘가에 묻혔다고 한다.

 

 

 

 

 

당연히 봄 여름 가을이 가장 아름다울 것이다. 하지만 눈꽃이 핀 한적한 겨울의 수목원도 나쁘지 않았다.

 

 

  

 

 

내가 그 전부터 묵고 싶었던 수목원 내의 게스트 하우스. 한 가족이 묵고 있었다.

 

 

 호랑가시나무

한 겨울 눈속에서 빨갛게 열매를 맺어 겨울의 수목원을 한층 아름답게 보여주는 천리포 수목원의 대표 식물

 

 

소사나무집. 실제로 사용은 하지 못하는 듯 한데 잘 모르겠다.

 

 

 

 

닭섬이라고도 불리우는데 낭새섬이란다. 수목원에서 보이는 이 작은 섬은 하루에 두번 바다가 갈라진다고 한다.

 

 

 


만약 눈이 내리지 않고 춥기만 했다면 아마 그 아름다움이 덜 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민병갈 기념관에는 그가 얼마나 한국의 아름다움에 빠져 사랑했는지 그의 어머니에 대한 사모곡들을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나는 바닷가의 세찬 바람과 아이폰 밧데리가 나갈 정도의 내려간 온도에도 철저히 무장하고 나선 덕에 하나도 춥지 않았다.
 체감온도 영하 10도에도 불구하고 하나도 춥지 않다니! (남편이 꽁꽁싸매줘서 그렇다고 꼭 덧붙이란다. 고마워요 -.-; )

 

 

 동해의  겨울바다와는 다른 느낌이다.

전부터 생각했는데 겨울에 만약 생각을 정리하고 싶다면 동해보다는 서해 어촌 마을의 펜션이 아닌 민박집에서의 몇일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천리포 옆의 만리포 해변은 눈과 파도와 바람만 있다.

 

 

눈이 오다가 해가 비췄다가 변화무쌍한 날씨를 보여주는 해변의 마을

 

 

 



40분 정도의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가기 전 태안마애삼존불을 보러 향했다.
어느 새 눈이 그치고 날만 잔뜩 흐리다. 그리고 국도에는 많지 않은 차들이 다니고 추워서인지 걸어다니는 사람도 많지 않다.
태안마애삼존불은 거의 관리가 되어있지 않은 듯 보였다. 우리 포함해 세팀의 일행들은 석불상만 보고 다들 급히 자리를 뜬다. 아쉽다. 
 

 

 

 

 

 

여행이 끝나고 여전히 잠은 못 자고 이도 갈고 덩달아 남편도 잠을 설치고 치유가 다 되지도 않았지만

어차피 그렇게 하루아침에 쉽게 치유가 될 것이라면 이렇게 아프지도 않았으리란 생각에

차분히 이 시간들이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게 2013년이 오고 있다.